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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 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 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2019년 7월 11일,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 의석수가 한 석 또 줄었습니다. 최경환 전 의원(4선, 경북 경산시)이 대법원 31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로부터 징역 5년 벌금 1억5000만 원 원심판결을 확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죠. 이로써 한국당 의석수는 110석이 됐습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한국당의 의석수는 최근 2개월 사이에 4석이나 줄었습니다. 우리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홍문종 의원(경기 의정부을)을 제외하면 3석은 유죄확정에 의한 의원직 상실이었습니다. 이우현(5월 30일 의원직 상실,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 징역 7년 벌금 1억6000만 원), 이완영(6월 13일 의원직 상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 최경환 의원이 그 주인공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쯤에서 눈여겨볼 발언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일침입니다.

"한 가지 짚을 점은 구속돼 재판받는 동안에도 연봉과 각종 경비지원을 꼬박꼬박 받는다는 점입니다. 회의 출석도 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에게 이렇게 국민 세금이 계속 지원되는 것이 옳을까요? 최소한 범죄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구속 기간 동안 지급받은 연봉은 환수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요약하자면 '구속수감 된 상태에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이에게 월급을 줄 필요가 있느냐'입니다. 하승수 운영위원장은 "뇌물수수 등의 부패 범죄에 대해서만이라도 반드시 그렇게(연봉 환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현행법이 어떻길래 이런 주장이 나왔을까요? 구속 수감돼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돈을 받는지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구치소에 있는 그들은 과연 얼마를 받을까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의 일반수당만 675만 원가량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을 다 더하면 1136만 원가량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의 일반수당만 675만 원가량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을 다 더하면 1136만 원가량이다. ⓒ 권우성
 
최경환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받는 각종 수당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 '추정'이라는 단어를 썼냐고요?

지난 5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국회사무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자료를 입수해 '국회의원 수당의 비밀'이라는 이슈리포트를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개인별 월별 지급 항목과 각각의 금액'에 대한 정보는 국회사무처로부터 비공개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정을 할 수는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받는 수당(연봉 혹은 세비로 널리 알려진 그 돈)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국회의원수당법)에 근거해 각 의원에 지급됩니다. 그런데 이 법안 안에는 특별히 '구속 수감 중인 국회의원에게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는 등의 예외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때문에 최종 유죄 확정판결이 나기 전의 국회의원은 수당을 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 국회의원이 받는 수당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요. '국회의원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 일반수당 ▲ 관리업무수당 ▲ 정액급식비 ▲ 직급보조비 ▲ 입법활동비 ▲ 특별활동비 등이 있습니다. 국회사무처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국회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같은 직책이 없는 평 국회의원이 매월 받는 평균 금액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일반수당 : 675만1300원 ▲ 관리업무수당 : 60만7610원 ▲ 정액급식비 : 13만 원 ▲ 직급보조비 : 없음 ▲ 입법활동비 : 313만6000원 ▲ 특별활동비 : 74만4800원(2018년 기준 1일 3만1360원 * 285일 / 12개월)
→ 합계 : 1136만9710원(이상 세전)


이 내용은 지난 3월 자신의 보수지급명세서를 언론에 공개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내용과 유사합니다. 금태섭 의원은 <한겨레> 기고에서 "월평균을 내면 1000만 원이 넘는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이 527만 원이고 전국 가구 평균은 460만 원이다, 국민의 대표인데 국민들이 버는 평균 수입 정도를 받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최경환 전 의원처럼 구속 수감된 국회의원은 정상적인 국회의원 업무를 보지 못해도, 최소 675만 원(일반수당)에서 최대 1136만 원을 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달을 30일로 가정하고 일당을 계산하면 얼마일까요. 22만5043원 정도 되겠습니다.

회사마다 날짜는 다르지만 노동자에게는 월급날이 있죠. 국회의원의 월급날은 언제일까요. 국회의원수당법에 따르면 매달 20일입니다. 다만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는 날이 속하는 월의 수당은 그 월의 재직일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최경환 전 의원을 예로 들면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의 수당만 지급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기간이 총 21일이니 대략 472만 원가량 되겠죠(일반수당만 계산).

그럼 의원실에 제공되던 경비지원은 어떻게 될까요? 구속 수감이 됐어도 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원실 보좌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당연히 보좌관·비서관·비서·인턴 등의 월급도 지급되고, 의원실 유지에 따르는 각종 비용도 구속전과 같이 그대로 지급됩니다.

무죄추정 원칙?... "국회의원에는 높은 도덕적 책임성 요구"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가장 최상위법인 헌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해놓지 않았나, 당연히 대법 판결 확정 전까지 구속된 국회의원도 무죄로 보고 권리를 누려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일반 시민과 국회의원이라는 선출직 공무원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국회에는 '구속 수감된 국회의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말자'는 법안이 제출돼 있답니다. 2016년 6월 20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있었고, 같은 해 7월 12일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있습니다. (백혜련 의원안은 대안반영으로 폐기) 

해당 법안의 골자는 "국회의원에게는 높은 윤리적·도덕적 책임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이 구속되는 경우에는 그 기간만큼 수당 등(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이 지급되지 아니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그중 정종섭 의원안은 '무죄 확정될 경우 지급되지 않았던 수당은 소급해 지급한다'는 조항도 넣어놨습니다.


국회사무처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 법안을 검토보고한 국회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부합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된다"라면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의무를 고려할 때,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윤리적·도덕적 책임의 정도가 다른 공무원보다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구속수감 중인 의원에 불출석 일수만큼 월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 국회의원을 제외한 다른 공무원에 적용되는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서도 구속 공무원에 월급상 패널티를 적용한다는 점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입니다. 국회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까지 마쳤지만 정종섭 의원의 발의안은 계류중입니다. 개정안이 발의된 지 3년이 다 돼 가는데도 말입니다.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 가 있습니다. 언제 처리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최경환 전 의원 같은 사례가 또다시 발생해도 수당은 계속 지급된다는 뜻입니다. 과연 이 개정안은 이번 국회 안에 처리될 수 있을까요?

#최경환#국회의원수당#국회#참여연대#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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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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