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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건국일과 관련해 자신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 "건국과 정부수립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면서 "헌법에 기술돼 있는 가치를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건국일과 관련해 자신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 "건국과 정부수립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면서 "헌법에 기술돼 있는 가치를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청와대는 지난 24일 박성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자리가 오랜 시간 공석으로 있었기 때문에, 박성진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이 될 인사였다. 중소기업벤처부 자체가 문재인 정부에서 새롭게 창설된 부서였기 때문에 인선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기대가 컸다. 인선 자체도 장고 끝에 실시되었다

하지만 그런 관심 속에서 지명된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냉랭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장관 임명에 박자를 맞춰왔던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반대가 강경하다. 한편 내각 구성에 반발하고 정부와 갈등이 끊이지 않던 자유한국당은 박성진 후보자에 대해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정치적 공방이 반대로 펼쳐치고 있는 기묘한 풍경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는 박성진 후보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박성진 후보자 임명은 국민에 대한 신임을 저버리고 대통령 스스로의 국정철학을 배신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당장 박성진 후보자를 사퇴시키거나 임명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성진 후보자의 임명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 촛불 정신과 결을 달리하는 박성진 후보자의 국무위원 임명은 막아야 한다.

첫째, 박성진 후보자는 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던 학자로, 국무위원이 될 사람으로서 심히 부적절하다. 박성진 후보자는 앞서 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다. 그는 이사로서 활동하면서 단순하게 일반적인 학회 사무만 담당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창조과학 전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청와대는 이런 사안에 대해 단순하게 개인의 종교적 가치관은 국무위원으로서의 부적격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1일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자, <2009년 한국 한국창조과학회 학술대회 개최>라는 게시물에서 박성진 후보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인하대학교에서 진행된 이 학술대회에서 강연자로서 <ACGR계획 : 진화론의 실상에 대한 창조론적 대응>이라는 강연을 진행했다. 개인적인 신앙의 영역에서 창조에 대해 믿음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진화론에 대해 창조설자의 입장에서 대응을 도모했던 것이다.

중소기업벤처부는 필연적으로 장관의 과학에 대한 가치관과 많은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서다. 대부분의 벤처 기업이 과학 기술 및 공학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서에 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창조과학에 깊이 심취했던 인사가 임명되는 것은 후일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본적으로 장관은 국무위원이다. 국무위원은 기본적으로 나랏일을 살펴야 하는 자리다. 국정 안건에 대해 논의해야 할 자리에 과학과 종교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불안을 지피는 일이다. 개인의 믿음으로 인해 겨울 내내 광장에 나가야 했던 국민들에게 공화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박성진 후보자의 역사관은 대다수 시민들의 역사관과 크게 배치된다. 박성진 후보자의 가치관은 대다수 시민들의 가치관과 괴리가 있다. 청와대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떳떳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박성진 후보자는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참 불거지던 시절인 2015년 경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학교 연구 및 교육 모델 창출'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 보고서의 제2장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자유민주주의 나라 건설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박성진 후보자는 자신의 역사 인식이 논란이 되자 잘 몰라서 그랬다는 듯이 적당한 해명으로 넘어가려 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한 청와대 관계자가 '박성진 후보자에 대해 뉴라이트 운동의 선봉에 선 것도 아니고, "생활 보수"의 성격이 강하다'고 언급했음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대처는 지나치게 안이하다.

자유한국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에 강경한 태도를 취한 바 있음에도, 박성진 후보자에게는 별다른 비판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일 박성진 후보자의 역사 인식에 대해 '나쁜 역사관이 아니고 건전한 역사관'이라고 언급하며 박성진 후보자에게 온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보수적인 인사를 등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되려 여소야대의 현재의 국회 의석 상황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인사를 등용하는 것도 방안이며, 일부러 배제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국무위원 내에도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는 있다. 새로운 경험을 가지고 기존의 인사와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등용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걱정하는 종교관, 역사관을 가진 사람을 데려올 수는 없다. 고위직에 임명될 인사는 가치관이 국민의 인식에 걸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 박성진 후보자가 '생활 보수'라서 괜찮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생활 보수라는 단어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고위 공직자의 신념이 개인의 생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에도 영향을 주기에 청문회를 열어서 검토하는 것이다.

박성진 장관의 임명은 촛불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촛불시위 때 많은 사람들은 극단적인 보수 세력의 준동을 경계하고 하나로 뭉쳤다. 극우를 제외한 일종의 '빅 텐트'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박성진 장관의 가치관은 이 텐트 안에 들어가기에는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내정은 박사모와 연립정부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셋째, 박성진 후보자의 임명은 민주당 집토끼들을 분열시키는 단초다. 민주당 주류 지지층들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환호했던 것도 잠시, 뉴라이트 성향의 박성진 후보자의 임명에 당황하게 되었다. 촛불 정신을 이어나갈 정부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가 난데없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박성진 후보자가 기존의 민주당 지지자들의 성향과 완벽히 배치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음은 자명하다. 이런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고,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방어하는 모습 자체가 그동안의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믿고 따르던 사람들에게 아주 낯선 모습이다. 청와대가 안정적으로 개혁을 이뤄나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토끼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데, 박성진 후보자의 임명은 집토끼를 분열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촛불 시위의 경험을 잊지 않았다. 적폐청산에 환호했던 국민들이 정부 인사에 대해 넌덜머리를 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정체성을 지키고, 지지자들의 일체감을 잃지 않도록 정부가 임명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차라리 철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촛불정신을 지켜야 한다.



#박성진#창조과학회#중소기업벤처부#장관#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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