▲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 진선미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아동성착취물이 포함된 불법촬영물 제작, 유포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의 범죄를 규탄하며 재발금지법 통과와 해당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그리고 갓갓, 박사, 와치맨 등의 가해자들이 저지른 n번방 사건이 터졌다. 피해 여성 70여 명 중 청소년이 1/3 정도 된다. SNS에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표출하다(이런 계정을 '일탈계'라고 부른다) 가해자들이 보낸 피싱 링크에 잘못 접속해 모든 신상 정보가 털린 이들도 꽤 된다고 한다. 이 이후는 많은 이가 아는 대로다.
피해 청소년들은 나와 비슷한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짐작된다. 내가 청소년이던 시절,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이 있었으면 나도 n번방의 피해자가 되었을까.
익명의 누리꾼은 네이버 지식인에 "자기 몸 영상 올리는 음란녀들부터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지"라고 올리며, 시청료를 냈는데 방이 없어졌으니 되레 자신이 피해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건 음란한 게 아니다. 남성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농담을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듯(여성 혐오적 표현을 쓰는 건 다른 문제겠으나) 여성 청소년도 똑같을 뿐이다.
일탈계는 여성만 운영하고 있지 않다. 남성들도 운영한다. 그들도 성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성관계를 할 파트너를 찾기도 하고, 자신의 신체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남성들은 n번방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다. 오직 여성만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26만 명 남성 가해자의 도구가 돼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
또 절망스러운 건, 여러 포르노 사이트에 'telegram korean' 등의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거다. 2차, 3차 피해가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끔찍한 26만 개의 남근들이 성적 욕망을 표출한 여성을 어떻게 도구로 썼는지, 수많은 피해자들의 존엄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봤다.
우린 목격자다. 목격자가 해야 할 일은 여성을 억압하는 금기와 남성을 위한 도구, 양 극단의 사이에만 놓은 채 남성의 입맛대로 여성을 가져다 쓰는 남근 중심 사회에 저항하는 것이다.
"Not all man(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에요)"이라며 변명부터 하는 이들의 말은 들어주지도 말자. 이 사태에서 피해 여성들에 대한 조금의 비난도, 남성의 성욕에 대한 조금의 인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순간에라도 오롯이 피해자 편이어야 한다. 성녀와 창녀, 양 극단을 부수고 해체해서 가해의 수렁에 빠진 자매들을 건져와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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