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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교정.
대학 교정. ⓒ pexels.com

지난 2016년 <청춘의 가격> 집필을 위해 면접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청년노동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보고자 대학원생 이한기(가명)씨를 인터뷰했다. 당시 석사수료생이었던 한기씨는 대학 내 조교제도가 갖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개별적인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이한기씨 주변의 대학원생들은 하루 6~8시간 혹은 그 이상의 업무를 하며, 겨우 월 20~3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도 교수의 재량에 달려있었고, 대부분 교수와 자신의 관계 때문에 불합리한 조건일지라도 업무를 받아들이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교의 경우는 학생으로서 학비를 면제해 주는 시스템으로 '고용'되거나, 근로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우선적인 지위가 노동자인지 학생인지 혼란을 갖는다고 했다. 이렇듯 대학원생들은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대 보험 보장이나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차라리 직원으로 고용해달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한기씨가 전해 준 대학 조교의 실상은 동국대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동국대가 4대 보험을 적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퇴직금 및 연차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장을 고발하였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최근 1~2년간 대학 내 학생 겸 조교들의 처우에 관해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일부 대학에서는 조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조교들의 4대 보험 및 퇴직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조교들 처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노동착취의 현황이 가지각색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국대 대학원총학생회는 2016년 12월에 조교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자 총장을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지속적으로 수사한 결과 지난 11월 12일 검찰에 기소의견을 송치한다는 결정을 발표하였다. 그 근거로는 올해 9월 학생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는 올해 고용부의 지도방침이 있었고, 또한 과거 동국대에서 학생 행정조교에게 퇴직금 및 수당을 지급한 적이 있어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동국대의 행위에는 고의성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 모든 과정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대학가에서 일어난 대학원생들의 학비와 학내 관계를 골자로 오래 관습처럼 굳어진 문제를 드러내 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첫 번째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난 8월 대학 측에서 대학원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기사화 되면서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이메일에는 조교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임용기간 동안 받았던 장학금, 학생 인건비 등이 환수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전하며 고소를 취하하는 것을 종용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지점에서 이한기씨와의 인터뷰에서 느꼈던 청년들의 지위에 대한 모호성과 그에 따른 불안정함, 그리고 취약성을 크게 느꼈다. 학교는 학생들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학비는 학교가 휘두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다. 이들이 학내 조교직을 받아들인 이유도 대부분은 학비문제를 일부 혹은 전부를 해결하고, 학습을 지속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상위과정 진학생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 자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학생이라는 신분이 오히려 약점이 되어 학습이 주가 되기 어려운 대학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학원 학생수는 학부생보다 그 수가 적기 때문에 결집력이 약하고, 지도교수의 영향력이 보다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학교의 편의에 따라 학생이라는 범주 안에 노동자의 역할을 추가한 것이므로 폐단이 지속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을 참고하여 살펴보면 대학원생 조교들은 분명히 근로자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34조의 퇴직급여제도를 비롯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관계자 및 구성원들은 대학이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많이 잊은 것 같다. 상아탑은 단순히 대학 내지는 대학연구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단어의 어원에는 속세나 현실을 떠나서 조용히 예술을 사랑하거나 학구를 탐구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아무리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면서 대학이 취업준비기관처럼 취급받는다지만, 학업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대학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지금 고발된 문제를 시작으로 대학가가 상아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새사연 송민정 연구원이 쓴 글입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학노동자#근로장학금#새사연#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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