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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로에서 멈춘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안 대표가 제시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한 전당원 투표 실시를 의결한 후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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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 우리보고 나가라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쪽보고 나가서 (합당)하라는 거잖아요. 결론은 언제 나냐면 전당대회에 달려있습니다. 전대가 성립돼서 합당이 되면, 그럼 우린 그 '보수야합당'에 있을 생각이 없으니 나오겠죠. 전대가 불성립되면 안 대표가 나가야 하는 거예요. 그러나 의원의 2/3가 반대하는데 전당대회가 어떻게 가능합니까."정동영 의원(국민의당, 전북 전주시병)의 목소리는 격양돼 있었다. 바른정당과의 '합당'과 당내 '분당' 가능성 사이, 국민의당의 방향성을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정 의원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안철수 당대표를 일컬어 "마치 포수에게 쫓긴 꿩이 들어갈 곳이 없으니까 풀 속에 고개만 넣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 "결국 누군가는 나가야 한다. 안 대표가 나갈지 저 정동영이 나갈지,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며칠 내로 드러난다"며 "아마 안 대표 본인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22일 의원총회에서도 "이미 의원들은 안 대표 지도력에 파산선고를 했다"며 "안 대표는 앞으로도 의총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안철수발 '정계개편' 열차... 합당이냐, 분당이냐 갈림길
어찌 됐건 지난 20일 안 대표 '긴급기자회견'으로 시작된 정계개편 열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통합 찬성 쪽에서는 '합당 열차'라고 주장하지만 반대쪽은 '분당 열차'라고 부르는 열차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안 대표를 놓고 국민의당은 대표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투표를 27일~30일 진행한다. 선관위는 최소 투표율은 적용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통합 반대파'가 더 우세하다. 국민의당은 22일 오전·오후 의총을 열고 3시간 넘게 통합에 관해 토론했으나, 당내 여론은 '반대'가 더 우세했다. 발언을 통해 반대 의사를 전달한 의원은 박지원·유성엽·박주선·최경환·정동영·김종회·조배숙·장병완·천정배·박준영·박주현·손금주·이상돈·장정숙 의원 등이었고, 찬성 의사를 표한 의원은 이언주·신용현·권은희 의원 셋뿐이었다.
대표적인 '친안(철수)계'로 분류되던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화순)조차 '반대'쪽 손을 들었다. 그는 이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 1:1 통합에 대해선 사실상 반대하는 게 원칙"이라며 "바른정당의 개혁세력을 인수하는 과정이라고 보는데, 그 논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안 대표가 정치적으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퇴진하는 게 국민의당을 살리는 길(정동영)", "정치인을 그만두려면 그만두지, 바른정당 정치인은 할 생각이 없다(천정배)"라는 등 안 대표와 호남계 중진 의원들 사이 반목·갈등이 매우 깊어진 상황이나, 어느 한쪽의 탈당이 쉬운 상황도 아니다. 안 대표로서는 "철수하면 정치생명이 끝날 것(주승용)"이고, 호남계 쪽이 탈당한다 해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명 의원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특히 김삼화·김수민·김중로·박선숙·박주현·신용현·오세정·이동섭·이상돈·이태규·장정숙·채이배·최도자 의원 등 13명 비례대표직 의원들의 경우, 국민의당을 탈당하는 즉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있어 탈당은 쉽지 않다. 주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저는, 죽어도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는 탈당을 할 수가 없다"며 "통합에 찬성하고 반대하고를 떠나서 정치인이 탈당하는 건 마지막 최후의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합 찬성 대 반대파, '치킨게임' 양상... 당 의원들 탈당 가능성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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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무위 비공개 방침에 항의하는 최경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안 대표가 제시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한 전당원 투표 실시를 의결하려 하자, 통합 반대파로 분류되는 최경환 의원(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이 회의 비공개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앞줄에 박주현(오른쪽부터) 장정숙 조배숙 유성엽 의원 등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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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표적인 '통합반대파' 의원 9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안 대표가 제안한 재신임 당원투표는 무산돼야 한다. 저희는 '보수야합 참 나쁜 투표 거부운동본부'를 만들겠다"며 반대를 명확히 했다. 안 대표 측은 반대로 계속 중앙선관위(이동섭 위원장)를 통해 투표 문구와 발표 시기를 정하는 등, 전당원투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둘 중 누군가는 당을 나가야 한다"는 정 의원의 말처럼, 국민의당 내부는 현재 양쪽이 자동차를 타고 서로를 향해 달리는 '치킨게임(game of chicken)'과도 같은 상황이다. 일명 '겁쟁이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은,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주선 전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가 용단을 내려서 (통합을) 철회해주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당은 당대로, 안 대표는 안 대표대로 우리 모두 공멸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멸'을 예고하는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쪽일까.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일단 전당원 투표는 일정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