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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資)를 본(本)으로 여기는 세상을 살고 있다. 자본주의사회는 물과 공기, 밥 한 그릇의 흔함을 하찮게 만든다. 금과 은처럼 흔하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러나 삶을 지탱하는 필수 조건의 항목들을 살펴보라. 대다수가 흔한 것들이다.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숨긴 채, 우리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

그토록 흔한 것들, 그러나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농업'이다. 반드시 존립해야 하는 지역사회가 있다. 바로, '농촌'이다. 땅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식량 주권의 자립 없이 국가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선조들은 이미 농사가 천하의 근본임을 역설했다(農者天下之大本).

얼마 전, 인구 절벽에 관한 인터넷 뉴스를 보았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가 고령 인구로 귀속되면서 생산 가능 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들게 된다. 단순한 이론이 아닌 현실임을 체감한다. 농촌은 더욱 그렇다. 귀농, 귀촌 인구가 늘어난다지만 특정 지역 이야기다. 대다수 농촌 마을엔 폐가들이 늘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의 유입이 정지된 마을도 있다. 이런 시대 속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월평교회 임봉기 목사
월평교회 임봉기 목사 ⓒ 김문선

 전남 화순에 위치한 월평교회 전경
전남 화순에 위치한 월평교회 전경 ⓒ 김문선

30년 넘게 한 교회와 마을 지키는 목사가 있다. 1만 평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땅을 살리고 먹을거리를 살리는 농부 목사가 있다. 농촌을 살리고 농민과 함께 살아가는 목회를 위해 농대에서 농사를 배운 후 신학교에 입학한 목사가 있다. 임봉기 목사다. 그를 만나기 위해 전남 화순에 위치한 월평교회를 찾았다.

교회 앞마당엔 농기구들로 가득했다. 주변엔 닭들이 자유롭게 오갔다. 갈라진 손바닥 사이에 박힌 땅의 흔적들, 우직한 농부의 손과 악수를 나눴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예배당에 앉았다. 농촌 사회와 농촌 교회를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인 이유를 물었다.

"미래 한국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이 농촌이라 판단했습니다. 예수처럼 억압받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목회임을 배웠습니다. 농촌과 농민들에게 예수의 진리와 사랑을 전하는 길을 고민했습니다. 함께 농사를 짓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농대에 입학해서 농사를 배웠습니다. 그 후에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시간이 흘렀다. 지금 임 목사가 목회하는 지역사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시만 해도 농촌에 노인들이 있었다. 노인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도시 교회에 장터를 열어 친환경 먹을거리도 판매했다. 함께하던 노인들이 하나, 둘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여전히 임 목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되고 감소되는 인구 변동의 현상, 그로 인해 발생되는 농촌 현실의 문제를 마주하며 농촌과 농촌 교회의 내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순간 농촌은 목회자들에게도 기피 지역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큰 문제입니다. 농촌이 피폐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농촌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농촌에 마지막 한 사람이 있어도 교회는 존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해 목회자들이 농촌 교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축적된 농사 기술과 농촌 목회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후배들에게 나눌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두운 농촌 현실 앞에 농촌의 내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두운 농촌 현실 앞에 농촌의 내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 김문선

얼마 전, 신학대학원생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임 목사는 이들이 농촌에서 정착하고 농촌 목회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친환경 농사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농지와 집을 소개해 주었다. 생산된 농산물의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 주고 있다. 그렇게 농촌과 농촌 교회를 살리기 위해 임 목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람들이 농촌 사회와 친환경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유신 정권 시절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 당시 정부는 농사를 장려하지 않았습니다. 농촌을 배제한 경제개발과 도시화를 추진했습니다. 먹을거리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먹도록 장려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 농촌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농사는 주권의 시작입니다. 만약 농촌과 농사를 잃을 경우 주권이 상실됩니다. 현실을 보십시오. 값싼 해외 농산물에 우리의 식탁이 점령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식량은 무서운 무기가 될 것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농촌과 농민을 살려야 합니다. 단순한 경쟁 논리로 농민들을 내몰고 농촌의 가치를 하락시켜선 안 됩니다.

또한 인간은 땅에서 나온 건강한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 생명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파괴된 땅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는 안전한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반쪽짜리 농산물입니다. 땅을 살리고 먹을거리를 살리는 일은 지극히 신앙적인 일입니다."

 그는 말한다. 농촌 목회가 나에게 준 선물은 빚과 육신의 질병이라고.
그는 말한다. 농촌 목회가 나에게 준 선물은 빚과 육신의 질병이라고. ⓒ 김문선

그는 말한다. 농촌 목회가 나에게 준 선물은 빚과 육신의 질병이라고. 그러나 그의 고백이 한스러움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간 걸어온 목회의 진정성과 중심을 드러내는 십자가의 영광으로 다가온다.

그는 여전히 청년처럼 열정과 최선을 다해 목회를 하고 있다. 농촌 사회와 농촌 교회를 살리기 위해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 더욱이 목사는 장밋빛 미래가 아닌 신앙의 사명을 쫓는 이들 아니던가. 이런 면에서 임 목사는 이미 성공한 목사이자, 성공한 그리스도인이다.

덧붙이는 글 | 기독교 인터넷 신문 <뉴스앤조이>에 동시 송고한 월평교회 임봉기 목사 인터뷰 기사입니다.



#농촌교회#임봉기목사#전남화순월평교회#농촌현실#농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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