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함께 움트고 있는 중국인 혐오 정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박 시장은 4일 오후 서울시립대 생활관을 방문해 이 학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9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시립대에는 150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데, 이 가운데 285명이 중국 국적이라고 한다.
중국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혐오 정서에 대해 가감 없이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많이 먹는다'는 한국 기사에 중국인을 욕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데 좀 심한 것 같다."
"한국 언론사들이 신종 코로나를 놔두고 '우한 폐렴'이라고 하는데 지역 이름을 붙이면 인식 때문에 피해가 오래갈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마스크 쓰고 중국어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눈치를 준다. 자기들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으면서..."
"중국인 학생과 기숙사 같은 방 쓰는 게 싫다는 외국 학생의 말이 상처가 됐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서 팀워크 할 때 차별대우를 받을까 걱정이다."
박 시장은 "신종 코로나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중국 유학생들을 배척하는 '혐오 바이러스'도 퇴치해야 한다"면서 "중국 유학생들을 세심하게 살펴 지역사회로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방문을 마친 뒤 서울시립대의 개강을 2주 연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박 시장은 이날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감염병은 그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과 공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불안과 공포는 내치고 배제하려는 심리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은 혐오나 배제만으로 극복할 수 없습니다.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혐중(嫌中) 정서가 확산되는 것은 그 어떤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박 시장은 5년 전인 2015년 서울시가 메르스로 고통 받을 때 베이징시가 대규모 관광객을 보내주는 등의 우호 조치를 취한 점을 상기시키며 "결국 우리는 이 감염병을 극복할 것이고 그 때는 이 어려운 시기에 중국에 대해 취했던 우리의 조치와 태도가 새삼스럽게 조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1일 송파구 보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서울은 40만 외국인이 살고,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서 그야말로 국제도시가 됐다"며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