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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이명박, 동부구치소로 압송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구속된 이명박, 동부구치소로 압송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도덕적으로 완벽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그가 대통령일 때 그토록 강조했던 '국격'에 맞는 일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사적 이익에 썼고,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을 훼손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 그가 구속되기 전에도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7~8명이 구속수사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도 그의 거짓말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 70~80%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한 것도 같은 의미이다. 23일 구속된 그의 불법 혐의를 합쳐도 이 사업의 해악이 더 크다. 세금 22조 원을 낭비했고, 강을 망쳤다. 경제도 살리지 못했다. 그는 11년 전 다스 실소유자 논란이 제기됐을 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지만, 4대강 사업을 국운융성 프로젝트라고 주장한 것이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미 드러난 거짓말을 처벌할 수는 없을까?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죗값을 물을 수는 없을까? 오마이TV가 지난해 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이라는 제목의 다큐를 시작하면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을 만난 것은 이런 의문 때문이었다. 다시는 4대강 사업과 같은 국가적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30조 원의 쓰임새] 예산 도둑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 소장은 박근혜 탄핵 촛불이 타오를 때인 2016년 12월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이라는 책을 내서 화제가 됐던 예산 전문가이다. 당시 박영수 특검은 최순실씨의 예산 도둑질 수법을 수사하려고 그에게 강의를 요청했을 정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에 그의 개인 교습을 받았다. 방송인 김제동씨도 그의 수제자이다.

우선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그에게 물었다.

"공사할 때 22조 원이 들었죠. 그 뒤 유지관리비는 매년 작게는 5천억 원이지만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1조 원 가깝게 들었을 겁니다. 간접비용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는데, 환경부와 국토부 등에 편성된 4대강 예산이라기보다는 공사 때문에 도로나 다리를 바꿔야 하는 등의 비용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 거의 30조 원의 세금이 들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너무 큰 액수여서 비교 수치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국립대학 학생들이 1년 동안 공짜로 학교에 다니면 2조 원이 듭니다. 30조 원이면 15년을 무료로 할 수 있는 돈이죠. 전체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무료로 하면 7조 원입니다. 최근에 1인당 10만 원씩 아동 수당을 주려고 하는데, 그 돈이 3조 원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면 1년에 2500억 원이면 됩니다. 4대강에 투입된 30조 원을 복지 혜택에 사용했다면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렸을 겁니다."

 정창수 나라살림 연구소장
정창수 나라살림 연구소장 ⓒ 정대희

이명박씨는 4대강 사업으로 3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40조 원의 경제 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없었다는 보고서는 많았죠. 3000억 원짜리 사업을 했는데 30명만 고용했다는 예도 있습니다. 그마저도 공사가 끝나면 없어지는 일용직 일자리였습니다. 토목건축 분야는 자동화되고 기계화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하는 사회복지나 농업 등의 분야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습니다."

정 소장은 예산 전문가답게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면서 설명했다.

"재정을 고용으로 볼 때 사회복지 분야에 10억 원을 쓰면 27명 정도의 고용 효과가 있습니다. 10조 원을 들이면 2만7000명의 고용이 일어납니다. 4대강에 쓰인 예산 30조 원이면 다른 분야에 투입하면 31만 명의 고용 효과를 볼 수 있겠죠. 청년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 돈입니다.

고용으로 인해 경제성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데요, 대체로 투입한 돈의 70~80% 정도가 성장률에 반영됩니다. 20조 원을 투입했다면 1600조 원이 GDP에 반영되는 거지요. 30조 원이면 0.1~0.2% 이상의 GDP 성장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겁니다. 30조 원은 엄청난 돈입니다."

그는 특히 "4대강 사업은 수입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관리비용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에 밑 빠진 독이 물을 붓는 사업"이라면서 "지속가능한 예산낭비사업"이라고 규정했다.  

[탈법] 예비타당성 조사 예외 규정

 4대강 사업 당시 충남 공주시 옥성리 모래톱을 준설하고 있다. 여기에서 퍼낸 모래는 옥성리 농지리모델링에 사용되었다.
4대강 사업 당시 충남 공주시 옥성리 모래톱을 준설하고 있다. 여기에서 퍼낸 모래는 옥성리 농지리모델링에 사용되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의 예산 낭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형 신규 공공투자 사업의 사업 추진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제도가 있다. 국가재정법에 근거해서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일 때에는 사업에 착공하기 전에 경제성과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세금 22조 2천억 원을 투입했기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부는 4대강 공사를 벌이기에 앞서 2009년 3월에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고쳤다. 이 조사에서 제외되는 사업 범위를 '재해복구 지원'에서 '재해 예방·복구 지원'으로 바꾼 것이다. 또 '지역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했다. 

