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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 지쳤다. 각 세대마다 서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30~40대 직장인들은 경쟁 일변도의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밤 낮 없이 뛰어다닌다. 주 40시간 제도를 도입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야근에 투입된다. 아빠 육아휴직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엄마들의 육아휴직 제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야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계속 벌어져 임금을 비롯한 복지 혜택이 천차만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용형태에 따라 자신의 신분이 결정된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건 이처럼 고달프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각 후보들은 노동 정책을 쏟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빈부격차가 더 커지는 걸 막아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엿보인다. 유승민 의원의 '칼퇴근법', 이재명 시장의 '노동경찰도입' 이 대표적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며칠 전에 열린 정책발표회에서 구체적인 노동 정책을 발표했다. 3월 14일~16일 실시된 한국갤럽 호감도 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그였기에 안지사의 입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안지사의 노동 정책은 '전 국민 안식년' 이었다.

공약 발표하는 안희정 지사 전국민 안식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약 발표하는 안희정 지사전국민 안식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전 국민 안식년이란?

직장에서 10년을 근무하면 1년을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제도이다. 또한 10년을 만근하지 않아도 '안식월'이라 해서 연차 개수를 25개로 늘려 마음만 먹으면 한 달을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식년에 들어가는 재원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2~3년 동결하여 확보하고, 이 재원을 안식년에 사용할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같은 경우 추가재원 없이 15만 명의 신규직원채용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전국민 안식년' 공약을 세운 계기는 "너무 많은 노동 속에서 가족과 개인적인 삶의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했다고 밝혔다. '전국민 안식년' 의 시행은 일단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에선 논쟁 중

안지사가 '전 국민 안식년' 공약을 발표하면서, SNS 상에선 그의 공약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안지사 측 지지자들은 대체로 안식년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 의문을 품었고, 그 외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무맹랑한 공약이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정OO씨는 자신의 게시판에 "주 5일제 주 40시간도 못 누리는 중소기업 근무자나 자영업자에겐 그림의 떡" 이라 밝혔고, 김OO 씨는 어느 댓글에서 "8년 일하고 9년 째 정리해고 당할 가능성 큼" 이라 하여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였다. 또한 이OO씨는 "현실 인식 못하고 '저녁이 있는 삶' 같은 레토릭에만 꽂혀 내놓은 공약" 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공약에 우호적인 이용자도 있었다. 유럽에 거주하는 김OO 씨는 "노동은 구걸이 아니라는 인식을 스스로가 갖고 국가가 법을 체계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혀 공약을 옹호하였다.

과연 가능할까?

안지사 본인도 밝혔듯이 이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선 일단 노사간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 노사간의 대화 양상은 항상 형편없었다. 대화 결렬, 파행, 손배소 청구 등 노사간의 갈등은 항상 첨예했다. 이는 노동조합을 동반자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에 기인한다.  이러한 여건을 반영하듯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안팎이다. 유럽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런 노동 환경에서 당장 '안식년'을 도입하는 건 무리다. 이미 많은 SNS 이용자들이 우려를 표명했듯 우선 시행하는 일부 정부와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만 수혜가 돌아갈 수도 있다. 특히 자영업자, 가정주부, 중소기업 노동자는 이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또한 안식월을 패키지로 제시하면서 연차를 25개로 늘린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기업휴가이용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연차 유급휴가 사용률은 46%로 평균 15.3 일 중 7.1일만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 내 경직된 분위기'(42.0%), '업무과다'(18%)의 순으로 나타나 연차를 늘리는 것 보다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법제화가 더 우선시 돼야 한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전국민 안식년' 이란 공약을 내세움으로서 이재명 시장이 제시한 '기본소득' 과 함께 많은 국민들의 이목을 끌게 되어 향후 노사간의 인식전환을 기대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희정##전국민 안식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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