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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방관들은 "월급이 아닌 명예를 먹고 산다"고 말한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일 자체가 그만큼 숭고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에서 소방관이 되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대략 5~6단계의 검증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뉴욕시 소방대원 채용 캠페인 포스터
뉴욕시 소방대원 채용 캠페인 포스터 ⓒ 뉴욕소방서

만약 누군가가 소방관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시험을 보기 전에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 바로 자신의 성격과 자신이 선호하는 근무환경에 적합한 소방서를 찾는 일이다. 

미국에는 3만 개가 넘는 소방서가 있다. 각 소방서별로 비전, 임무, 전통, 소방서 규모, 출동건수, 인력, 예산, 장비 등 근무여건도 천차만별이다. 또한 정규직, 임시직, 그리고 의용소방대원들이 섞여서 근무하는 혼합(Combination) 형태의 소방서도 존재한다. 

자신에게 맞는 소방서를 찾는 일은 평생의 파트너를 찾는 것과 같다.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지 직업을 구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평생을 우울하게 보낼 수도 있다.

이제 자신에게 적합한 소방서를 정했다면 본격적으로 구직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채용절차는 합격자를 결정하기 전 단계인 Preoffer Testing과 합격자를 결정한 후 검증하는 Postoffer Testing 두 단계로 구분된다.

합격 전 테스트의 첫 단계는 소방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는 것이다. 많은 소방서가 예비 소방관을 위해 직업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 기회에 참여하면 앞으로의 방향을 잡는데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소방서에 지원서(Application)를 제출하는 것이다. 지원서에는 연락처, 학력, 경력, 자격증, 범죄사항 및 운전경력이 들어가며, 거짓으로 기재한 사실이 확인되면 합격되더라도 취소사유가 된다.  

지원서가 통과되면 그 다음 과정은 필기시험(Written Test)이다. 보통 100 문제가 출제되며 7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체력시험(Candidate Physical Ability Test)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소방관 체력테스트는 우리나라 소방공무원 시험과는 달리 남녀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에서 실시된다.  

체력테스트에서는 10분 20초 시간 내에 주어진 8가지 과제를 실수 없이 수행해야 한다. 이중 하나라도 실수하거나 또는 주어진 시간 이내에 8가지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면 탈락 처리된다.  

 미국 소방대원 체력테스트 8가지 과제
미국 소방대원 체력테스트 8가지 과제 ⓒ Fayetteville 소방서

8가지 과제는 계단 오르기, 호스 끌기, 장비 운반, 사다리 전개, 강제 진입, 검색, 요구조자 끌기, 천장 파괴로 이루어져 있다. 테스트 하는 동안 지원자들은 헬멧과 장갑, 그리고 방화복과 같은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50파운드(22.6킬로그램) 무게의 재킷도 착용해야 한다.

체력테스트를 통과하면 그 다음으로는 대면면접(Interview)을 보는데, 어떤 소방서는 면접을 두 차례나 보기도 한다. 면접을 통해 소방관으로서의 인성, 적성, 체력, 전문성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본다.    

합격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일단 합격자가 결정되면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들이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합격은 취소되며 다음 사람에게로 기회가 넘어간다.

합격 후 테스트에서는 미국방화협회(NFPA)에서 만든 기준 1582, 즉 소방서 직업의료프로그램에 의해 거짓말탐지기(Polygraph Test) 검사, 심리분석(Psychological Analysis), 그리고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주입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약물검사(Drug Testing)가 이어진다.

또한 합격자의 신용상태, 범죄 및 운전이력 등과 관련한 신원조회(Background Check)도 거쳐야 한다.  

 뉴욕소방서 신임 구급대원들이 졸업식에서 서약서를 낭독하고 있다. (출처: 뉴욕소방서)
뉴욕소방서 신임 구급대원들이 졸업식에서 서약서를 낭독하고 있다. (출처: 뉴욕소방서) ⓒ 이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미래의 인명안전전문가를 채용해서 그들에게 지역사회의 안전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소방관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맡기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이건 선임소방검열관#미국 소방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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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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