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만사형통'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MB 친형' 이상득(83) 전 의원이 검찰에 출석했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억대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다.
이 전 의원은 26일 오전 10시 2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앞에 흰색 구급차를 타고 도착했다. 검찰 조사를 이틀 앞두고 서울 시내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그는 이날 홀로 거동이 어려운 듯 휠체어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청사 계단을 오를 때는 병원 직원과 검찰 관계자 등 남성 4명이 휠체어를 직접 들어 옮기기도 했다.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 가린 채 묵묵부답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포토라인에 선 이 전 의원은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받았나" "원세훈 원장 사퇴 무마 대가로 특활비 수수한 혐의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가 끄는 휠체어가 청사 입구로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눈을 꾹 감은 채 단 한 번도 뜨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가" "다스 누구 거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반응은 같았다. 취재진이 청사 안까지 따라가 "건강 상태가 어떤가" "국민에게 한마디 해달라"라고 물었지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를 수사 중인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수사하던 중 청와대 관계자에게도 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지난 12일 'MB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3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공개 수사로 전환한 지 열흘 만에 'MB일가'인 이 전 의원의 자택과 국회 한일의원연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11년 2월 국정원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침입한 일로 원 전 원장 사퇴 여론이 높았던 시기에 돈이 오간 점에 주목한다. 원 전 원장 사퇴 무마 대가로 이 전 의원이 돈을 수수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당시 그는 이명박 정권 최고 실세였다. "형을 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라는 뜻에서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또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부터 국정원에서 특활비를 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 측에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하면서, 검찰 수사는 'MB청와대'를 넘어 'MB일가'로 향하는 중이다.
한편 검찰은 이 전 의원 측에 이틀 전인 24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이 전 의원 측이 건강 상 문제로 일정을 미루면서 이날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소환 예정을 이틀 앞두고 자택에서 쓰러졌다고 알려지면서 소환 조사가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이 전 의원은 예정대로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