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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의장 이석훈)는 청와대 앞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날 천여명의 로스쿨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75% 이상 합격'을 주장했다. 인터뷰에 응한 서울대 로스쿨생은, 자신이 이 날의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이유가 '교육'에 있었다고 말한다.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의장 이석훈)는 청와대 앞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날 천여명의 로스쿨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75% 이상 합격'을 주장했다. 인터뷰에 응한 서울대 로스쿨생은, 자신이 이 날의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이유가 '교육'에 있었다고 말한다. ⓒ 박은선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제1회 87.1%에서 제7회 49.4%까지 계속해서 떨어지다가 올해 제8회 시험에서 50.8%로 처음 올랐다. 그동안 법무부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무시한 채 변호사시험을 '선발시험'으로 운영해왔고, 로스쿨을 교육기관이 아닌 고시학원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지난 10년 간 법무부가 변호사시험을 파행적으로 운영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으나, 법무부는 계속 무시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로스쿨 학생들의 총궐기 대회를 시작으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고, 언론에서도 변호사시험의 파행적 운영에 주목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 또한 성명서를 통해 변호사시험을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자격시험으로 운영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제, 현재의 변호사시험제도가 변호사시험법과 로스쿨 도입 취지에 위배된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더 이상 비판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법무부는 올해 처음으로 합격률을 올리며, 합격자 결정기준을 재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너무나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변호사시험제도를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법무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 기사를 통해 알려진 법무부의 입장을 보면 여전히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제도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회의는 시작도 안 했는데 가이드라인부터 제시하는 법무부>

서울경제는 2019년 5월 5일자 기사('[서초동 야단법석] 변경되는 변시 합격자 수는? 최대 2,000명 · 합격률 60%')에서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기준을 재검토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큰 틀에서 변시 합격자는 로스쿨 입학 정원(2000명)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고 법무부의 입장을 보도했다.

또한 이 기사에서는 법무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로스쿨 교육 실태와 법조인 배출 현황 등 변화된 상황과 제도 도입 시 예측하지 못한 상황 등을 고려하여 합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기준을 재논의할 생각"이라며, "응시자 대비 합격자 수를 늘리는 것은 특혜의식이고 로스쿨 입학정원 내에서 합격자를 늘리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합격자 결정 기준을 재논의하기로 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소위원회는 아직 첫 회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는 벌써부터 언론을 통해 내부 방침 세웠다고 알리며 소위원회 구성을 무색하게 했다. 더군다나 그 내부 방침의 내용 또한 현행 변호사시험제도의 문제점을 알려온 사람들을 허탈하게 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로스쿨이 고시학원이 돼버린 지금의 상황이 제도 도입 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인가?

법무부 관계자가 말한 제도 도입 시가 처음 로스쿨을 개원한 2009년을 말한다면 현 로스쿨 상황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까지는 법무부 스스로도 여러 경로를 통해 "변호사시험은 종래의 사법시험과 달리 소정의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법무부가 2009년 3월 발행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선진법률문화를 향한 도약입니다'라는 제목의 홍보책자 5쪽).

그러나, 법무부가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을 로스쿨 도입 취지에 반하는 '입학정원의 75% 이상'(사실상 합격자가 1500명 내외로 고정됨)으로 설정하여 변호사시험을 선발시험처럼 운영한 순간부터 로스쿨이 고시학원으로 전락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당시 로스쿨 도입에 관여했던 많은 전문가들이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시험 형태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적어도 법무부가 제1회 합격자 결정 기준을 발표했던 2010년 12월 이후부터, 로스쿨의 고시학원화는 예견된 것이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선발시험으로 운영할 경우, 로스쿨은 도입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고시학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간 변호사시험을 선발시험처럼 운영해 온 것이다.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 되어야 한다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 되어야 한다. 다만,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을 고려하여 과도기적으로 응시자 대비 75%의 합격률을 유지하되, 최종적으로는 변호사로서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자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충족할 경우 등수와 상관없이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시험이 되어야 한다.

자격시험은 로스쿨 측에서 일방적으로 제기하는 주장이 아니다. 로스쿨을 도입할 때부터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이라고 공언했으며, 법무부가 발표한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보도 자료에서도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충실히 이수하여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의 경우, 변호사 자격을 무난히 취득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즉,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라는 주장은 로스쿨을 도입할 때부터 정부가 공언했던 것을 지키라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시험법을 살펴보면, 제1조에서 변호사시험을 변호사로서의 법률사무 수행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시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능력을 '검정'하는 것과 일정 인원을 '선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이다. 검정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인 반면, 선발은 일정한 '수'를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10조에서는 "법무부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시험의 합격자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고려한다면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한다.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던 사법시험 시절, 법학 교육이 붕괴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교육기관의 도입취지에 따르면, 전문교육기관에서의 시험은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이 되어야 한다. 전문교육기관의 목표는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고, 교육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시험이 지나치게 경쟁적이라면 학생들은 학교 교육이 아닌 시험 준비에 몰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상황에서 시험은 점점 더 지엽적인 문제들로 채워진다. 그 결과 교육은 죽고 시험만 남는다.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는 예들은 많다. 의대, 약대, 간호대, 교대 등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들의 시험은 공통적으로 자격시험이다. 일정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법으로 마련해 놓은 다음 그 기준을 갖추었는지 여부만 시험으로 '검정'한다. 자질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등수'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선발시험과 다른 점이다.

법무부가 공언한 말, 변호사시험법의 규정, 전문교육기관의 도입 취지, 다른 전문가양성기관들과의 비교 등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왜 변호사시험제도를 선발시험으로 운영하려고 고집하는가? 이는 검사들로 구성된 법조인력과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상당수가 법조인들로 구성되어 있어 합격자 결정 과정이 법조인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로스쿨을 도입 취지대로 운영하라는 주장을 '특혜의식'이라고 낙인 찍으며, 진짜 특혜를 챙기려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한 사람은 깨울 수 없다

입학정원 내에서 합격자를 늘리는 선발시험의 방식으로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법무부는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발시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법무부는 로스쿨 도입 취지대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깰 의지가 없어 잠든 척한 법무부는 깨울 수가 없다. 법무부가 아닌 독립적인 제3의 기구에서 합격자 결정 기준을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기사의 수익은 전액 법조문턱낮추기 및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합니다.


#변호사시험#자격시험#로스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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