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 당원 당직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굳은 표정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9일 오후 10시 35분 국회 헌정기념관 개표상황실을 찾아 의원들과 만난 뒤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이날 현장에는 박지원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과 손학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박주선·주승용·천정배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선대위 지도부가 남아있었다. 안 후보는 선대위 지도부를 비롯해 당직자들과도 일일이 악수하며 "고맙다. 정말 감사했다"라고 말한 뒤, 마이크를 들고 이같이 말했다.
안 후보는 "겸허히 받아들인다.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가길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서 더 노력하겠다"라고 짧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사실상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안 후보는 항상 양복 차림에 녹색 넥타이를 하고 나타났던 이전과 달리, 회색빛 넥타이를 한 모습이었다.
안 후보가 준비한 발언을 마치자 현장에 있던 지도부·당직자들은 크게 손뼉을 치며 응원을 보냈다. 일부 의원이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한 선대위 대변인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발언 직후 안 후보는 향후 행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일 말씀드리겠다"라고만 짧게 외친 뒤 차를 타고 이동했다. 선대위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말없이 걸어나가는 안 후보를 향해 "안철수 파이팅, 안철수 힘내라"라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박지원 "패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선대위 회의 소집할 것"
박지원 위원장은 10일 선대위 회의를 소집해 후보와 함께 관련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출구조사와 개표 진행 상황을 보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며 "선거를 책임졌던 저로서도 국민에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분석할 것은 분석하며, 반성할 것은 반성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것은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투표 종료 직전인 오후 4시 30분께까지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3시간 30분 남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노력을 다하자"며 안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KBS·MBC·SBS 등 방송3사 대선 출구조사에서 안철수 후보(21.8%)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1.4%)에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3.3%)에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관련 기사:
문재인 승리? 침통한 박지원, 물 들이켠 손학규).
출구 조사 뒤 정확한 대선 개표 결과는 10일 오전 1~2시께에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