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변을 따라 복숭아꽃이 피었다. 잠두리 쪽은 벌써 다 지고 그 근처 둘레길이다. 어릴 때, 외할머니 손잡고 논둑길을 걸으면 복숭아꽃이 마구 피어 있었다. 꽃을 따서 입에 넣기도 하고 한아름씩 꺾어 집에 왔다.
강변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주 작은 동산이 나온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조금만 알려지면 사람들이 마구 들어와 망쳐 버린다. 나만 알고 싶은 곳이다.
금산 홍도화길도 이쁘다. 좁은 골목길에 삐뚤빼뚤 심어놓은 어린 홍도화다. 한쪽 옆 밭에선 채소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여름 날씨처럼 더웠다. 시원한 그늘엔 자리를 펴고 소풍을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다들 행복한 얼굴이다. 꽃속에서는...
빨간 홍도화와 함께 한쪽 가지엔 하얀 도화가 피어있다. 같은 가지에서 하얀꽃 빨간꽃이 함께 핀 것도 있었다. 조금 작았다. 다른 것 보다. 무주는 예쁜 길이 많다. 잠두리길, 각시소길같은.
나도 이젠 여행을 하면 꽃도 보이지만 무덤도 보인다. 마냥 이쁜 세월만은 아니었다. 보고싶은 사람도 있고 찾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살 줄 몰랐는데...
내가 갈 수 없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 자리에서. 봄이 오면 괜스레 허전해진다.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래서 꽃이 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