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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열차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반대 연속 기사로 앞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이 '감시카메라는 특별히 철도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고, 동시에 감시의 대상이 될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위협적이며 인권 등 헌법이 지키고자 하는 정신에도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나는 감시카메라가 왜 문제인지 다른 맥락에서 주장하고자 한다. 

미쉘 푸코는 근대에 들어 안전 등을 명분으로 한 끊임없는 감시와 처벌을 통해 통제와 규율의 내면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푸코는 그럴 수 있는 권력관계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예를 들어 학교와 집. 동의할 수 없지만 푸코가 말한 감시의 효과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철도 현장에 감시카메라를 달아야겠다는 한국의 지배자들은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1984>년에서 스탈린주의 소련을 모델로 하여 국가권력의 사유화를 비판했는데, "빅브라더"라는 부패한 독재자가 '텔레스크린'이라는 감시카메라 유사의 것을 이용해 사람들을 감시한다. 스탈린주의 소련 사회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면, <1984>에서는 오늘날 사회에 빗대어도 닮은 구석들을 찾을 수 있다. 푸코와 다른 점은 주인공 윈스턴(노동자계급)이 통제와 규율을 내면화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을 꿈꾸고 체제에 도전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뿌리 깊은 이유는 자본주의에 있다. 감시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믿음은 기업주나 전문 경영인, 이들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감시카메라는 기업 자산의 보호, 작업자의 실적 향상, 적은 인원의 고용 효과를 냄으로써 생산성을 늘린다고 여겨진다. 이는 감시카메라를 철도 현장에 도입하려는 시도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15년 4월 16일, 감시카메라에 관한 규정 철도안전법 제39조의3이 처음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이헌승 - 그는 19년 말 감시카메라 확대를 발의했고 지난 2월에는 신생아실에도 달자고 발의했다 - 을 필두로 국회의원 15명이 힘을 모았다. 이들이 낸 법안은 처음엔 이랬다. 

제39조의3(영상기록장치의 장착 등) ① 철도운영자는 범죄 예방 및 교통사고 상황 파악을 위하여 철도차량의 운전실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영상기록장치를 장착하여야 한다. 

"범죄 예방"은 운전실에 있는 기관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함을, "교통사고 상황 파악"은 사고 시에 기관사가 규정대로 하고 있었나를 보고 제대로 일 안 했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이헌승 의원은 2015년 11월 12일 국회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승무원의 … 충분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각종 장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감시를 통한 노동 생산성 증대의 욕구를 이만큼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입법 발의의 배경으로 철도 사고들이 거론되었다. 2013년 8월 대구역 열차 사고, 2014년 7월 태백선 열차 사고, 그리고 2019년 개정 시도 전에는 2018년 KTX 강릉선 탈선사고.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위 철도 사고와 감시카메라 설치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단순히, 기관사의 손이 어디 있었는가를 눈으로 봐야만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거꾸로 이전의 모든 사고는 카메라 없이도 그 원인을 파악했다. 카메라를 달아 두었다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개연성도 없다. 

내가 보기에 이런 믿음이 당시 입법자들에게 강했던 까닭은 철도 사고들 때문이 아니라,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정권과 경영자들에게 도전했기 때문이다. 철도노동자는 2013년에 22일 파업을, 2016년에는 지하철노동자들과 공동으로 파업에 돌입, 74일을 파업했다. 그리고 2017년 봄,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사실, 파업하는 철도노동자들은 집권당에는 정권을 흔드는 세력, 철도 경영자들에게는 근로일수를 줄이며 적자를 낳는 세력으로 비춰졌다. 흥미롭게도 위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 15명이 모두 새누리당이었고, 당시 (한 명은 확인할 수 없지만) 친박계 소속 의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평창 땅 의혹과 강원랜드 취업 알선 의혹을 받거나, 부산의 엘시티 게이트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거나, 정치자금법 위반 경력이 있거나, 골프장 만들려고 농지 매입하다 면허 취소됐거나 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기관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법을 만들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감시와 통제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기대와 함께 감시카메라에 대한 효용은 이 사회 지배자들의 신념처럼 존재한다.

이헌승 의원이 감시카메라로 "승무원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리라고 믿었을 때도 그랬고, 국토부(2013년 대구역 사고)가 "블랙박스"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2014년 태백선 사고)와 감사원(2018년 KTX강릉선 사고)이 "영상기록장치"를 언급하며, "근태 관리", "기관사 집중력 강화", "사고 원인 규명" 따위를 그 이유로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감시카메라와 같이 작업 현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 일정 기간 저장, 유사시 열람하는 방식에 의한 노동 감시는 생산성, 더 정확히 말하면 이윤에 대한 지배자들의 탐욕과 함께,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육체와 정신 깊숙한 데까지 병들더라도 소모품 그 이상이 아니라는 체제의 비인간성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만일 이 체제의 탐욕과 비인간성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체제가 가한 억압과 이런저런 종류의 공격에 맞서 그랬듯이, 노동자들의 투쟁 말고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김승현 기자는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사무국장입니다.


#감시카메라#CCTV#자본주의#노동#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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