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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저축은행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시내 저축은행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이 금융보복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보복을 한다면 일본의 금융시스템은 개발도상국보다 못한 것이 돼버리죠."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가 한 말이다. 최근 일부에선 일본이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에 이어 한국기업을 상대로 대출금을 회수하는 등 금융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라는 것이다.

앞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일본계 저축은행·대부업체의 국내 대출규모 통계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4곳, 대부업체 8310곳 중 19곳이 일본계에 해당한다. 일본계 저축은행의 대출액은 약 11조원으로 업권 대출의 18.5%이고,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자산은 6조7000억 원(38.5%) 정도다. 또 지난 16일 김정훈 한국당 의원은 국내에 진출한 일본 쪽 은행지점이 우리 기업 등에 대출해준 돈이 24조6877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계 금융회사들이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대출을 회수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이를 이용했던 우리 기업이나 개인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특히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는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전문가들 "금융보복 가능성 희박"
   
송 변호사는 "금융은 한 경제의 핏줄과 같은 것인데, 일본계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노골적으로 동시에 회수하는 형태의 금융보복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은 도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키우려 하고 있다"며 "그런데 외국 고객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금융보복을 한다는 것은 아시아금융허브를 지향하는 것과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선진금융을 표방하는 일본이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섣불리 금융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정치적 유인이 경제논리보다 우선돼 일본계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송 변호사는 회의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마치 일본이 결심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대단히 옳지 않다"며 "일본이 취할 수 있는 (행동) 범위는 제한적인데, 일본의 보복능력을 우리가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수출규제를 강화해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송 변호사는 "그렇게까지 간다면 일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일본이 그나마 핵심기술·부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영향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런 (수출규제) 조치를 하는 것이지, 영향력을 잃어버리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일본은 동북아 지역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회수하면 일본계 금융회사에 손해
 
기재위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기재위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앞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도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보복에 나서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일본 의존도가 크지 않고, 자금조달원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일본의 금융보복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고 했다.

금융감독당국에서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국년 금감원 대부업총괄팀장은 "일본계 대부업체가 자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출 형태로 내보낸 상태여서 회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금융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도 낮지만, 만약 하더라도 신협, 저축은행, 다른 대부업체 등 서민금융기관들도 많아 (대출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팀장은 "대부업체의 경우 개인회사 성격이 강해 (일본) 정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익을 내기 위해 비교적 금리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대출영업을 하는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회수하게 되면 금전적 손실을 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종오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 건전경영팀장도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대출을 회수하더라도 연체가 없고 신용도에 문제가 없는 대출자라면 다른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저축은행업계 등이 경쟁시장이어서 대출공급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말이다.

"(일본계) 저축은행 입장에서 봤을 땐 멀쩡한 고객인데, (일본) 정부 요청으로 대출을 회수한다면 계속 손해가 쌓이게 됩니다. 저축은행이 비싼 (예금) 이자를 주고 자금을 조달했는데, 대출을 안 해주고 갖고 있다면 적자가 쌓이게 되죠. 그러면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이 떨어질 거고, 상황이 장기화되면 (부실 금융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적기시정조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보복 조짐 보여도 우리는 감당 가능"

금융시장에서도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년 넘게 금융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본계 금융회사들이) 정치적 배경으로 대출만기를 연장하지 않거나 대출을 회수하면 금융회사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일본의 규제가 금융 쪽까지 확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에서든 실물경제에서든 상거래 관행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본이 금융보복에 나서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위배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조짐이 보이더라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높고, 자금조달 통로가 많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에는 정치논리가 개입돼있어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며 "그렇지만 금융보복의 경우 파장이 크기 때문에 일본이 이를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금융보복#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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