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권우성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주최한 한국경제 정책세미나가 파행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진행된 세미나는 당초 금융과 재벌, 조세재정 등 세 가지 핵심 부문에 대해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첫번째 주제인 '금융시스템의 개혁과 금융시장 효율화' 부문이 전격 취소됐다. 주최 쪽이 이 주제 발표자였던 전성인 교수(홍익대 경제학과)의 발제 내용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22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KDI 쪽에서 어제(21일) 저녁에 발제 내용 가운데 특정 부분을 문제 삼아 해당 부분을 빼고 발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개혁의 액션플랜을 빼고 발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KDI의 요청을) 거부했다"면서 "이 때문에 오늘 세미나 발제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KDI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전 교수의 발제 내용 가운데 특정인물에 대한 인사관련 부분 등이 언급돼 있어, 해당 부분에 대해 (전 교수와) 상의했었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 자료요약본까지 배포해놓고...

KDI는 발표 전날인 21일 오후 언론사에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전 교수가 금융발전 지체의 원인이 금융감독의 후진성이 있음을 살펴보고, 금융감독의 선진화를 위한 장단기 정책과제와 액션 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발표 요약본을 공개하며 "우리나라 금융 발전 지체는 상당 부분 금융감독체제의 후진성 때문"이라는 발제 내용도 미리 소개했다. 이어 금융감독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금융감독 체계의 개편이며, 금융위원회의 완전한 해체가 필요하다는 전 교수의 주장도 함께 실었다.

이처럼 KDI는 전 교수의 금융개혁 발제 내용을 사전 공개했음에도, 정작 발표 직전에 특정 부분을 문제 삼아 발표가 무산됐다. 전 교수는 "KDI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금융위 해체를 위한 액션플랜"이라며 "최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담당했던 증권선물위원장인 금융위 부위원장을 경질하고, 향후 금융위원장도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전 교수가 이날 세미나가 시작된 후, 기자들에게 공개한 발표 자료를 보면 이같은 액션플랜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그는 "모든 정권은 관치금융이 주는 '달콤한 마약'에 쉽게 중독되어 개혁의 추동력을 상실했다"면서 "관치금융 청산만이 금융패러다임, 금융개혁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금융개혁의 핵심은 금융위 해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서 한국개발연구원-한국경제학회 주최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한국경제의 미래'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2018.11.22
22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서 한국개발연구원-한국경제학회 주최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한국경제의 미래'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2018.11.22 ⓒ 연합뉴스

이어 "금융개혁의 핵심은 금융위원회의 완전한 해체"라며 "금융위의 관료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시행하는 개혁은 '관료가 용인하는 개혁의 범위'로 한정될 것"이라고 적었다. 전 교수는 또 금융위 해체를 포함한 금융감독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국회에 제출된 금융감독기구 개편 관련 법률 등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금융위 해체를 위한 액션플랜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전 교수가 강조한 액션플랜은 우선 최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처리 등으로 논란의 중심이 됐던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개혁이다. 현행 증권선물위원장은 금융위 부위원장이 맡고 있는데, 김용범 현 위원장을 경질하고 민간 개혁인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현 금융위원장도 사임하고, 금융위와 증선위 상임위원 가운데 관료들의 직무를 정지해야한다"면서 "금융위원장 직무는 부위원장이 잠정적으로 대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후 금융정보분석원(FIU)를 제외한 모든 금융위 관료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리고, 금융위 사무처 기능은 금감원에서 잠정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의 액션 플랜은 금융위를 해체해서, 금융산업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하는 것이다. 금융산업정책은 기재부로, 감독기능은 금감원으로 넘기는 방안이다. 금융정책을 맡게 되는 기재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게 전 교수의 구상이다. 물론 이는 국회의 법률 개정을 통한 정부조직이 개편돼야 가능하다.

전 교수는 "그동안 관치금융이 금융의 발전과 금융에 대한 정당한 규제까지 발목을 잡아 왔다"면서 "정권 초기에만 관료보다 상위 세력에 의한 금융빅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법 개정이 어렵고 금융위 관료들의 저항도 예상된다"면서 "대통령의 권한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모색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KDI#전성인 교수#한국경제 세미나#금융위 해체#금융개혁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