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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자료사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기사 수정 : 23일 오후 1시 34분]

*[2020년 국방예산 분석 ①]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국방개혁에 역행하는 내년도 예산
 

내년도 국방예산 증가는 '작지만 강한 군대'를 표방하는 국방개혁에 역행한다. 2018년 2월 26일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은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간담회에서 "국방개혁 2.0이 추구하는 비전은 공룡 같은 군대를 표범같이 날쌘 군대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국방부에서도 10조 원가량의 예산을 절감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같은 해 5월 11일 송 장관은 국방개혁 2.0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장군 수를 줄이고 병력을 감축해 우리 스스로 (국방) 예산을 10조 4000억 원 세이브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국방장관의 말과 달리 내년도 예산을 보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은 찾기 어렵다. 장성감축은 국방개혁의 성공을 가름하는 시금석인데 국방개혁 2.0에서는 장성 정원을 2017년 436명에서 76명을 줄여 2022년부터는 360명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국방부는 장성을 100명 이상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육군의 반발로 76명 감축으로 축소되었다고 하니 국방개혁 2.0의 장성감축안 자체가 개혁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장성(2019년 405명)은 15명이 줄어드는데 이는 부대통폐합과 국방문민화 등에 따른 자연감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초 1군과 3군을 통합해 육군지상작전사령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21∼25명의 장성 감축이 가능했지만 육군은 단지 12명의 장성을 줄이는 데 그쳤다. 국방부 본부의 장성 8명과 한시조직의 불법적인 장성직위 5명, 방사청의 장성 7명도 문민화 대상이다. 난립되어 있는 국방부 직할부대의 수도 26개에서 10개 이내로 줄이고 110명(국방부 본부 8명 제외)의 장성 수도 ⅔정도 줄여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도 장성 감축은 최소 50명을 넘어야 그나마 의미가 있다.

중령 이상 고급장교(현재 약 1만 명)도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하나 내년에 오히려 영관급장교는 106명이 늘어난다. 이밖에도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전두환 정권 때 제정된 '군인에 대한 의전예우 기준지침'에 따라 군인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2직급 높은 대우를 받는다. 가령 같은 과장급인데도 대령은 연봉 1억 1117만 원을 받지만 일반 공무원은 8300만 원(2018년 기준)을 받는다. 이런 대우 차이는 군사독재의 유물로 없어져야 한다. 그 경우 국방예산을 대략 매년 700∼800억 원 절약할 수 있지만 이런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 내년도 군인연금 지급금(3조 4657억 원)에 대한 국가보전금이 1조 5779억 원이나 된다. 군인연금의 45.5%가 우리 국민 세금에서 지급되고 있다. 그런데도 저부담 고지급체계를 고부담 저지급체계로 개혁하려는 국방부의 의지는 없다. 올해 2개 사단을 해체할 계획인데 대신 신속대응사단을 창설한다고 한다. 국방부는 신속대응사단 창설이 '신작전개념인 공세적 전투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공세적 전투는 한국군 단독으로 2주안에 평양을 점령하는 작전으로, 이를 위한 신속대응사단 창설은 한반도 전역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남북합의에 위반한다고 본다. 신작전개념은 국방부가 폐기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신속대응사단 창설은 육군이 폐기된 작전 개념까지 동원해 기득권을 확대하려는 예라고 본다.

내년도 병력은 올해보다 2만 3966명이 줄어든 57만 1215명이며, 2022년부터는 병력을 50만 명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의 부족으로 당장 2∼3년 뒤면 50만 병력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도 국방부는 현역판정률 상향 등과 같은 미봉적 대책만 강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느린 병력감축 속도와 50만 명의 대병력 유지계획 하에서는 작지만 강한 군대는 한낱 구호일 뿐이며 국방예산 절감은 꿈도 꿀 수 없다.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고 국방비를 10조 원 줄이려면 병력을 30만 이하로 감축하고 장성은 200명 수준으로 장교는 4만 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지나친 무기도입비는 우리 군의 질적 발전 해쳐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방위력개선비 평균 증가율 11.0%는 지난 정부 9년간(2009년∼2017년)의 평균증가율(5.3%)의 약 2배이며, 2020년 국방예산 중 방위력개선비 비중은 33.3%로서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당시 25.8%) 이래 가장 높은 수준"(국방부, 보도자료, 2019년 8월 28일)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방위력개선비(무기도입비) 비중이 예산의 33.3%를 차지하는 것이 자랑할 일일까?

