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위로가 될까? 어떤 말로 위로를 할까? 아무도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잊지말아 달라고, 기억해 달라고 애원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용케도 버티며 살아간다.
오늘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기억식이 열린다. 이번 기억식은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이 공동 주관하고, 교육부·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경기도·경기도교육청·안산시가 지원한다고 한다.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세월호 5주기. 5년 세월이 흘렀지만 세상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세월이 얼마나 더 흘러야 세상사람들이 자애로와질까?"라 새벽 같이 오늘을 기억하며 여전히 다른 의도를 지닌 사람들로 오늘에 대한 아픔을 표현했다.
함께 겨울을 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고, 광화문광장 차일마을 해단식날 "선배님, 선배님도 우리와 함께 일단 광장에서 철수 하시죠. 그게 명분이 있습니다. 나중엔 떠나시려 해도 명분이 없습니다"란 말을 들으며 혼자 속으로만 되뇌어 봤다. "아이들이 떠난 4월 16일만 함께 하고 가는 것도 명분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라고.
그렇게 세월호 3주기를 광장에서 맞이하고 정리해 떠나오며 "이제 정권이 바뀌면 아이들이 그렇게 떠난 이유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밝혀지겠지"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도 부질없다는 걸 깨달으며 또 다시 5주기를 맞이하다니.
미안하다. 참말로 미안하다. 그때 아이들의 죽음을 밝히는 순간까지 광장에 머물러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돌아와 이렇게 "미안하다. 참말로 미안하다"는 말만 하며 아이들이 떠난 4월을 맞이했고 다섯 번째 4월 16일이 됐다.
페이스북 알림이 3년 전 오늘 내가 기록한 오늘의 기억을 찾아 알렸다. 당시 난 <오마이뉴스>의 메인 화면을 오려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오마이뉴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
솔직히 이번 20대 총선에서 안산지역은 다른 곳과는 분명히 다른 현상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바꾼 부좌현 후보 외엔 모두 새누리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있던 곳이지만 4개의 선거구에서 상록갑·을만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어렵게 이겼다.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인 연관 지역인 단원갑·을 선거구는 새누리당에 전패했다.
하기야 50:50 정도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차이할 줄 알았던 호남지역은 새누리당에서 2석, 더불어민주당에서 2석을 확보하고 나머지를 모두 국민의당이 차지한 현상엔 말문이 막힌다. 다만 호남을 독식하다시피하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합당은 꿈도 꾸기 어려운 조건이란 것이 위안일 뿐이다.
호남권을 내주고도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둬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당차원에서 4·16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리엔 최악을 피하고자 차악이라도 선택한 이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는 행동을 시작했다고 밖엔 평가할 수 없다.
오마이뉴스만 이 시간 그림과 같이 메인면 톱을 세월호 추모를 하고 있다."
-2016년 4월 16일의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서
2016년을 지나 2017년 3월부터 4월 16일까지 기록해 3번째 맞이하던 4월 16일의 기억들을 여기 나눈다.
1000개의 태양을 만나고
여기 한 어미의 무너진 슬픔
피 맺힌 절규로 일렁거린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데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그들은 슬픔조차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잊지 않으마
죽어서도 절대 잊지 않으마
어미가 어찌 네 초롱한 눈빛 지울 수 있느냐
퍽퍽한 빵 한 조각도 미안해
천 날의 태양이 빛나도
다시 맞을 그 빛은 네 목소리였으면
아비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그림을 그렸다
완벽하게 아픈 불면의 밤
바다를 한 양동이 길러 그렸다
푸르고 검은 세상에서 별이 된
이름들을 온 몸 내던져 그렸다
다시 또 하루를 잊지않겠노라
완벽하게 푸르고 검은 바다에 그린다
별이 된 그 얼굴, 그 이름들을.
2017. 1. 8
그 날에
그날
구름 낮게 드리운 바다
꿈이었음 싶었으나
마음이 허물어지는 걸 함께 보았지
해를 가리고
숲을 삼켜버리던
전혀 무게를 가늠할 수도 없던 투명함이
어둡게 무늬를 그리는 걸 함께 보았지
빛이 가려진 그때
더 명료해진 시선은
깊이를 가늠할 길 없이 무거웠고
그림자에 갇힌 숲
일제히 흔들리며
꼭 그렇게 물결로 아득했지
밤과 같은 낮들이
하루
이틀
그리고 다시 또 얼마나 더
그날 같은 오늘과 내일을
무자비에 환장할 노릇일지
2017. 4. 16
지금도 여전히 내 가방과 배낭, 그리고 모자와 옷에 노란 리본이 있다. 사진첩엔 여전히 공개하지 않은 많은 사진들이 간직되어 있고, 매년 오늘이 되면 잊지 않았음을 고백하겠지.
"이젠 그 리본 뗄 때 되지 않았어"라 누군가 묻는다. 그때마다 난 "해결된 게 무엇인데"라 묻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 왜 그토록 노란 리본이 그들에게 불편한지 생각한다.
광화문광장에 함께했던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붙여' 성명서를 발표하여 여기 전문을 소개한다.
한국민예총 성명서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붙여
봄꽃이 다투어 피고 지는 4월. 또 다시 가슴을 치며 통곡케 하는 4월. 그래서 또 다시 촛불을 드는 4월. 오늘은 전 국민이 304명의 헛된 죽음 앞에서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 않겠다며 세월호 참사 기억식을 준비하는 세월호 5주기.
2019년 4. 16 세월호 참사를 맞이하는 국민들의 가슴은 5년이 된 지금까지 수천 길 바닷속 찬 물에 수장되어 있다. 아이들은 별이 되어 천상에 있다지만 여전히 지상을 향해 우리들의 죽음을 규명해 달라, 우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을 처벌하라,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을 인양하라 라는 통곡신호를 보내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무덤덤을 넘어 무신경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던 박근혜 정권을 끝장낸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바람을 이어주는 것. 스스로 촛불정부라고 정체성을 밝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도 만 이태가 되어 가지만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상규명은 5년이 된 지금까지 요원하고 절망적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우파들의 악랄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그저 공소시효에 입각한 시간만 가고 있다.
노란 리본 추모 물결이 천지를 뒤덮으며 촛불을 들었으나 달라진 것도 변한 것도 없는 세얼호 5주기.
우리 한국민예총은 스스로 촛불정부라고 명명한 문재인 정부에게 촛불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하여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2019. 4. 16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