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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헤럴드경제>는 '변호사 2만 명 시대'라는 제목의 기획보도를 시작했다. 핵심은 '변호사의 수가 늘어 현재 변호사 시장이 심각한 불황'이라는 것. 해당 기사들은 변호사업계 불황을 입증하기 위해 변호사 1인당 사건 수임건수, 사무실의 규모 등 변호사 시장의 여러 모습을 살핀다.

그런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의 왜곡 내지 과장이 숨어 있다.

① 서울 변호사 1인당 월평균 1.2건 수임한다고?

헤럴드경제는 '2018년 기준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건수는 1.2건'이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 기사가 밝힌 출처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집계'인데, 원출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연구>다.

그런데 해당 연구의 집계 방식에는 오류가 있다. 첫째, 분자가 덜 계산됐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전국에서 1년간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1806만 9526건이다. 하지만 서울변회 연구는 '2017년 전국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건수'를 분석하며 오직 민사본안사건인 31만 1578건만 분자에 대입하고, 형사·행정·헌법재판·특허·가사·비송·민사본안사건 중 소액사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 원·피고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분자에서 두 배로 계산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음도 간과했다. 전체 사건에서 민사본안사건의 비중이 높음을 감안하더라도 변호사의 수임건수를 축소해 분자를 줄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분모는 너무 많이 계산됐다. 서울변회는 전체 변호사 수를 '등록된 모든 변호사'인 24,522명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11일 서울변회에 확인해보니 교수나 정치인, 임시공무원 등으로 활동하거나 질병 또는 육아 등으로 휴업 중인 변호사들을 제외하지 않았다고 한다.

② 변호사 시장 규모가 3조 원이라는 전제

헤럴드경제는 또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2만 5880명에 달하며 2022년에는 그 수가 3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이어 "변호사 시장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정말 변호사 시장 규모가 협소할까?

역시 기사에 인용된 서울변회 연구에 따르면, 변호사 시장의 규모는 약 3조 원이다. 하지만 이는 송무시장만으로 한정한 수치다. 변호사 업무 중 기업, 공직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송무시장만 따져 업계 불황을 얘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3조 원이라는 숫자가 정확한 송무시장 규모라고 할 수도 없다. 해당 연구에서조차 '매출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 로펌의 특징'이라는 신영무 전 대한변협 회장의 발언을 인용했듯, 송무시장은 실제 매출액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2만 명 시대는 정말 재앙일까
변호사 2만 명 시대는 정말 재앙일까 ⓒ unsplash
 

③ 실무수습 보수가 낮으면 불황이다? 

이 기사는 변호사 실무수습 중의 낮은 보수도 문제 삼는다. 기사에 따르면 실무수습 중 보수는 38.7%가 세후 14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 25.8%가 세후 300만 원 이상이다. 그런데 이는 실무수습 중 보수이지 변호사의 평균적 소득이 아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실무수습 기간의 보수는 기득권층의 노동력 착취 문제의 관점으로 접근할 문제이지, 본 기획의 취지인 '변호사 시장 불황'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변호사의 실제 소득수준을 가리는 왜곡이다.

④ '1평 사무실이 변호사 불황의 상징'이라는데...

해당 보도는 또 "1,2평의 소호사무실의 활성화는 업계의 (불황)상황이 반영된 풍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호사무실이 인기인 것은 최근의 서울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사무실 임대료의 문제는 변호사뿐 아닌 대한민국 모든 자영업자의 문제다.

한편, 기사에서도 언급하듯 소호사무실을 주로 찾는 이들은 청년변호사다. 당연하다. 신입변호사들이 사용하라고 만든 시설이 소호사무실이기 때문이다. 자금이 부족한 신입변호사가 소호사무실에서 개업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는 것을 문제라고 한다면, 그가 서초대로변에 수십평 사무실을 차리고 네댓 명의 직원을 고용하면서 화려한 시작을 해야 불황이 아니라는 것인가? 그것이 과연 가능하고 또 바람직한 일인가? 헤럴드경제 취재진에게 묻고 싶다.

