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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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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두면 쓸모 있는 신비한 재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사소송의 원칙과 이론을 엄격히 다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이번에는 증인신문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뜨거운 토론이 이뤄졌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12차 공판에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판조서를 증거로 신청했다. 7월 10일 증인신문을 앞둔 박찬익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현 변호사)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이었다. 검찰은 실물화상기로 화면에 띄우지 않더라도 박 전 심의관 기억을 떠올리는 차원에서 본인에게만 제시하게 해달라고도 했다.

이것은 유도신문인가 아닌가

변호인단은 곧바로 반대의견을 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검찰이 '과거 다른 재판에서 이렇게 이렇게 진술한 바 있느냐' 등의 신문을 상정한다면 그 자체로 형사소송법이 금지하는 유도신문에 해당한다"며 이 방식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 역시 "재판부가 (다른 재판의 공판조서를 활용하기보다는) 증인에게 직접 듣는 게 낫다고 했고, (기존) 증언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검찰이나 변호인 의견을 질문하는 형식으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형사소송규칙 75조 2항 4호를 내세워 맞섰다.
제75조(주신문) ②주신문에 있어서는 유도신문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증인이 종전의 진술과 상반되는 진술을 하는 때에 그 종전진술에 관한 신문의 경우
검찰은 "반대신문에서 검찰 진술이나 임종헌 재판 진술 등을 이용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기억의 환기를 위해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도신문의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지난번 재판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변호인단도 "전에 다른 곳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냐고 묻는 것 자체가 유도신문"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이게 허용되면 수사기관 진술과 재판에서 한 진술이 다를 경우, 그리고 공소사실 입증이 어려울 경우 '증인, 수사기관 진술이 다른데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게 맞는 것 아닌가요?'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며 "이건 유도신문을 넘어서 증인에 대한 압박이고 자유로운 증언을 막는 위험이 있다, 검찰 요청은 불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전에 약 30분 가까이 '유도신문이란 무엇인가'를 둘러싼 공방을 들은 재판부는 오후 재판을 시작하며 결론을 밝혔다. 박남천 부장판사는 "검찰이 추가로 (증거) 신청한 증인신문 조서를 증인신문할 때 필요한 경우 제시 가능한 걸로 하겠다"며 "주신문사항을 작성할 때 가급적이면 종전에 진술했던 내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직 때문에, 금요일이라 못나온다는데...
 
취재 기자 질문에 답변 거절하는 양승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손으로 마이크를 밀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 취재 기자 질문에 답변 거절하는 양승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손으로 마이크를 밀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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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5일 재판은 2014~2016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한 시진국 부장판사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6월 26일을 첫 증인신문 기일로 정했으나 시 부장판사의 재판일정을 이유로 한 차례 미뤘다. 그러나 시 부장판사는 '7월 5일 당직근무를 해야 한다'며 또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주요 증인, 정다주 부장판사(2013~2015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 역시 6월 21일 신문예정이었으나 다음날인 토요일 일정과 6월 24~25일 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재판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식이라면 증인으로 신청된 법관들의 재판 기일, 또 재판 준비에 필요한 기간, 심지어 당직 일정까지 고려해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야 하는데 이러면 재판이 한없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였다.

검찰은 또 "일반사건에서 당직근무 해야 한다고 증인 출석이 어렵다고 하면 합당한 사유로 보는지 의문"이라며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이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시 박남천 부장판사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잘 생각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틀 뒤 그는 "오늘 신문하기로 예정했던 증인(시진국 부장판사)이 출석 못한 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걸로 보겠다"며 "다른 조치(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은 감치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음)는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법농단#양승태#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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