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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를 추모하는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렸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를 추모하는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렸다. ⓒ 조정훈

"큰 사고가 나면 잠시 온 세상이 뒤집어질 듯 야단법석을 떨다가도 또 잊게 됩니다. 성수대교가 내려앉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씨랜드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잠시 뒤에는 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려운 시기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유족들과 부상자를 비롯해 대구시·대구도시철고 관계자,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 달서구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렸다.

지역 국회의원 중에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비롯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 홍의락 무소속 의원이 추모식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고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화를 보냈다.

유경근 세월호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정덕규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유족회장, 정계환 태풍 매이 유족회 대표 등도 추모식장을 찾아 고인들에게 헌화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들은 큰 사고로 인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정형숙 무용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정형숙 무용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조정훈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한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한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 조정훈

이날 추모식은 헌시를 낭독하는 넋모시기를 시작으로 종교의식과 추도사, 추모공연, 추모노래, 분향 및 헌화의 순서로 진행됐다. 신달자 시인의 '당신은 그 날을 기억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추모시가 낭송되자 유가족들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우리 지역사회는 상인동 가스폭발사고를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하철 화재참사가 우리를 괴롭혔다"며 "안전의 가장 큰 위협은 망각이다"라고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대구를 안전과 생명의 도시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라며 "늦었지만 여러분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학 참길회 고문은 추도사를 통해 "지금도 들리는 그 날의 신음소리와 아우성, 처절한 절규가 이 가슴을 때린다"며 "다시는 이 땅에 가혹한 이별이 없어야 한다. 작고 힘없는 사람이 더 외로워지거나 슬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14년간 희생자들의 넋을 모실 장소를 만들지 못한데 대해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세월호 등 많은 사고가 있었고 안산이나 광주에 트라우마센터가 있는데 대구에는 없다.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에게 추모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1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에게 추모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 조정훈

14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 눈에선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배한진씨는 당시 사고로 희생된 언니를 기억하며 "언니와 부대끼며 지낸 13년 동안의 기억은 언니가 없이 지내온 지난 14년 동안 쓰라린 아픔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 소중하고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윤석기 유가족 대표는 "대구도시철도의 시민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3호선의 무인운전을 반대하고 1,2호선의 1인 승무제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이 걱정된다면 경영진이 다른 방편으로 합리화를 추구해야지 현장근로자를 줄이면서 시민과 승객의 안전을 볼모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팔공산에 있는 대구안전테마파크를 예로 들며 "유가족 추모공원이고 수목장이 이미 되어 있다"며 "대구시가 2005년 추모사업을 제안하고 2008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 대구시는 제대로 된 추모사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한 유가족이 희생된 가족의 사진을 닦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1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한 유가족이 희생된 가족의 사진을 닦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정훈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에서 한 희생자 유가족이 안경을 벗고 자신의 가족 얼굴을 찾아보고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에서 한 희생자 유가족이 안경을 벗고 자신의 가족 얼굴을 찾아보고 있다. ⓒ 조정훈

이에 유가족들은 "강당에서 추모식을 할 수 없다"며 "내년부터는 추모공원에서 추모식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은 유승민 의원의 손을 잡고 "우리가 떳떳하게 추모할 수 있도록 팔공산 안전테마파크를 추모공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대구지하철노조는 이에 앞서 지난 17일 오후 전국 철도 노동자들과 JR서일본노동조합 조합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중앙로역 상설무대에서 희생조합원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추모의벽을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김민정씨는 "오늘은 저의 생일입니다. 그래서 더 이 사건이 마음 아프고 뼈 속 깊이 남아 있습니다"라며 "부족하지만 못다 한 꿈을 제가 베풀면서 살겠습니다"라고 썼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를 맞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추모의벽에는 많은 시민들이 국화를 놓고 추모글을 붙였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4주기를 맞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추모의벽에는 많은 시민들이 국화를 놓고 추모글을 붙였다. ⓒ 조정훈



#대구지하철 화재참사#14주기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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