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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서명한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잡은 손을 들고 있다.
'판문점 선언' 서명한 남-북 정상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잡은 손을 들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라는 유행어를 남긴 2018년 4월 27일 3차 남북정상회담 뒤 100일(4일 기준). 합의는 얼마나 잘 지켜졌고 남북은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남북 정상이 함께 발표한 성명, 즉 판문점 선언을 남북이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느냐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후했다. 하지만 역시 남북만 잘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북한과 미국의 싱가포르 선언 후속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판문점 선언 또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일단 '잘되고 있는 것'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합의 내용을 꼽자면 2조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전쟁위험 해소'와 관련한 합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판문점 선언에 들어있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이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준종전선언'이라 할 수 있는 약속인데, 더 이상 북한에서 핵과 미사일을 동원한 위협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북한도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작년까지 느꼈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지금은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선언이) 이행이 되고 있다고 본다. 판문점 선언은 우리 마음속에 이런 변화의 전환점으로 각인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1조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인 개선과 발전' 관련 합의도 대체적으로 잘 이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6.15(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계기 민족공동행사가 이행되지 않았지만 철도 연결, 군통신선 복구, 이산가족상봉, 아시안게임 단일팀 등 그 외에 모든 분야의 이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가시적 성과와 물질적인 상태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남북 대화가 일상화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실천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합의문 서명하는 김정은-트럼프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석해 있다.
합의문 서명하는 김정은-트럼프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석해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남북 바퀴엔 문제없는데, 북미 바퀴 안 돌아가"

3조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합의들은 '가장 중요하지만 이행 상황이 순탄치 않다'거나 '다른 합의 사항 이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3조 3항은 '올해 안 종전선언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혹은 4자 회담 개최' 내용이고, 4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합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바퀴'엔 큰 문제가 없는데 '북미 바퀴'가 제대로 안 돌아가면서 남북관계도 기대한 만큼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3조) 1항(불가침 합의 재확인) 2항(군사적 긴장 해소 및 단계적 군축)은 북한이 이행하고 있지만, 3항, 4항은 북한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지 않으면서 종전선언만 요구하고 있는데, 비핵화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어야 종전선언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남북관계의 개선과 군사적 긴장 해소가 가능해진다"고 진단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도 "결국엔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평화체제 내용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북미대화에서 이 이행 로드맵이 마련되고 여기에 상응해 남북관계도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북미가 로드맵만 만들고 이행 국면으로 가지 못해서 남북관계도 더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관계학)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은 패키지로 연결돼 있다. 북미 사이에 비핵화 부분이 진전되지 않아서 남과 북이 뭘 더 하려고 해도 결국 대북제재 국면에 부딪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의 참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시설 개보수, 군 통신선 복원 등을 위해 북한에 물자 반입이 필요했고, 이에 대해 UN 안보리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았다. 지난달 20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UN 안보리 이사국을 상대로 남북 간 합의 이행을 위해 제재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브리핑하고 예외 인정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한국이 앞장서서 대북제재를 완화하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에 한국이 구멍을 내고 있다'는 논조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비판의 전제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한 게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조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미국 주요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의회의 여러 의원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개성공단 재가동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 공화당)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북한은 '종전선언 논의는 뒤로 미루고 비핵화 논의만 하려고 한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남한을 향해선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고 판문점 선언을 적극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비핵화 검증의 첫 단계인 '핵무기·핵시설·탄도미사일 등에 대한 신고'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종전선언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북제재도 비핵화 진전 이전에는 풀지 않겠다고 한다. 

결국, 6.12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후속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판문점선언 3조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합의는 물론이요, 2조 '군사적 긴장완화'를 추진할 명분도 약화될 수 있다. 또 1조 '남북관계 개선 발전'을 위한 남북 교류 확대는 대북제재로 인해 물리적으로 제약을 받게 된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 ⓒ 한국공동기자단

"시한 촉박, 북한은 시간 끌기 말아야" - "이제 미국 차례"

이 같은 상황을 풀어내는 해법은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는 북미 사이 합의에 따른 게 아니라 북한의 일방적 조치다. 북한은 이를 이유로 종전 선언을 해달라는데, 말이 안 된다"며 "미국은 최소 (핵·미사일) 동결을 해야 하고 신고와 검증에 대해 약속을 하라는 것인데 북한이 응하지 않으니 미국 입장에선 시간끌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11월 6일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확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시간끌기가 우려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준형 교수는 "결국 강자가 양보하지 않는 한 평화를 이루기는 어려운 것 같다"면서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폐쇄한 것은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순서상으로는 미국이 종전선언 정도는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는 "북한에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남한과 미국이 기존의 제도적인 관성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폐쇄한 날에 한국과 미국은 일본과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훈련을 했고 북한의 <우리민족끼리>가 '적대적 관성'이라고 비난했다"며 "엄밀하게 보자면 이런 태도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위반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동맹과 제재의 굴레를 합리적으로 돌파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 비핵화로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쉬운 것부터 잘 이행해왔는데, 지금은 쉬운 것도 하고 어려운 장애도 뚫어야 할 단계"라고 진단했다.


#판문점선언#100일#싱가포르선언#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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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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