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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진열로 탈변색 된 신발 공제하는 탠디 탠디 제품을 아울렛에서 판매하는 매니저가 탠디로부터 받은 공제 관련 서류. 백화점 매니저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 한다고 했다.
매장 진열로 탈변색 된 신발 공제하는 탠디탠디 제품을 아울렛에서 판매하는 매니저가 탠디로부터 받은 공제 관련 서류. 백화점 매니저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 한다고 했다. ⓒ 신지수

구두업계 매출 1위인 국내 수제화 브랜드 '탠디'가 위탁계약을 통해 제품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위탁 판매 매니저들에게 각종 손실부담을 떠넘기는 '갑질 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백화점 조명 탓에 구두가 변색되면 판매가격의 30%를, 고객 변심으로 맞춤 제작된 구두가 팔리지 않아도 판매가의 50%를 매니저에게 부담하게끔 했다.

탠디는 '매장관리위탁' 계약을 통해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서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각 지점의 매니저는 구두의 관리와 판매 등을 하고 매출의 일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문제는 구두를 판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손실들을 매니저가 받아가는 수수료나 매출액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매니저에게 관리의 책임이 있다고는 하나, 그 책임을 십수만 원 하는 구두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부담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합리한 공제 조항

손님의 변심으로 구두가 팔리지 않으면 주문을 받은 매니저 탓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탠디의 '매장관리위탁 계약서'에 따르면, '스몰사이즈·빅사이즈 반품시 판매가격의 50%를 수수료에서 공제한다'라는 항목이 있다.

탠디에서는 여자 신발은 225~250까지, 남자는 245~280까지 만든다. 그보다 작거나 큰 신발은 맞춤 제작을 넣어야 한다. 그렇게 맞춤 제작된 신발을 손님이 신었는데 발에 잘 안 맞거나 변심 등으로 주문을 취소하면 신발 판매가의 50%가 수수료에서 공제된다. 판매가 30만 원인 신발이라면 15만 원을 오롯이 매니저가 부담하는 것이다.

탠디 백화점 매니저로 일했던 B씨는 "맞춤 주문을 넣을 때는 취소가 안된다고 손님께 말씀드리긴 한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취소를 요구하거나 새로 만들어달라는 손님들이 많다"라고 했다. 그는 "백화점 특성상 손님이 왕이고 요구를 거절하면 클레임이 들어오기 때문에 들어줄 수밖에 없다"라며 "그렇게 남은 신발은 매니저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작은 사이즈의 손님이 오면 주문을 안 받기도 했다"라며 "안 팔리면 그 피해를 내가 보니 피하게 되더라"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다른 브랜드처럼 규제가 없으면 주문 받고 반품도 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조명으로 신발이 탈·변색 돼도 매니저 탓이다. 계약서에는 '탈색된 신발 반품 시 판매가격의 100%를 매출액에서 공제'라는 항목이 있다. 백화점은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할로겐 조명 등 빛이 강한 조명을 많이 쓴다. 매장 천장은 물론 각 진열대에도 조명들이 제품 바로 옆에서 강한 빛을 내리쬐고 있다. 구두 매장을 오래 운영했던 매니저들은 관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조명 때문에 탈·변색이 많이 발생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대형 백화점 지점에서 탠디 구두를 판매하다 지난해 하반기 그만둔 매니저 A씨의 경우 변색이 안되게 하려고 일주일에 이틀은 일명 '신발갈이'를 했다. 매장에 있는 재고 박스를 다 꺼내, 매장에 진열돼 있는 한 짝의 신발을 다른 짝으로 바꿨다. 꼬박 2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변색되는 게 꼭 나온다. 그러면 구두 가격 전액이 매출액에서 빠진다.

A씨는 "매니저들이 항의해서 그나마 변색에 따른 차감 금액을 2~3년 전쯤 판매가 100%에서 30%로 바꿨다"라며 "30%라고 해도 30만 원 넘는 구두면 10만 원 가량"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탠디 매니저로 일한 B씨도 "관리해도 탈·변색이 발생하는데, 원가 공제도 아니고 판매가 공제는 너무하다"라며 "변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진열을 안 할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매니저들 "수십만 원 하는 판매가 공제는 너무해"

'배달 사고'를 늦게 발견해도 매니저 탓이다. 양쪽의 사이즈가 다른 이른바 '짝짝이'가 배달 오면, 3일 이내에 발견해 보고해야 한다. 아니면 50%가 공제된다고 계약서에 나와 있다. 하루에 제품 100개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일일이 확인 못 할 때가 많다는 게 매니저들의 토로다.

A씨는 "많을 때는 하루에 제품 100개 넘게 들어온다"라며 "매장 직원들이 정리하다 놓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 박스를 열었는데 사이즈가 다른 게 있으면 매니저들이 무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꽤 흐른 상태에서 짝짝이를 발견하면 매니저가 자신의 카드로 긁기도 한다. 판매 실수로 짝짝이를 팔면 판매가로 100% 공제되는데, 늦게 발견하면 배달 사고가 아닌 판매 실수로 치부된다는 게 매니저들의 주장이다.