한 나라 군대의 질적 수준을 보다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기도입비(방위력개선비)가 아니라 인건비와 운영유지비의 비중이다. 아무리 최첨단무기를 많이 갖추고 있더라도 장비를 다루는 장병의 교육훈련수준이 낮고 장비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각국 국방비의 부문별 구성비 비교(단위 : %)  각국 국방비의 부문별 구성비 비교(단위 : %)
각국 국방비의 부문별 구성비 비교(단위 : %) 각국 국방비의 부문별 구성비 비교(단위 : %) ⓒ 박기학

<표1>을 보면 국방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은 모두 무기(장비)도입비가 10% 대 아니면 20% 대이다. 무기현대화가 늦은 중국의 경우만 무기도입비가 30% 대이다. 국방선진국들은 무기도입비보다는 인건비와 운영유지비에 국방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무기도입비가 30%를 훨씬 넘는 것은 우리 군대가 질적 발전을 꾀하기보다는 각 군이 고가의 첨단무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데 따른 결과로, 국방예산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일뿐 선진국방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무기체계도입 사업들이 한국방어를 뛰어넘는 것들이어서 사업목적이 정당성을 갖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심한 사업중복으로 예산낭비가 우려된다. F-35A 도입, F-X 2차(F-35A 추가도입) 2404억 원, KF-16성능개량, KF-X(보라매) 1조403억 원, FA-50양산 사업 등이 동시 진행 중인데 이들 전투기 도입사업은 대표적인 중복사업이다.

전투기는 남한이 질적 우수성에서 북한과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양적으로도 남한이 525대로 북한의 465대보다 많다(<2019년 밀리터리 밸런스>). 무분별한 전투기 도입사업은 세금 낭비다. 한국형 기동헬기(수리온) 후속 양산사업 6419억 원과 상륙기동헬기(마린온) 2489억 원, 대형공격헬기(총사업비 1조9845억 원), 대형기동헬기 2차 사업(총사업비 1513억 원)도 과잉 중복사업이다. 헬기전력은 남한이 680여 대로 북한의 290여 대(<2018년 국방백서>)보다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있다. 이들 헬기도입사업들은 대북 공세적인 작전수행을 위한 것이어서 정당성도 없다.

대미 종속을 심화시키는 예산

2020년 무기도입비(방위사업청) 예산은 16조6915억 원인데 이 중 해외무기도입 예산은 38억5741만 달러(4조5903억 원, 외화예산 기준환율 1190원 적용)이다. 해외무기도입 예산은 FMS(미정부와의 계약방식) 25억 6635만 달러(3조540억 원)를 포함하여 84%(3조8559억 원) 정도가 미국무기구입이라고 보면 된다. 이에 내년도 방위사업청 예산의 23.1%가 미국에 지급된다. 우리 국방예산은 미국 퍼주기 예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운영유지비(전력유지비)의 내역을 보면 내년도 해외정비비는 1조 3508억 원(11억3513만 달러)이다. 해외정비는 거의 미국에서 행해지므로 해외정비비 역시 대부분 미국에게 돌아간다.

미국에서 도입되는 무기를 보면 F-35A(1조7957억 원), F-X 2차 사업, 대형공격헬기(AH-64E) 1억4000만 원, 글로벌호크(1억1000만 원), KF-16 성능개량 2805억 원, 해상초계기 7679억 원, 해상작전헬기 2298억 원, 함대공유도탄(SM-2) 706억 원, 중거리 공대공유도탄 203억 원, 패트리어트 PAC-3유도탄 717억 원 등이다. 이들 무기들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들이자 중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공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체계들이다.

