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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명박 정권 언론 장악의 시작은 2008년 YTN에 MB대선 캠프 출신인 구본홍 전 사장이 낙하산으로 오면서부터다. 노조원들은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와 정직 등의 중징계였다.

그 후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내부 구성원들이 받은 상처는 치유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월 19일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 부역자 중 하나로 꼽히는 조준희 YTN 사장이 사임했다. 언론계는 조 전 사장의 퇴진을 '언론 개혁을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YTN은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50여 일이 지난 현재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아래 YTN 노조) 위원장을 지난 4일 YTN 사옥 내의 노조 사무실에서 만나 현 상황과 언론계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지난달 23일 김호성 YTN 총괄상무가 사장 후보에서 사퇴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지난 9년간 더 이상 구체제로 갈 수 없다는 절실함에 나온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에 김호성 총괄상무가 후보직 사퇴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어요. 제가 위원장으로 취임 후에 제도 시스템에 주력했습니다. 사장추천위원회도 중요한 시스템 중의 하나였죠. 왜냐하면, 지난 9년간의 공정방송 싸움의 시작은 사장선임 문제였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사장추천위원회가 정말 중요했습니다.

사추위의 주된 역할은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라는 큰 전제죠. 그런데 김 총괄상무 사장 입후보는 사추위의 무력화가 되어 결국 들러리 세우는 역할밖에 안 된다는 게 저희 판단이었거든요. 회사에 만연한 적폐 인사들의 대표 격으로 나온 게 아니냐는 부분에서 사내 혼란과 분열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분명히 반대 입장을 드러냈고 수많은 구성원과 함께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결국에 사퇴로 귀결됐지만 그만큼 YTN 차기 리더십에서 더 구체제와 적폐의 연장선으로 갔을 때 YTN의 미래는 없다는 것. 그게 아마 이번 김 총괄상무 사태에서 나오는 제일 중요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 총괄상무는 조준희 사장 하에서 어떤 역할을 했죠?
"김 총괄상무는 사실은 조준희 사장 체제에서 기조실장, 미디어사업국장을 맡았고 상무로 지명을 받아 5월 30일 총괄상무 주주총회에서 통과됐죠. 조준희 체제에서 주요 의사 결정에 책임자인 건 분명하고 조준희 체제에서 해직사태는 물론 회사에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과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책임 문제에 대해서 분명 자유로울 수는 없는 분이죠."

"이명박근혜 9년 내내 재앙과 같았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 위원장
박진수 언론노조 YTN 위원장 ⓒ 이영광

- 지난 2008년 YTN에서 해직된 노종면 기자가 사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사장출마는 사실 조합과 별개로 개인의 판단이죠. 지금 상황에 노동조합의 대표인 제가 조합원의 총의를 거치지 않고 제 의중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다만 이번에 만들어진 사추위 심사 규정에 입각해서 본다면 언론과 방송의 전문적 지식이라든지 미래전략과 비전이라든지 청렴성 및 도덕성이라든가 정치적 중립성 등의 중요 심사기준에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후보가 아닌가 판단하고 있습니다."

- 현재 사장 인선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사추위가 7월 중순쯤에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사추위가 김 상무 사장 출마로 인해서 사추위가 들러리 역할이란 판단이 있었어요. 사추위 안에는 대주주인 이사진들이 포함되어서 결국 사장 선임이 불공정하다는 게 저희 문제 제기였죠. 이 문제 제기에 회사도 화답한 거라고 봐요. 김 상무도 사퇴했고 대주주에게도 다시 사장추천위원회를 요청드렸습니다. 그래서 7월 중순쯤이면 다시 사추위 회의가 가동이 되고 엄격하고 중립적인 심사가 이뤄져서 새로운 리더십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후보는 13명 입후보했는데 한 명이 사퇴하셨기 때문에 12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지금 방송이 외면당하고 있잖아요, 아무리 정상화가 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국민들이 방송을 볼지 의문입니다.
"그건 우리의 몫이라고 봅니다. 물론 지금 상황은 9년 전의 상황과 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SNS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고,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방송을 보냐 안보냐의 문제도 얼마만큼 국민이 생각하는 눈높이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에 YTN뿐만 아니라 방송 공영방송이 공적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을 국민의 눈높이에 못 맞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근데 그것은 이명박근혜 정권이 개입됐었고, 그 정권에 부역하는 인사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충분히 다시 사랑받는, 사랑받아야 되는 공정영역 언론이 자리매김할 수 있죠."

