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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한국 사회에 화학물질과 제품에 대한 불안과 불신, 공포로까지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과 생리대 유해성 등 화학물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는커녕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국민 건강을 지키는 생활안전 강화'를 제시했다. 대책이행으로 환경부는 기존법인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개정하고, 새로운 법인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살생물제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심사를 거쳐 최종 표결할 예정이다.

연재 기사를 통해 법안에서 다루는 ①화학물질과 ②생활화학제품, 그리고 ③살생물제로 나누어 쟁점을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정책 사항을 제안하려고 한다. - 기자 말

 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 물질의 경우 유통량에 따라 ‘중점관리물질’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 물질의 경우 유통량에 따라 ‘중점관리물질’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 환경부

기존의 '화학물질'과 '생활화학제품'은 환경부의 화평법에 따라 관리됐다. 환경부는 법안  재개정을 통해 화평법은 '화학물질'만 관리하고, '생활화학제품'은 새롭게 제정되는 '살생물제법'으로 옮기려고 한다. 우선 화평법 개정에서 변경되는 '화학물질' 관리의 주요 쟁점 사항을 알아보자.

[쟁점①] '모든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번 화평법 개정안을 보면 '연간 1톤 이상 모든 기존 화학물질과 0.1톤 이상 신규화학물질 모두를 등록'하도록 했다. 현행법의 '연간 1톤 이상 기존 화학물질 중 정부가 지정한 물질만 등록'하도록 하는 것에 비해 확대됐지만, 과연 그럴까?

등록 의무 대상 화학물질의 접근방식은 톤수에 따른 '유통량'에 기반해 있다. 이는 산업용 화학물질 관리에 초점을 맞춘 체계다. 즉, 소비자용 화학물질 관리에 있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대다수 소비자 제품의 경우 화학물질이 소량으로 함유된다. 전체 규모를 따져도 연간 유통량 1톤 미만인 경우가 많다.


결국, 1톤 미만의 소비자 제품 화학물질의 사전관리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법안에 '소비자 제품 중 화학물질 안전관리'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소비자 용도로 쓰이는, 인체 위해가 우려되는 물질은 유통량과 상관없이 등록을 의무화 하는 방안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개정안을 보면 등록 의무 대상 물질에 기존화학물질 수는 대폭 늘어났지만, 신규화학물질은 오히려 줄었다. 기존화학물질은 등록대상을 1톤 이상 '지정 물질'에서 '모든 물질'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등록 물질의 수는 510종에서 7천 종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신규화학물질의 경우 등록대상이 '모든 물질'에서 '연간 0.1톤(100킬로그램)이상의 물질'로 축소됐다. '0.1톤 미만'의 신규물질은 '신고'만 하면 된다. '신고 물질'은 '등록'과는 다르게 유해성 심사에서 제외된다.


환경부는 개정 사유를 "소량 유통 신규화학물질의 등록 부담 경감 및 유통량이 많은 물질의 유해성 심사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총 등록된 신규화학물질 5900건 가운데 0.1톤 미만의 소량 신규화학물질은 4585건이나 된다. 즉, 화평법이 개정되면 78%가량의 신규화학물질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규화학물질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통량 관계없이 모두 등록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등록 의무 대상이 아닌 물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사실 모든 화학물질을 정부에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할 수도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등록 외의 물질'에 대해서 업체가 유해성 분류에 따라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정부 당국에 신고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고된 물질의 유해성 분류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등록 외의 물질'에 대해 현황 파악과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쟁점②] 발암 물질도 1톤 이상의 경우만 관리하겠다고?

 독성정보 확인 안 된 스프레이 제품을 시장에서 즉각 퇴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독성정보 확인 안 된 스프레이 제품을 시장에서 즉각 퇴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정미란

개정안에는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물질의 특성상 CMR(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 물질인 경우 '중점관리물질'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돼 있다. 또 해당 물질이 제품에 함유될 경우 업체는 성분과 함량, 용도를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연간 1톤 이상, 그리고 제품 중 0.1% 이상 함유'된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등록되지 않은 1톤 미만의 CMR 물질에 대해서 어떻게 관리할지 의문이다.

문가들은 'CMR 물질은 인체 위해성이 높으므로 톤수와 상관없이 등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신고 범위를 최소 0.1톤 또는 0.05톤으로 수정되지 않는 한 실제로 규제가 적용되는 물질과 제품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쟁점③] 흡입독성이 높은 물질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생활화학제품 중 가장 우려되는 제품은 가습기 살균제처럼 인체 흡입 우려가 높은 제품이다. 환경부가 밝혔다시피, 스프레이형 제품에 함유되어 사용되는 살생물질은 439종에 달한다. 이 중에서 흡입독성을 확인된 물질은 55종에 불과하다. 지난 4월, 환경부는 행정예고를 통해 스프레이형 일부 제품에 있어 '사용가능한 살생물질 목록 제시', '목록 이외 물질 사용에 대한 사전검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된 흡입독성 물질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선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우선적으로 흡입독성이 높은 물질을 줄이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입법을 통해 흡입독성 등을 포함한 화학물질 통합적 독성평가 전략 등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쟁점④] 화학물질 '보고제도' 폐지하는 방안으로 간소화?

기존의 화평법상 제조업체는 매년 관리 당국에 '화학물질의 용도 및 양'을 보고해야 한다. 또 다른 법인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는 2년마다 화학물질 취급에 대한 통계조사를 하고 있다. 화평법의 '보고제도'와 화관법의 '통계조사'가 유사하여 실효성이 낮아 이번 개정안에서 화평법상의 '보고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으로 제안됐다.

하지만 책임 소재를 엄밀히 따지면, 화평법상 '보고제도'는 '제조업체'의 책무규정이고, 화관법의 통계조사는 관리 당국인 '환경부'의 의무사항이다. 따라서 제조업체의 책무 규정인 화학물질 '보고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현실적인 운영방안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위에 지적된 쟁점 사항만이 다가 아니다. 또 제안된 대안만이 모든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개정되는 만큼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번 연재 기사를 통해 해당 법안의 쟁점 사항을 시민에게 알리고, 이후 쟁점 사항을 모아 법안 검토 의견서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살생물제법#가습기살균제#화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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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팀 정미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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