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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태

ⓒ 신광태

"글쎄요, 한 400년 정도는 됐다고 봐야겠지요. 증조할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말하길 이 밤나무는 엄청 큰 고목이었다'고 말했다니까..."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 길상순씨(58세) 집 마당. 정확한 수령도 가늠할 수 없는 밤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고령이라 성장이 멎은 탓일까, 수 십 년 만에 찾았지만 그대로다. 노쇠한 뿌리 활동에 맞춰 나뭇가지가 균형을 맞춰 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길씨 집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는 이 밤나무는 여름엔 마을 사람들에게 그림자를 내어 준다. 이곳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그곳은 쉼터다.

가을엔 도토리보다 좀 큰 알밤도 떨어뜨린다. 토종밤이라 개량종에 비해 작지만 고소함은 더하다. 알밤 소유권은 없다. 누구나 주워갈 수 있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장소라 생각합니다"

길씨는 (자신의 땅을 구분하는)울타리를 치지 않았다. 누구든 밤나무 그늘 아래에 놓인 너래 바위 위에서 담소도 나누고 쉬어가게 하는 배려다. 길씨 할아버지가 그랬고, 아버님이 그랬기 때문이란다. 조상님 가르침에 대한 실행이라고 했다.

요즘 시골엔 자신의 땅을 경계로 울타리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내 땅임을 주장'하며 도로를 막는 사람도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

과거 시골사람들은 마을도로를 만들 때 자신의 땅을 내 놓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 위함이란 자부심이 강했다. 땅을 기부 받은 마을에선 등기 철차를 이행치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서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땅을 내놓으셨던 어르신이 세상을 뜨셨다. (땅은)자손들의 소유를 거쳐 타인에게 팔렸다. 이때부터 도로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 백 년 살아온 밤나무가 조건 없이 내 주는 배려. 우리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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