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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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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이미지는 뭘까?
어렸을 적엔
엄마의 고된 노동은 모른 채로
가난한 살림에서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요깃거리가 만들어지는 부엌이 신기했다.

결혼 후엔
가정과 직장의 병행으로
아침에 눈뜨거나
저녁에 퇴근하면
숨돌릴 새도 없이 마주해야 하는
또하나의 치열한 일터였다.

명절 때나
많은 손님을 치를 때엔
여러 명의 여자들이 함께 서서
때로 자기 방식을 고집하다가
부엌 너머에서
강건너 불보듯하는 남정네들에게
불똥 한 자락을 던지고야마는
여자들만의 소외된 공간이었다.

짙은 어둠에
아직 보름달도 남아 있는 새벽 4시.
태국 아속 공동체 대형 부엌에서
사람들이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아속'은 부패한 기성 불교에 반대 깃발을 든
포티락 스님이 이끄는개혁 불교 공동체다.

장작불을 때어 가마솥에서
고구마를 쪄내는 사람들.

대형 믹서기를 돌려서 짜낸 콩국물을
자기 키만큼 큰 주걱으로
오래도록 진득하게 젓는 까까머리 중학생.

화로불에 발갛게 물든 얼굴로
짜파티빵을 구우면서도
하하호호 웃음을 쏟아내는 아줌마들.

목소리를 높이거나
남을 무안주는 사람 하나 없다.
자기 할 일이 끝나면
아직 남은 곳으로 걸음을 옮겨
조요히 일을 거든다.

드넓은 부엌에서 그들은 마치
차오프라야강의 물고기들처럼
끊임없이 흘러다니면서
부족한 일손을 메꾼다.

명령하는 이도
눈치보며 꾀부리는 이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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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자스민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여행에 관한 기사나 칼럼을 쓰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보는 ssuk0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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