꼼수였다. 결국, MB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재해 예방을 위한 치수사업이라면서 준설과 제방 보강 등의 영역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했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도 6개월 만에 끝냈고, 청계천 문화재 지표조사는 1년 2개월이 걸렸는데, 이보다 213배나 긴 4대강의 조사는 1달 반 만에 마쳤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시행되는 제도입니다. 예산 낭비를 막는 여러 가지 성과도 있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의 예외규정을 고쳐서 4대강 사업을 빠져나가게 했습니다. 탈법이죠. 국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무시했습니다."

[링컨법] 실패한 정책에 책임 물어야

 정창수 나라살림 연구소장
정창수 나라살림 연구소장 ⓒ 정대희

정 소장은 "4대강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고, 보고서도 보지 못했다"면서 "막대한 건설비용과 유지관리 비용을 들였지만, 보에 갇힌 물은 썩었다"고 말했다.

"수백 km의 낙동강이 하루 만에 흘러갑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 이후에는 유속이 1km 정도라는 데이터를 봤습니다. 충격적이었죠. 고인 물이라고 봐도 됩니다. 강을 호수로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썩었지요. 고인 물은 썩는다는 기본적인 상식조차 부정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부역자들은 지금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까요?"

정 소장은 "지금까지는 예산이 정책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처벌이나 평가에서 제외됐었다"면서 "하지만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예산 낭비사업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링컨법'으로 불리는 미국의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등 방지법'을 예로 들었다. 미국은 남북전쟁 때인 1863년 부정하게 정부 보조를 받으면 정부 손해액의 3배를 환수하는 내용의 부정청구금지법을 제정했다. 당시 대통령이 링컨이었기에 '링컨법'으로 불린다.

"4대강 사업은 실패한 사업이잖아요. 우리나라는 관료국가이기에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을 두려워했죠. 정부 수립 이후 예산을 낭비해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뇌물 등의 증거가 드러나야만 법적으로 처벌을 했죠.

하지만 실패한 정책을 처벌하는 링컨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산 편성을 때 참여했던 정치인, 이에 동조한 관료, 수혜를 입은 기업까지 처벌해야 합니다. 최순실씨의 경우도 자기가 예산을 기획해서 사익을 추구한 것만으로도 구속됐고, 정권까지 교체됐습니다. 예산 낭비의 규모 면에서 볼 때 4대강 사업은 수십, 수백 배를 넘어섭니다."

그는 "미국의 링컨법은 예산을 낭비한 정책에 대해 형사소송을 걸 수 있고, 이득을 본 자들에게 강력한 징벌을 결정하고 환수하는 제도"라면서 "문제를 제기한 내부고발자에게는 환수 금액의 10~30%를 포상금으로 주고 있고, 매년 7000만 불에서 1억 불 정도의 상금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매년 10~20여 건에 달하는 예산 낭비 사업이 링컨법으로 처벌받고 있다. 특히 국방 분야에서 많이 발생하며, 댐의 건설비를 부풀리거나 심지어 USB 한 개의 가격을 수백만 원으로 책정한 것이 드러나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앞으로 4대강 사업과 같은 예산 낭비 사업을 근본적으로 못하게 하려면 정책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데도 추진을 했고,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우리는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은 예산에서도 시민참여가 절실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민 참여 예산제를 시행하려고 하는 데 이런 데에도 많이 참여해야겠지요. 예산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하지 않으면 예산을 쓰는 일종의 대리인들이 주인 노릇을 합니다."

[마지막] 4대강의 진실을 밝히는 시작

이명박씨는 22일 밤 동부구치소로 가기 직전에 아래와 같은 글을 자기 페이스북에 올렸다.

 22일 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경을 남겼다. 자필로 쓴 이 글은 구속을 대비해 미리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경을 남겼다. 자필로 쓴 이 글은 구속을 대비해 미리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전대통령페이스북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그의 구속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의 구속 영장에 기재된 혐의 내용에는 수백억 원대의 뇌물 중 4대강 사업으로 받은 5억 원의 불법 자금도 있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때에도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 재벌들이 공사비를 불법 담합해 막대한 이익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썩고 있는 4대강은 이미 자기의 상처를 드러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참모습은 이제부터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짓밟았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처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에겐 아직 링컨법이 없지만, 지금이라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에 착수한다면 다스 실소유주 문제와 비교할 수 없는 비리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과 같은 예산 낭비 사업을 끝내는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마이TV와 10만인클럽은 '4대강 독립군'들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부역자들의 민낯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다. 그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당한 죗값을 받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아래 영상은 오마이TV와 10만인클럽이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제작한 네 편의 미니 다큐이다. 지금까지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캐는 일에 응원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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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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