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의 영광 끝에 제왕의 자리를 내주게 된 프랑스 대형 슈퍼마켓의 대명사 까르푸.
목수정
대형 마트가 사라진다
주말 오후, 대형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온가족이 쇼핑몰을 천천히 둘러보며, 행사 중인 상품들 위주로 카트 한가득 물건을 채우며 쇼핑을 즐기는 일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다.
프랑스에서도 1960년대부터 대략 50년간, 하이퍼마켓(2500제곱미터(m2) 이상의 초대형 복합매장으로 우리나라의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이에 해당됨)의 호시절이 이어져왔다.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쇼핑을 즐겼고, 다발로 포장된 제품들을 싸게 구입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하이퍼마켓을 떠나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하이퍼마켓들이 느리지만 확실한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고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하이퍼마켓의 선두주자인 까르푸는 올해 직원 2300명을 해고하고, 크고 작은 매장 300개를 줄이는 계획에 착수했다. 까르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샹도 지난해에만 10억 유로(약1조3천억원)의 손실을 보며, 더 이상 흑자를 내지 못하는 21개의 대형매장을 폐쇄할 계획임을 지난 5월초에 발표한 바 있다. 카지노도 실적이 부진한 19개의 대형 매장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하이퍼마트 부진의 가장 원인은 날로 늘어나는 인터넷 쇼핑에 있다. 지난 8년간 하이퍼마켓에서 비식품류의 판매는 30%나 감소했다. 그러나 이것만이 문제였다면, 식품 위주로 매장을 구성하는 것으로 극복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식품 부문에서는, 달라진 소비자의 선호도가 유기농 전문 매장, 소비자 직거래 장터로 그들의 발걸음을 유인했다. 결국, 하이퍼마켓들은 지난 7~8년간 연 3~4%의 수입 감소를 기록해 오다가, 역사의 퇴물이 될 것임을 선고받았다.
1980, 90년대 소비자들은 양적인 쇼핑을 즐겼다. 하지만 2008년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가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이후, 소비자들은 환경이나 공중 보건 분야에서 잇달아 빚어져 온 참사들로에 예민해졌다. 그 결과 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소비 패턴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대형 매장을 거닐며, 1+1 같은 문구에 의해 충동구매하는 식의 쇼핑은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긴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건강과 환경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적게 소비하는 대신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신선한 제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패턴이 변화했다.
유기농, 비GMO, 식품첨가물 비사용뿐 아니라, 염분과 당도가 낮은 음식들을 전반적으로 선호하고, 냉동 가공식품에 기피도도 늘어났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 2명 중 1명은 하이퍼마켓에 가는 것이 "귀찮은 노동"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실용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하이퍼마켓은 이제 사람들의 마음에서 떠나가고 있다. 카트를 가득 채우는 행위에서 기쁨을 느끼던 시절이 저물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들은 이제 대형마트에서 모든 걸 구입하기 보다 기꺼이 필요한 것들을 전문 매장에서 구입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내 경우에도 생필품들은 동네 슈퍼에서, 대부분의 식료품은 유기농 식품매장에서, 생선은 매주 화요일 열리는 장터에서 구입하며, 라면이나 떡볶이같은 (불량) 소울 푸드들은 지하철을 타고 30분을 이동해 사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소비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