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단체가 오는 3월 1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고 해당 지자체와 장소를 협의했지만 지자체는 도로법 상 조형물은 설치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서 충돌이 예상된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추진위)'는 20일 오후 중구청과 소녀상 설치 장소를 놓고 3차 협의를 가졌지만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추진위는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동성로 한일극장 사이를 주장했지만 중구청은 국채보상기념공원과 3.1운동길 주변 쌈지공원을 재차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청 "상인 반대와 도로법에 어긋나, 강행하면 막을 것"당초 소녀상을 세울 위치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을 주장했던 추진위가 동성로 한일극장 사이에 세울 수 있다며 양보를 제시했지만 중구청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중구청은 동성로 상인들이 반대한다는 이유와 도로법 상 조형물을 세울 수 없다는 법적인 근거를 들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시민단체 조형물은 법 상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첫 번째 절차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우선돼야 한다"며 "동성로는 도로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승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국채보상공원과 쌈지공원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국채보상공원이나 쌈지공원은 역사적으로도 맞다"며 "공원의 조형물은 대구시설관리공단의 동의를 받아 대구시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대구시로 떠넘기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또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심하다. 동성로 무대 앞에 설치하면 안전의 문제도 있고 많은 질타를 받을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훼손할 수도 있어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추진위가 민관 합동으로 설치하고 중구청에 기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우리가 제시하는 곳에 설치해야 시민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추진위가 동성로에 소녀상을 설치한다면 직원들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추진위는 중구청을 이해할 수 없다며, 상인들을 핑계로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도로교통법 상 조형물을 세울 수 없다고 하지만 법의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추진위 "다른 이익집단과 연계 의혹? 진짜 이유 모르겠다"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약전골목의 독서 소녀상은 설치해 놓고 이보다 몇 백 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위안부 소녀상은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자기들이 설치하면 법적으로 문제 없고 시민단체가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법적인 문제도 얼마든지 어기지 않고 세울 수 있지만 중구청이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상인들의 반발도 충분히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중구청이 거부하는 진짜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서일웅 목사도 "소녀상 설치는 이익 이전에 우리의 생각과 사상, 이념, 민주주의 절차 상 지극히 합당한 행위"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며 "동성로는 의류와 화장품 등 젊은층을 위한 소비가게가 형성이 돼 있다. 중구청이 반대하는 이유는 또 다른 이익집단과 연계가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혹을 나타냈다.
이정찬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동성로는 일제 저항정신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최소한 동성로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판단해 이곳에 세울 계획이었다. 상인들의 반대를 주장하는데 오히려 관광명소가 될 수 있고 상인들의 이익 증대에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2,3일 이내에 다시 한 번 중구청과 대화를 갖고 소녀상 설치 장소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3.1절인, 다음달 1일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구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시민 2000여 명이 7200여만 원을 기부해 제작에 들어간 상태이며 대구백화점 앞 소녀상 설치를 위한 서명에 보름 동안 온오프라인을 포함해 1만 1400여 명의 시민이 서명했다.
추진위가 제작한 소녀상은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 같은 모습으로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