- 차기 사장이 해야 할 일로 꼽은 게 해직자 복직이 아닌 보도 정상화던데, 이유가 있나요?
"저는 '어떤 것이 먼저'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봅니다. 해직사태도 실질적으로 보도 공정성을 지키려는 원칙에서 발생되었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YTN이 제일 우선으로 꼽아야 할 것은 보도 공정성, 보도 정상화라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지난 김호성 총괄상무 후보직 사태 당시 구성원들의 게시판 글에서 드러났듯이 '이제 일하고 싶다. 자괴감 느끼고 싶지 않다.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그런 절절함의 축약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제 YTN이 최고의 방송, 최고의 공영언론 방송으로 되기 위해서 저희가 다시 뛰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러기 위해 뭘 해야 할까요?
"사실은 보도국장의 선임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 파행이 시작됐다고 보거든요. 결국에 보도를 정권에 바치고 개인 영달에 이용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가 아직 시행을 못 하고 있습니다. 보도국장의 선임과정인 임명동의제가 시작되면 다시 1등(방송)으로 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임명동의제가 그만큼 중요한 거네요.
"맞습니다. 임명동의제가 그만큼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제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도국의 특성과 성격 그리고 앞으로 미래 비전 모두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라는 거죠. 보도국이 민의를 듣지 않고 보도국장이 독선으로 했을 때는 이어질 수 없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분명히 저는 이 부분이 시작점이고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9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잖아요.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의 시작은 YTN에 대선 캠프 언론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온 것이었죠. 지금 와서 9년을 되돌아보면 어떤가요?
"저는 재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9년은 해직 기자들에게 직장을 떠나게 하는 슬픔도 있었지만, 본인들의 정체성을 잃게 했다는 게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으로서, 기자로서 당연히 공정방송을 외쳤는데 그 대가는 혹독했고요. 언론인을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좌절을 주고 본인을 혼동 속으로 이끌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거기에 관련된 해직자들의, 피해자들의 본인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연결되었다는 거죠. 해직 기자의 아버님이 벌써 두 분 돌아가셨고 초등학생이었던 어린아이가 9년이 지나 지금 대학생이 되었으니, 한 회사의 해직사태가 언론인 전에 한 가족을 파괴했어요. 이 회사를 9년간 비정상으로 이끌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다른 것은 9년간 부역자들이 자기 영달에 이용하면서 정권 충성방송을 했고 국민의 알 권리 축소 같은 이런 작태로 인해서 내부의 자괴감은 하늘로 치솟고 있고요. 그 결과는 결국 경쟁력 하락을 불러서 작금에는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개혁을 위해, 끝까지 지켜봐 달라"

 박진수 언론노조 YTN 위원장
박진수 언론노조 YTN 위원장 ⓒ 이영광

- 9년간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요?
"9년 내내죠. 9년 내내인데 만약 사장 체제를 얘기하면 배석규 체제가 가장 심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동안 배석규 사장이 YTN에 했던 폐단과 농단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보도국장 추천제를 한칼에 없애버렸고. 더불어 그 당시에 1심 판결에 따른다는 것도 무시해버렸죠. 그리고 정권에 "충성심이 높다"며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에도 나왔던 사람이잖아요. 결국 조직은 악화됐고 공정성, 신뢰성, 경쟁력 모두 땅에 떨어졌죠. 지금 이 지경이 된 것도 그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 조준희 전 사장은 사퇴했지만, YTN 안엔 아직도 이명박근혜 정부 때 부역세력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세요?
"처리라는 말은 무리가 있는 것 같고요. 일하게 해야 합니다. 부역자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일을 하지 않고 정치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을 가끔 하지만 일을 통해서 정치하고 그것을 본인의 이해관계에 이용한다는 것이죠. 이게 부역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일 겁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통한 인사정책은 부역하는 자가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신망 있는 인사가 리더가 되고 그 리더십을 통한 일 중심의 조직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부역이 얼마나 잘못되었다는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역자들의 진정한 사과가 선결되었으면 하는 것도 바람입니다."

- 지금 MBC에서 '사장 물러나라'는 운동이 벌어지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파렴치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으로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결국 부역자들의 개인 안위를 위해서 움직이는 뉴스가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지금 MBC 뉴스를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김장겸 사장이 계속하는 한 MBC의 신뢰는 계속 떨어질 겁니다. 김 사장의 신뢰 문제가 아니라 MBC의 신뢰, MBC 구성원들이 겪어야 될 고통이기 때문에 김장겸 사장이 조속히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MBC 특별근로감독 등에 관해 자유한국당에서는 '정권 차원의 언론장악'이라고 주장하는데.
"기가 막히고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9년간 그들은 과연 왜 가만히 있었는지, 왜 해직문제가 됐을 때 그 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수많은 언론인과 집단 지성이 아프다고 하고 있을 때 왜 그들은 가만히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지금 그들의 행태는 언론을 이용하는 사유화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고, 거기에 대해서 깽판 치고 으름장 놓으려는 아주 전형적인 구태와 적폐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언론장악 얘기하기 전에 9년간의 해직언론인 부분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한 말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 문재인 정부가 두 달 됐지만 언론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론개혁의 시작점도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종편 문제 또한 아직도 어떻게 해결될지,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겠습니다. 언론 개혁은 사실 어떤 정권과는 별개지만 우리 언론인 스스로 이 부분을 계속 목소리 내고 싸워야 이뤄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불어 국민 여러분이 공영언론에 대한 관심을 져버리시면 결국 그 폐단으로 이명박근혜 같은 이가 나온다는 걸 잊지 말아 주시고요. 싫지만 끝까지 잡아야 되는 언론, 우리 아이 같은 심정으로 관심 가져 주시고 공영언론을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한 마디 더하자면 YTN 차기 리더십 사장도 개혁인사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진수#YTN#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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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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