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자고, 파도도 자는 겨울 아침. 9시 정각에 군인 아저씨가 문 열어주는 바다부채길에 다녀왔습니다. 군 경계근무 정찰로였던 이 길이 열린 건 지난해 10월 17일. 관심있는 사람들은 벌써 다녀간 이 길이 조금 한산해지기를 기다리느라 해를 넘겼고, 아침 햇살이 좋을 때 걷고 싶어서 문 열기 전부터 기다렸습니다.
바다의 작은 속삭임도 들릴 만큼, 손 내밀면 투명한 물빛에 닿을 만큼 해안선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길입니다. 그래도 이리 가까울 줄은 몰랐네요. 소박한 심곡항에서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 주차장까지 편도 2.86km. 천연기념물 437호로 지정된 해안단구도 관찰하고, 바다와 하늘에 물들어 걷다보면 다시 심곡항으로 돌아오는 왕복 6km 구간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이름도 고운 바다부채길은 부채바위가 있어 그런가 싶지만, 이 길이 놓인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을 닮아서라고 합니다. 바우길을 만든, 소설가 이순원 선생님께서 그리 이름하셨다 하네요. 아마도 그 부채가 동쪽과 북쪽을 향해 있는지, 굽이굽이 모롱이가 많아서 그런지 썬크루즈 호텔 주차장에서 다시 심곡항으로 돌아가는 정오 즈음에는 벌써 그늘이 어린 곳이 많습니다. 겨울엔 심곡항에서 썬크루즈 방향으로 걷는 것이 바위도 멋지고 빛이 훨씬 곱습니다. 가만가만 속삭이는 바다와 나란히, 세상과 뚝 떨어져 걸어보세요.
다만, 파도가 높은 날은 예고 없이 통제되고, 여전한 군 경계근무 지역이어서 동절기에는 9시에서 4시 30분까지, 하절기에는 9시에서 5시 30분까지만 걸을 수 있습니다. 미리 강릉시청 관광과(033-640-5420)에 문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3월부터 5월까지는 시설보강 공사 관계로 폐쇄될 예정이고, 이후에는 유료 입장으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는 정동진과 썬크루즈 주차장, 심곡항 사이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습니다.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1시 30분, 3시 30분 정기노선이 심곡항으로 돌아옵니다. 심곡항에서 출발해 왕복으로 걸으시는 것도, 편도만 걷고 셔틀버스로 돌아오는 것도 좋겠네요. 편한 신발 신으시고 가볍게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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