A씨는 "사이즈가 짝짝이거나 판매성 없는 신발을 가지고 있는 매니저들이 꽤 된다"라며 "저도 두 켤레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석에서 신발 두 켤레를 꺼냈다. 그는 이어 "어차피 판매가 전액을 공제 당하는데, 카드 결제하면 매출이라도 찍히니까 긁는 것"이라며 "내 매장 물건 내가 사는 것처럼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공제 스트레스

반품하면 공제되는 구조이니 반품을 피하면 차감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불가능한 구조다? 탠디 본사로부터 일괄 반품 지시가 내려올 때가 많고, 이를 어기면 분실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판매가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B씨는 "본사에서 반품하라고 하면 해야 된다"라고 밝혔다. B씨는 이어 "신제품이 나와서 기존에 팔던 모델을 본사에서 거둬들여 행사로 빼는 경우가 있다"라며 "그러면 일괄적으로 해당 모델을 본사에 반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사 직원인 박아무개 과장이 매니저들에게 보낸 카카오톡에 따르면 '본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공지하오니 영업에 차질 없도록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반품 공지를 했다.

반품 지시에 더해 1년에 2번 정도 하는 정기 재고조사는 매니저들에게 고통의 시간이다. 반품 지시를 겨우 피한 탈·변색, 판매가 안 된 스몰·빅사이즈 신발, 짝짝이 등이 이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A씨는 "매니저들끼리는 정기재고조사 나온다는 이야기 나오면 우스갯소리로 '회사 돈 떨어졌나보다'라는 말을 자주했다"라며 "재고 조사 다음 날 짝짝이, 변색, 재고 불일치 등으로 1천만~2천만 원 차감됐다는 매장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B씨도 "제 주변에 600만~700만 원 정도 공제된 매니저들 많았다"라며 "저도 한 달에 300만 원 공제된 적도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매출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공제되는 게 너무 많아 힘들어 매니저를 그만뒀다"라고 고백했다.

다른 구두 브랜드에서 근무하다 탠디 본사 행사팀에서 일한 C씨는 "참다 못해 제화공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매장 매니저들에게 가해지는 갑질도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하다"라며 "탠디가 구두 업계 매출 1위지만, 겪어본 곳 중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한 쪽에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

직장갑질119 법률 스태프인 오현정 변호사는 "구두의 변색, 손님의 변심 등의 부분은 기본적으로 사업자(탠디)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라며 "판매 과정에서 매니저가 잘못했다면 그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실제 원가도 아니고 판매가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과다하게 배상을 시키는 것들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탠디 본사가 매니저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지만,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여러 매니저들과 체결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약관으로 볼 수 있다"라고 했다. 탠디 본사는 매니저들과 개별적으로 매장관리위탁계약을 맺고 있지만, 매장 매출에 따라 달라지는 수수료, 고용해야 하는 매장 직원의 인원수 등을 나중에 기입할 뿐 그 외 계약 조항은 동일하다.

오 변호사는 "약관 규제법 6조2항1호에 보면, (계약 당사자) 한 쪽에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과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조항은 무효라고 정하고 있다"라며 "고객의 변심은 원래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성인데 아무 잘못도 없는 매니저에게 전가시킨다면 규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탠디 "제품 관리 책임을 부여한 것"

탠디 쪽은 매장 관리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탠디 김아무개 이사는 "매장에는 제품 관리의 책임이 있다"라며 "그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거나 큰 사이즈 신발을 반품하면 판매가의 50%를 물리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경고성 패널티'라고 했다.

탈·변색 공제에 대해서는 "진열할 때 일주일에 한 번씩 바꿔주라고 (매니저들한테) 항상 이야기한다"라며 "그걸 해태했을 때 경고의 의미로 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짝짝이' 신발 공제에 대해서는 그는 "기본적으로 박스를 열어보고 확인하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또 김 이사는 3년 전부터 손실의 책임을 수수료가 아닌 매출에서 공제해 공제 금액이 적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령 매출의 15%를 수수료로 받는 매장 매니저가 3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수수료로 450만 원을 받아간다"라면서 "30만 원짜리 10켤레가 문제가 생기면 300만 원이 공제금액인데, 수수료에서 제하면 수수료가 150만 원만 남지만 매출에서 공제하면 2700만 원 매출의 15%인 405만 원이 매니저 수수료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켤레당 4만5천 원, 원가 이하로 공제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짝짝이의 경우) 20일 이내에 발견하면 패널티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라며 "계약서는 3일로 돼 있지만 계약서대로 안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계약서 조항들은) 거의 사문화됐다고 보면 된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까지 탠디에서 일한 매니저 A씨는 "매출에서 공제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수수료에서 공제했다"라며 "공제당한 신발을 회사에 가져가 이야기를 잘해야, 그나마 손실이 적은 매출 공제로 바꿔주는 식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탈·변색의 경우도 계약서에는 매출에서 공제된다고 돼 있지만, 수수료에서 공제한 경우가 많았다"라며 "매출에서 공제하든 수수료에서 하든, 어차피 공제금액만 조금 다를 뿐 판매가 기준으로 공제하는 것은 매한가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탠디는 1979년 명동 구둣방으로 출발한 국내 제화 회사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69억4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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