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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카풀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김태호 플러스 대표(맨 오른쪽)가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 발표회에서 정부 규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모바일 카풀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김태호 플러스 대표(맨 오른쪽)가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 발표회에서 정부 규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아산나눔재단

"수십 년 전 규제와 관행이란 칼이 미래를 잡고 있다."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 발표회는 말 그대로 정부 규제 성토장이었다.

모바일 카풀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김태호 플러스 대표는 "디지털 경제가 미래인데, 우리 현실은 수십 년 전에 만든 법규와 싸우는 것"이라면서 "과거의 칼이 미래를 이기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인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도 금융상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가로막는 규제를 일일이 나열하면서 "규제와 싸우다보니 자본시장법 전문가가 다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벤처 창업가들, 정부와 공무원 '보이지 않는 규제' 성토

이날 국내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이 담긴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를 발표한 김수호 맥킨지코리아 파트너도 혁신적 스타트업의 신규 진입을 막는 규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김 파트너는 최근 1년 동안 새롭게 투자받은 스타트업 가운데 누적 투자액 100대 기업 안에 드는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고, 이 가운데 우버,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13곳의 사업모델은 규제에 막혀 한국에서 아예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IT 전문로펌 테크앤로 조사).   

절차가 까다로워 조건부로 사업이 가능한 44곳까지 포함하면 기업 숫자로는 57%, 투자액 기준으로는 70% 정도가 한국에서 혁신적인 사업이 어렵다는 것이다(보고서 전문 보기).

자본시장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공중위생관리법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로막는 법규도 문제지만 새로운 사업모델을 받아들이는 기관과 공무원의 태도로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호 플러스 대표는 "법규도 문제지만 행정지도 같은 비법규 규제도 많은데 우리 업계에선 이게 더 무섭다"면서 "법규는 법무법인을 통해 싸우면 되는데 공무원 마음 속을 읽을 수 없는 이상 행정지도로 이뤄지는 규제는 늘 불안 요소"라고 털어놨다.

창업가 출신 의원들 "공무원 생각이 전향적으로 달라져야"

청년창업가 출신 국회의원들도 창업가들 지적에 공감했다. 디자인 벤처기업 '브랜드호텔' 창업자인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드는 것보다 공공기관의 경직된 생각을 파괴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규제 철폐 같은 결과보다 그 주체인 공공기관 공무원의 사고 방식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게 남은 의정 생활의 목표"라고 밝혔다.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 창업자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는 느려 (법을 바꾸려면) 최소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좀 더 전형적인 자세로 조치하면 훨씬 나은 벤처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관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행정 규제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면서 "정부와 공무원은 법에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신기술 사업 진행이 안 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정지도나 가이드라인 등으로 (신규 사업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캠퍼스서울에서 주관한 이날 발표회에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참석해 2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축사를 하는 등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창조경제'로 대표되는 창업 열기가 새 정부 들어 한풀 꺾일 거라는 우려와 달리 '제4차 산업혁명'과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에 힘입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다만 김수호 맥킨지코리아 파트너는 국내 벤처투자 펀드 조성비의 40% 이상을 정책자금이 차지하는 등 지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오히려 왜곡시키고 있다면서, ▲ 혁신적 사업 모델 진입 규제 개선 ▲ 공공데이터 개방 ▲ 벤처 투자 규제 개선 ▲ 창업교육을 통한 창업장려 문화 조성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력자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한국을 찾은 사라 드링크워터 구글 캠퍼스런던 총괄도 "영국 정부도 지난 2015년 긍정적인 변화로 스타트업의 진입 환경이 완화됐다"면서 "정부가 (직접 개입에서) 한발 물러나 스타트업을 위한 환경을 만들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제4차산업혁명#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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