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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1학기에는 국어 1-가, 1-나, 국어생활, 2학기에는 국어 2-가, 2-나, 국어생활 해서 모두 여섯 권으로 공부한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1학기에는 국어 1-가, 1-나, 국어생활, 2학기에는 국어 2-가, 2-나, 국어생활 해서 모두 여섯 권으로 공부한다. ⓒ 이무완

새삼스레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를 들여다본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우리 말과 글을 배우는 데 가장 중심이 되는 교수·학습 자료이기 때문이다. 곧잘 교과서를 경전처럼 떠받들고 그것만 알면 된다고 가르치고 배우면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되지 않는다.  '교과서'가 무엇인가. 우리 말 사전을 보면 다음과 같이 뜻매김해놓았다.

「1」 학교에서 교과 과정에 따라 주된 교재로 사용하기 위하여 편찬한 책.
「2」 해당 분야에서 모범이 될 만한 사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두 번째 뜻매김처럼 국어 교과서는 우리 말과 글에서 '모범이 될 만한 사실'을 담는다는 생각이 크다. 더욱이 교과서는 '정설'을 펼쳐놓은 책 아닌가. 자연히 우리 말과 글을 올바르게 부려 쓰는 잣대가 될 뿐만 아니라 교과서로 배운 말과 글은 정서와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테면 지난 정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논쟁이 치열했다. 그때 쟁점이 무엇이었나. 국가의 이름으로 만든 교과서로 미래 세대에게 편집한 기억, 상식, 세계관을 강요할 것이냐고 분노하고 걱정했다. 교과서가 '정설'과 '정답'을 말한다면 교과서와 다른 말은 저절로 '잡설'이요 '오답'이 되고 만다. 그런 까닭에 갓 입학한 아이들이 보는 교과서 문장이 우리 말을 제대로 살려 썼는가를 살피는 일은 의미가 크다.
지난 번( 첫 번째:우리 말은 푸는 꼴이다)에 이어, 이번에는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서 '~고 있다'로 쓴 문장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있다'는 움직씨로도 쓰고 그림씨로도 쓴다. 때로 도움움직씨로도 쓰는데 우리 말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풀어놓았다.

「1」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변화가 끝난 상태가 지속됨을 나타내는 말.
     ¶깨어 있다/앉아 있다/꽃이 피어 있다.
「2」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계속 진행되고 있거나 그 행동의 결과가 지속됨을 나타내는 말.
     ¶듣고 있다/먹고 있다/자고 있다/아이를 안고 있다/손잡이를 쥐고 있다/넥타이를 매고 있다/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우리 말은 때매김을 현재형만 써도 별 문제가 없다. 지난날 일어난 일인지 지금 일어난 일인지 이미 안다면 굳이 때매김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미래형이니 과거형이니 거기에 보태 현재진행이니 미래완료진행이니 하는 때매김이 들어와서 우리 말이 배배 꼬였다.

어떤 움직임이 이어진다거나 그 결과가 여전히 남았다는 느낌으로  '∼고 있다'는 표현은 일본말 흔적도 있겠고, 거기에 영어 교육 영향이 보태진 탓도 크다. 일본말에서는 움직씨만으로 현재형을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에 움직씨에 '∼ていゐ테이루'를 덧댄 표현이 발달했다. 움직씨 몇몇만 빼고 '움직씨+∼ていゐ'꼴로 현재형을 나타낸다.

정광(1995)은 '∼고 있다'와 '∼아/어 있다'를 일본어 간섭에 따른 표현이라고 하면서 이미 1920~1930년대 현진건, 김동인, 전영택 같은 작가들이 이런 글투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우리 말에서는 근대까지 나타나지 않다가 현대 국어에 와서 '한다'나 '했다'로 써야할 자리를 가로챈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be동사+∼ing'를 어떻게 뒤치라고 배웠나.

노마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노마가 이야기를 듣는다.
노마가 그림을 보고 있다.      노마가 그림을 본다.
노마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노마가 아파트에 산다.
노마가 체육복을 입고 있다.   노마가 체육복을 입는다.

영어는 움직씨를 진행형으로 바꿔 말해야 움직임이 들어간다. 우리 말은 움직씨만 써도 움직씨가 들어간다. 노마가 '논다/ 웃는다/ 운다/ 먹는다/ 잔다/ 본다/ 말한다/ 듣는다'고만 해도 너끈하다. 그게 썩 마음에 차지 않으면 '마냥, 하냥, 여전히, 지금도, 아직도' 같은 어찌씨를 앞에 쓰면 된다. 지난날이든 뒷날이든 '한다' 꼴로 너끈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움직임이나 상태가 여전히 이어진다는 '현재진행' 사실을 드러낼 요량으로 '∼고 있다'고 곧이곧대로 독해하던 글말이 아예 우리 말처럼 굳은 셈이다.

요즘은 일본말보다 영어를 우리 말로 뒤치면서 아무나 일상으로 쓴다. '∼고 있다' 뿐만 아니다.  '∼는 중이다'도 흔하고, 두 말을 버무려 '∼고 있는 중이다'나 '∼고 계시다' 같은 말을 마구잡이로 만들어 쓴다. 우리 말 쓰임을 두고 판단을 해야할 사전이 저 꼴이니 더 말해 뭐하겠나. 여기서 '있다'는 도움움직씨다. 도움움직씨라면 말 그대로 한 마디라도 더 보태어 썼을 때 어떤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바꿔 말해 티끌 하나라도 더 썼다면 뜻이 더욱 또렷해지거나 말맛이 살아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빼는 게 낫다. 

