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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포벤데타'에 나오는 많은 명대사들 중에서 유달리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정치인은 진실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예술가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거짓말을 사용한다."

물론 이 말은 영화 제작자인 워쇼스키 형제가 온전히 창안한 것은 아니다. 파블로 피카소도 생전에 "예술은 우리가 진실을 깨닫도록 하는 거짓말"이라고 했고,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도 "예술은 가장 발전된 형태의 거짓말"이라고 설파했다.

하지만 영화 대사가 유난히 빛나는 것은 정치인의 거짓말을 예술행위에 대비시켜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영화는 거짓말로 혹세무민하는 정치인과 종교지도자, 지식인을 철저히 응징하는 내용이 아닌가.

정치인이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된 일인 모양이다. 어떨 땐 정치인이 내뱉는 말들 중에서 과연 진실이 몇 퍼센트나 섞여 있을까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정치는 한마디로 말해 거대한 '거짓말 덩어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4대강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대기업 몰아주기 토목사업이 진행되어도 아무런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나랏돈을 수십조 원씩 낭비하고, 세월호 사고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어도 책임지는 사람도 책임지는 행동도 없었다.

정치인이 내뱉은 거짓말을 검증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제 역할을 못 할 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한 패가 되어 거짓말을 확대 재생산 하고, 때론 거짓말을 부추기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정치인이나 시민단체를 음해하고 겁박했다.

노루사냥 나간 태종이 말에서 떨어지자 '이 일을 사관이 모르게 하라'고 명했지만, '태종실록'에는 말에서 떨어진 사실 뿐 아니라 왕의 부당한 명령까지 기록되어 있다. 고려 충신들뿐 아니라 형제들까지 무참히 죽이고 왕위에 오른 태종이 당대 사관인들 왜 두렵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관들은 왕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후세에 기록에 남는 일을 더 두려워 했기에 목숨을 걸고 진실을 기록했다.

똑같진 않지만 오늘날 사관의 역할은 언론이 담당하고 있다. 왕과 귀족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 대소사가 결정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역할은 사관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입법, 행정, 사법부와 더불어 언론을 '제4부'로 칭할 만큼 그 힘도 막강하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벌인 국정농단의 진실이 대명천지에 드러나고, 국민들이 나서 탄핵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엔 언론의 결정적인 역할이 있었다.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핵심 공약이기도 했던 '적폐청산'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리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지는 못한 형국이다.

'적폐'의 가운데 토막이랄 수 있는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골목마다 지켜서서 일일이 훼방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폐와 어울려 밀어주고 끌어주기 하던 언론들도 평생 먹거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개혁 저지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려 경남과 진주지역을 쳐다보면 더 가관이다.

길거리엔 새 정부의 복지 예산을 '국민 울리는 예산'이라며 비판하는 현수막이 버젓이 걸리고, 삭감된 새마을운동 예산을 되찾겠다는 내용도 펄럭인다.

얼마전엔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 명의로 "맞춤형 아동수당 하겠습니다. 만 6세~18세 월 15만원씩"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정치인이 되기 위해선 거짓말 능력을 갖추는 것도 모자라 염치를 먼저 떼어내어야만 하는 모양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현수막을 내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노인복지와 아동복지, 비정규직 보호 정책에 앞장서 온 것 마냥 거짓말 현수막을 내걸어 왔다.

비단 시의원들 뿐이겠는가. 내년 선거를 6개월 여 앞둔 시점에 진주시는 홍보 예산을 지난 해보다 두배 이상 증액했고, 시정소식지도 10만부나 발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이 이처럼 안하무인 정책과 눈가리고 아옹하는 거짓 선전물을 내걸 수 있는 이유는 아무도 두려울 게 없기 때문이다.

인물 됨됨이나 과거 전력을 따져서 평가하기보다는 지역감정에 휘둘려 '묻지마 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뭐가 두렵겠는가. 오직 두려운 자가 있다면 공천권을 쥔 당 대표나 국회의원들이겠지.

또 하나 그들이 두려움을 모르는 이유는 지역언론이 해야 할 소리를 제대로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언론이 정치권뿐 아니라 재벌과 자본에 목숨줄이 달려 펜끝이 무디어졌다면, 지역언론은 빌붙을 변변한 기업도 없는 마당에 자치단체의 공고비와 광고료, 구독료에 목을 매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역정치가 파행을 일삼고 거짓말을 해도 아무런 견제나 제동장치를 갖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주민들이 나서서 독자가 되고 후원자가 되어 바른 소리 하는 지역언론을 키우고, 제 역할 하고자 노력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찾아 응원하고 지지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진주지역 독립언론 <단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자유한국당#거짓말#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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