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이 작은 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서 드나든 지도 십년이 지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밀조밀 정겨운 풍경, 다양하고 풍부한 먹거리, 매물도, 외도, 비진도 등 아름다운 섬으로의 여행, 그리고 무엇보다 도심 깊숙히 들어와 사람들과 함께 숨쉬는 강구안 바다. 이것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통영으로 불러내는 통영만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경남 통영의 관광 명소인 '동피랑 마을'에서 9월 1일부터 10월 5일까지 벽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006년 시작된 축제는 2년마다 마을 주민과 함께 한다. 6회째인 올해 축제의 주제는 '다(多)같이 동피랑'이다. 이 속에는 '많은 사람이 모두 함께', '함께의 가치'란 뜻이 담겼다.
지난 달 24일까지 벽화 작업 참가자를 모집하여 50여 팀, 200여 명이 신청, 참가하게 되었다. 이들은 동피랑 마을의 담벼락에 새 옷을 입힌다. 기존 벽화의 일부는 그대로 두고 주민들이 교체를 희망하는 벽화는 새로 그린다. 벽화 그리기가 끝나면 심사를 통해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선발한다. 10월 11일에는 흥겨운 마을 잔치도 열린다.
동피랑 마을은 통영항 어시장인 중앙시장 뒤쪽 언덕에 있는 마을. '동쪽 벼랑'이란 뜻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가장 높은 곳의 동포루에 오르면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통영시가 2000년대 초반 도시 정비를 위해 철거하려 했으나 시민단체, 주민들이 이를 저지하고 벽화를 그린 뒤 새롭게 단장했다. '통영의 몽마르트르'로 불리며, 50가구 150여 명이 살고 있다. 그림을 구경하며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마음은 어느새 정겹고 즐거워진다.
통영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통영의 별미인 시락국이나 충무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난 뒤, 동피랑에 올라 좁은 골목길을 걷는 것도 좋다. 어린왕자와 조우하기도 하고 남망산공원에 올라가 통영과 바다를 조망해본다.
내려와서 강구안 거리를 거닐면서 백석의 시를 감상하며 마음에 물기를 올린다. 문화마당 터줏대감인 커피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는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받아들고 바닷가에 주저 앉아 작은 배들이 들고나는 강구안 바다를 느긋하게 바라본다. 그러면 바다 사람들의 진한 생명력과 함께 그런 사람들을 품어주는 넉넉한 바다의 매력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서호시장안 원조시락국집의 시락국(장어를 푹 고아서 시래기를 넣고 끓임)이나 여객선터미널 맞은 편 수정식당의 복국, 그리고 통영맛집의 유곽멍게비빔밥이나 강구안 충무김밥으로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한다면 눈도 입도 즐거운 통영여행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