⑤ 변호사 승진·해외연수 어려우면 불황?

이 기획 보도는 대형로펌에서 연간 10명 이상의 신규변호사를 채용하면서 인사적체가 되었고 해외연수의 관행조차 불투명해진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변호사업계에서 승진이 어렵거나 해외연수 혜택이 준 것이 기사화될 정도로 사회문제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승진혜택, 해외연수혜택을 못 받는 정도로 '업계의 불황'을 말하는 것은 적어도 폐업난 속에서 생계위협을 겪는 소상공인들과 선을 긋는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⑥ 창업과 불황의 연관성은 무엇인가

해당 보도는 또 대형로펌을 나와 개업을 하는 변호사들의 모습이 불황의 단면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는 것이 대체 어째서 불황의 단면인지, 그 모습과 송무시장 포화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기사에는 어떠한 설명도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개업변호사들의 '개인적 도전의식'에서 개업을 한다는 직접적 목소리를 생생히 담겼다. 이들은, "대형 로펌에 있으면 파트너변호사가 주는 사건만 하게 된다. 어쏘 변호사는 축구로 치면 골은 못 넣고 어시스트만 계속 해야 한다"라거나 "변화할 시기를 놓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능동적으로 제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를 인용하면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송무시장 포화... 송무시장 뛰쳐나온 변호사들'이라는 인위적 제목에 가두고 변호사 시장이 불황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작위적이다.

그들이 '변호사 시장 불황'을 말하는 이유

이처럼 사실을 비틀거나 과장하면서까지 해당 기사가 변호사 시장의 불황을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런데 이 기사 마지막 단락에 힌트가 담겼다. 
 
변호사단체에서는 변호사 배출 수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변협의 경우 현재 1500명 선인 변호사시험합격자를 1000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변호사로 활동하지 못하는 졸업생 비율이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에 로스쿨의 입장도 대변해 균형을 이룬 것 같지만, 이미 기사의 대부분은 변호사 시장의 어려움으로 채워진 뒤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어떤 세력이 자격시험화로 변호사 수가 느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보려 해당 보도를 독려했다고 의심한다면, 기자의 지나친 억측일까?

변호사는 여전히 각종 소득분포에서 상위층에 위치한다. 실제 적지 않은 변호사들이 "업계에 어려운 변호사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다른 업계보다 변호업계가 더 어렵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언론의 변호사 시장 불황 기사는 왜곡되거나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폐업난까지 겪는 변호사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대형로펌과 개업변호사 간의 격차, 도농 간 격차 등 '변호사 시장의 양극화'의 해소로써 해결할 일이며, 또한 로스쿨 설립 취지이기도 한 송무시장 외 변호사 업무 확대 등으로 해결할 일이다.

이 같은 근본적 해법은 외면한 채 무작정 '변호사 시장이 어려우니 자격이 있어도 변호사자격을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 해당 기사들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 '변호사 수가 늘면 국민에게 이롭다'는 내용이다.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사회문제로 보는 관점 자체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로스쿨 도입취지 중 하나는 '사법개혁'에 있었고 사법개혁에서 대국민 법조서비스 문턱을 낮추고자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것은 핵심 요소다. 그렇다면 법조계 진입장벽 앞에서 기득권자와 신규진입자들 간 충돌이 빚어질 때 갈등 해결의 판단기준은 '국민'이고 '공익'이어야 한다. 즉 해당 보도가 주목하는 '변호사의 수'의 문제 해법은 변호사들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중심으로 놓고 답을 찾아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양필구 기자는 현재 로스쿨 재학생이며 '로스쿨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전국법학전문대학원TF' 언론대응팀 소속입니다.


#로스쿨 정상화#대한변호사협회#자격시험화#변호사시험 합격률#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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