미국무기도입은 재정적으로도 큰 압박이면서 군사전략과 작전·군수의 대미 종속을 피할 수 없게 한다. 이 점에서 내년도 국방예산은 주권국가로서의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미 종속을 심화시키고 북한 및 주변국과의 군비경쟁을 초래해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2조 원이 훨씬 넘는 주한미군 주둔비 직접지원 예산

무기도입비나 해외정비비 외에도 내년 국방예산에는 주한미군 주둔에 따라 한국이 지불해야 하는 많은 경비가 운영유지비(전력유지비)에 포함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방위비분담금이다. 방위비분담금은 내년 예산이 2019년과 똑같이 1조389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예산은 잠정적인 것이어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방위비분담 협상 결과 방위비분담금액이 증액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액은 한미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임의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므로 예산 편성 자체가 불법이다. 방위비분담금은 불법적인 집행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 군사건설비가 평택미군기지이전비로 사용되는 것, 방위비분담 예산이 해외주둔 미군 용도로 사용되는 것, 불용액이 국고로 환수되지 않는 것 등이 그 예다. 국회가 방위비분담금이 해외주둔미군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불용액이 생기면 국고로 환수할 것을 요구하는 부대의견을 채택했지만 이것이 내년에 지켜지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해외주둔미군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지급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인데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은 한미연합연습비용, 전략자산전개비용, 미군순환배치 비용 심지어는 미 군무원 및 주한미군 가족 지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헌법상의 권한인 예산심의결정권과 우리 재정주권을 지키고 방위비분담금의 불법적 집행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 편성된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을 삭감해야 한다.

이밖에도 미군기지이전사업비(특별회계에 편성되어 있으나 운영유지비로 볼 수 있다) 6997억 원, 주한미군 점유 사유지 매입·사용료 81억 원, 연합지휘통신체계 사용료 207억 원, 한미연합연습비용 부담금(워게임모델 사용료) 20억 원, 카투사운영비 200억 원(추정치) 등이 있다.

타 부처의 주한미군 지원예산으로는 2020년 행정안전부의 미군기지관련 지자체 지원예산(토지매입비 지원 등) 824억 원, 환경부의 미군기지 및 주변지역 환경조사비 70억 원이 있다. 중앙부처와 별도로 시군구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주한미군 지원예산(토지매입비, 반환공여구역개발, 주변지역지원)도 있는데 2155억 원(2019년 예산임)이다. 방위비분담금 1조 389억 원을 포함해 이들 예산을 합치면 2조 943억 원이다.
  
국회에 바란다

내년도 국방예산의 대폭 증가는 그 어떤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내년도 국방예산의 대폭 증가는 비대한 군조직의 슬림화와 국방 문민화, 국방예산의 효율화를 표방하는 국방개혁에 정면으로 역행하며 서민복지와 교육, 경제를 희생시킨다. 또 내년도 국방예산 대폭 증가는 남북관계를 해치고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군비경쟁을 야기한다. 미국으로부터의 과도한 무기도입과 해외정비비의 미국 편중은 우리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만 군사전략적으로나 작전적으로 대미 종속을 구조화한다.

국회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철저히 심사하여 방만하게 운영되는 장성과 고급장교 인력을 과감히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고 궤도를 벗어난 국방개혁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또 국회는 군인연금의 특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여 국가재정 압박을 줄이고 군인의 2직급 높은 대우와 같은 불공정한 특혜를 폐지하여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국회는 특히 불법적으로 편성된 방위비분담 예산을 삭감해 국회의 헌법적 권한인 예산심의의결권을 지키고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한미소파를 위배해서 결정될 경우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한미당국에 보여주어야 한다. 또 국회는 북을 선제타격하고 중국 등 주변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들의 사업비를 과감히 삭감하여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에 역행하지 않는 국방예산이 되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

#국방비#무기도입#국방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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