△ 자기 이름에 들어 있는 자음자를 찾아 봅시다.(1-1-가, 61쪽)
 → 자기 이름에 있는 자음자를 찾아 봅시다.
△ 웃음소리에 들어 있는 모음자를 찾아 봅시다.(1-1-가, 88쪽)
  →  웃음소리에 있는 모음자를 찾아 봅시다.
△'나무꾼'에 들어 있는 'ㄲ'의 이름은 '쌍기역'이에요.(1-1-나, 219쪽) 
  → '나무꾼'에 있는 'ㄲ'의 이름은 '쌍기역'이에요.
△ 콩쥐가 울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1-1-나, 182쪽)
  → 콩쥐가 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콩쥐는 왜 우나요?
△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고 있는 친구는 누구누구인가요?(1-2-가, 96쪽)
 → 어느 어린이가 선생님 말을 귀담아 듣나요?
△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지 않는 친구는 누구누구인가요?(1-2-가, 97쪽)
→ 어느 어린이가 선생님 말씀을 허투루 듣습니까?

아래 보기도 마찬가지다. '있는지'를 넣어서 말할 때와 빼고 말할 때 어떻게 다른가. 읽는데 걸리적댄다면 차라리 빼는 게 낫다.

△ 건호와 친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해 보세요.(1-1-나, 180쪽)
→ 건호는 친구들하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보세요.
△ 그림 ⑤∼⑦을 보고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문장으로 표현해 봅시다. (1-1-나, 190쪽)
 → 그림 ⑤~⑦을 보고 누가 무엇을 하는지 문장으로 써 봅시다.
△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1-1-나, 192쪽)
→ 누가 무엇을 하는지 살펴봅시다.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써 봅시다.(1-1-나, 194쪽)
→ 누가 무엇을 하는지 써 봅시다.
△ 1에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 봅시다.(1-2-가, 71쪽)
→ 1에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말해 봅시다.
△ 나머지 친구들은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 문장으로 말한다.(1-2-가, 78쪽)
→ 나머지 친구들은 무엇을 나타내는지 문장으로 말한다.
△ 글쓴이가 무엇을 알려 주고 있는지 생각해 봐요.(1-2-국어활동, 77쪽)
→ 글쓴이가 무엇을 알려주는지 생각해 봐요.

책을 펼쳐보면 별 뜻 없이 쓴 '있다'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 임자말 '콩쥐'는 '운다'는 풀이말이 중요하지 '있다'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색깔을 달리 한 부분과 굵게 쓴 부분을 견줘 보시라. '있다'는 도움움직씨는 쓸데없는 말이다.

△ 콩쥐가 울고 있습니다.(1-1-나, 183쪽)
 → 콩쥐가 웁니다.
△ 용왕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1-1-나, 186쪽)
 → 용왕이 의자에 앉았습니다./ 용왕은 걸상에 앉았습니다.
△ 밧줄에 묶여 있습니다.(1-1-나, 186쪽)
 → 밧줄에 묶였습니다.
△ 나무꾼이 산길을 가고 있는데 호랑이가 또 나타났어요.(1-1-나, 216쪽)
 → 나무꾼이 산길을 가는데 호랑이가 또 나타났어요.
△ 그때 마침 한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어요.(1-1-나, 228쪽)
 → 그때 마침 한 나그네가 길에 갔어요.
△ 곰이 골짜기에서 가재를 잡고 있습니다.(국어활동 1-1, 84, 85쪽)
  → 곰이 골짜기에서 가재를 잡습니다.
△ 단풍이 울긋불긋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1-2-가, 49쪽)
 →  단풍이 울긋불긋 예쁘게 물들었다.
△ 이른 아침부터 원숭이와 기린이 싸우고 있었어요.(1-2-가, 85쪽)
 → 이른 아침부터 원숭이와 기린이 다퉈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싸운다'를 '말, 힘, 무기 따위를 가지고 서로 이기려고 다투다.'로 풀어놓고, '다툰다'는 '의견이나 이해의 대립으로 서로 따지며 싸우다.'로 풀어놓았다. 이 말은 결국 '다툰다'나 '싸운다'를 같은 말처럼 뜻매김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싸운다고 할 때와 다툰다고 할 때는 말맛이 다르다.  '다툰다'는 말이나 삿대질을 하면서 맞서는 것이지만, '싸운다'는 말이나 힘은 두말할 것도 없고 무기까지 써서 몸을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에 이르는 때도 있다. 여기선 '다툰다'고 해야 한다.

△ 딸들에게 기대를 하고 계시니까 미소를 짓고 계실 것 같아.(1-2-가, 112쪽)
 → 딸들에게 기대를 하니까 혼자 가만히 웃을 것 같아.
△ 임금님은 맷돌 앞에서 "나와라!", "멈춰라!"를 외치고 있었어요.(1-2-나, 182쪽)
  → 임금님은 맷돌 앞에서 "나와라!", "멈춰라!"를 외쳤어요.
△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있어.(1-2-나, 203쪽)
  →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어.
△ 목에 리본을 달고 있습니다. (1-2-국어활동, 8쪽)
 → 목에 리본을 달았습니다.
△ 파리 한 마리가 먹이를 찾고 있어요.(1-2-국어활동, 68쪽)
 → 파리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요.
△ 그 표지판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요? ……이처럼 표지판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1-2-국어활동, 74쪽)
 → 그 표지는 어떤 뜻일까요? …… 이처럼 표지판마다 뜻이 담겼습니다./있습니다.
△ 저 멀리 대머리 독수리 한 마리가 키 큰 나무에 홀로 앉아 있었어요.(1-2-국어활동, 83쪽)
  → 저 멀리 대머리 독수리 한 마리가 키 큰 나무에 홀로 있었어요./ 혼자 앉았어요.
△ 까만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었지요.(1-2-국어활동, 95쪽)
 → 까만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빛났어요.



#초등학교#1학년#국어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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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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