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4일부터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에 자리 잡고 '박근혜 퇴진' 등을 외쳤던 '광화문 캠핑촌'이 3월 25일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 20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42일 간의 노숙 농성을 마무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광화문 캠핑촌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운동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문화예술인들의 연대 뿐만 아니라 탈핵행진, GMO반대, 한겨레주주모임, 나눔발전, KT1인시위, 작가회의의 문학인, 어린이 문학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속속 거대한 천막촌에 모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걸고 함께 투쟁했다.
광화문 광장은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캠핑촌민들의 다양한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문화예술인들은 대형 천막을 치고 시국을 비판하는 마임, 춤, 연극 등을 벌였다. 광장 갤러리에선 각종 작품 전시가 열렸다.
광장 소식을 전하는 '광장신문'을 제작하여 촛불 시민들에게 나누기도 하고, 13차례에 걸친 시국토론회가 이루어졌다. 작가회의에서는 '촛불은 시작이다'라는 시집을 내고 낭송회를 열었다. 다양한 시국 풍자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거대한 촛불 형상과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조윤선, 황교안 등이 포승줄에 묶인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 최병수 미술가의 철재 조형물 등의 설치 미술 작품도 돋보였다. 이 덕분에 광화문 캠핑촌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코스가 됐다.
캠핑촌을 운영하던 이들은 매일 아침 촌민회의를 열어 투쟁 방향과 일정을 점검했다. 시민들을 광장으로 나오게 한 청와대와 재벌 등 부패한 권력을 타깃으로 삼아 활동을 이어갔다. 아직도 광화문 광장에는 정안스님 분향소와 파인텍노조, 쌍용자동차, 사드 반대, KT1인 시위팀들이 남아있다. 이들은 대선이 끝날 때가지는 남아 계속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외칠 것이라고 했다.
전국 1만리를 걸으며 '탈핵 한국'을 외치고 있는 '탈핵희망 도보 순례단'은 지난 1월 10일 영광핵발전소 앞에서 출발해 2월 18일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광화문 캠핑촌민을 자처하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성원기 강원대 교수 등 7인의 농성단은 '탈핵 한국, 광화문 농성단'의 깃발을 올렸다. 삼척, 원주, 대구, 청주, 영덕, 서울 등지의 탈핵 활동가들이 릴레이로 광화문 천막을 지켰다. 이들은 '불안해서 못살겠다, 대선 주자들은 핵발전소 폐쇄를 공약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매일 농성장 인근 거리에서 피켓 1인 시위를 벌이고, 시민들에게 탈핵 홍보물을 건넸다. 또 '잘가라 핵발전' 100만인 서명을 받는가 하면, 광장의 무대에 올라가 촛불 시민들에게 탈핵 운동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광화문 캠핑촌의 해단과 함께 '탈핵한국광화문농성단'도 천막을 걷었다. 천막을 걷으며 성원기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탈핵한국광화문 농성단이 천막을 걷지만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 1인 시위, 피켓팅, 시민 대상 홍보활동, 각계와 지역에서의 탈핵 1만인 시국선언을 조직하는 일을 지속할 거다. 차기 대선 후보들이 탈핵을 공약하고, 이행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차기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매일 매일 거리와 광장을 누빌 것이다. 전국의 탈핵 운동가들이 모여들 것이고, 나도 강의가 없는 월요일을 포함하여 주말에는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계속 탈핵을 외칠 것이다." 또 이렇게 덧붙였다.
"핵없는 삼척을 위하여 주민들의 뜻을 모아 탈핵 시장을 뽑아내었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탈핵 공약을 내거는 것이 최선이고, 그렇지 않다면 탈핵을 내건 후보들이 당선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들을 이어갈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나 신한울 1, 2호기도 국민투표를 통하여 지속해 나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당장 핵발전소를 다 폐쇄하라는 것이 아니라 수명 다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폐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