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서 봄이 가까이 와 있음을 직감한다. 봄마중을 나간다. 영산강 상류에 있는 태목리 대숲이다.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담양하천습지가 품고 있는 대숲이다. 대숲과 습지 여행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월 25일, 이곳을 직접 방문했다.
영산강을 경계로 행정구역이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로 구분된다. 대숲은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에 속한다. 호남고속국도(담양-고창) 북광주 나들목에서 담양 대치 방면으로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다.
대숲 옆으로 난 강변 둔치를 따라간다. 강물과 가까이서 눈 맞추며 습지와 호흡할 수 있는 둔치다. 빛바랜 갈대도 강변 풍경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새봄과 함께 찾아온 봄기운이 강물에 넘실대고 있다.
문병란 시인의 시 <담양골의 노래>가 시비로 세워져 있다. 큰 대바구니 모양의 조형물도 별스럽다. 둔치 길은 영산강을 가운데에 두고 한쪽은 걷는 길로, 다른 쪽은 자전거를 타는 도로로 만들어져 있다.
길은 둔치를 따라 대전면에서 수북면 쪽으로 이어진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다. 어릴 때 깨복쟁이 친구들과 어깨 걸고 다녔던 그 길이다. 그래서 더 정겹다. 길섶에서 숲을 이룬 대밭도 소담스럽고 아름답다.
오른편으로 대숲이 우거져있다. 대숲 가운데로 나무다리(데크)가 놓여있다. 자연스레 발길이 대숲으로 향한다. 양쪽에서 대숲의 호위를 받는다. 오래 전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줬던 대숲이다. 잦은 홍수로 농사조차 지을 수 없을 때의 이야기다.
대숲 길은 그다지 길지 않다. 걷는 맛은 색다르다. 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서 새봄의 풋내음이 묻어난다. 강바람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가 서걱서걱 귓전을 간질인다. 흡사 대나무가 들려주는 연주 음악 같다.
대숲 사이로 난 데크를 빠져나가면 영산강이 반긴다. 대숲에서 만나는 강 풍경이 별나다. 강변을 전망할 수 있는 대숲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백로 몇 마리가 강변에서 쉬고 있다. 물새도 여러 마리 보인다.
강변 대숲에서 되돌아 나와 다시 둔치를 따라간다. 왼편으로 태목리와 강의리를 품은 한재벌판이 펼쳐진다. 황량하던 들녘에서 새봄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담양군 대전면과 수북면, 장성군 진원면을 감싸 안은 병풍산과 불태산의 자태도 넉넉하다.
영산강은 길 오른편에서 흐른다.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강변은 고즈넉하다. 강물에서 청둥오리와 원앙 등 물새들이 유유자적하고 있다. 잔잔한 물길을 내며 헤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요란한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는 수꿩이 강변의 고요를 깨트린다.
강변에는 여울과 습지가 무성하다. 여러 생물과 식물이 살아가도록 보듬어주는, 생태계를 지켜주는 소중한 여울이고 습지다. 강변의 운치를 더해주는 건 덤이다. 운이 좋으면 멸종위기에 놓인 수달과 삵도 만날 수 있다.
강물도 맑고 깨끗하다. 수초가 무성하게 자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안식처다. 언뜻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소중한 수초다. 강변으로 봄마중을 나와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해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