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산하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지난달 27일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2030'을 발표했다. 인천항에 2030년까지 약 9조 원을 투입해 신항ㆍ남항ㆍ북항ㆍ내항의 기능을 재배치하고, 물류단지와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장기적으로 인천신항에 컨테이너부두 기능을 집중하기로 했다. 2016년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역대 최고인 268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망되는데, 이는 중국ㆍ베트남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영향이 크다.
해수부는 우선 동아시아와의 교역량 증가와 국제 해운선사의 대형화 추세에 조응해 신항 항로 '증심(수심 14m→16m)'을 위한 준설작업을 2017년 5월까지 준공하고, 항만 배후단지를 단계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2030을 보면, 2030년 컨테이너 물동량을 350만TEU로 추정했다. 2017년 한진인천컨테이너부두의 나머지 구간이 개장하더라도 신항 1-1단계 부두(=선광 3개 선석, 한진 3개 선석, 각각 0.8㎞)의 처리능력은 120만TEU인 만큼, 1-2단계 부두(선석6개, 1.6㎞) 가운데 2개 선석을 우선 개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남항은 석탄ㆍ모래ㆍ컨테이너부두(운영사=E1ㆍICTㆍCJ대한통운)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석탄부두는 삼척과 군산으로 이전한다. 그리고 2019년에 새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이 들어선다.
이에 장기적으로 남항의 컨테이너부두 기능을 신항으로 집중하고, 남항을 해양산업클러스터와 수출입물류단지, 자동차부두로 조성하겠고 해수부는 밝혔다.
특히, 인천항만업계의 숙원인 자동차전용부두 설치 요구를 반영해 현재 신항 개장으로 운영이 중단된 남항 SICT(=선광인천컨테이너터미널)를 자동차부두로 전환해 자동차 운반선 입항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또, 남항 새 국제여객터미널에 크루즈전용부두와 국제카페리터미널, 복합쇼핑몰 등을 입주시키고,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매립지, 1366만㎡)을 호텔ㆍ쇼핑ㆍ관광ㆍ레저 기능을 갖춘 '한상드림아일랜드'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내항의 경우, 우선 1ㆍ8부두 재개발 사업은 공공개발로 진행하고, 2017년 내항 부두 운영사 통합 결과에 따라 2ㆍ6부두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북항은 항로 증심(수심 12m→14m) 사업으로 북항 배후단지와 배후지역에 소재한 제철ㆍ목재ㆍ석유화학산업을 지원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 하면 정부 1조 5000억 원, 민간자본 6조 9000억 원, 지방자치단체 6000억 원 등, 모두 9조 원이 인천항에 투입된다. 하지만 이 계획은 법적 집행력을 갖춘 것이 아니기에 반드시 이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천항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전망을 참고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벌크화물 감소 대책과 중고차단지 조성 시급해수부가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인천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해수부가 27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해수부는 "지난해(=2015년) 9월 관련 용역을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인천항 물동량은 국내 항만 중 4위이나 증가율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0%에 머물러 있어 전국 평균(3.97%)보다 크게 낮아, 인천항만업계에서 인천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새롭게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서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2015년 12월 중국ㆍ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2016년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2015년(238만TEU)보다 약 12.6%(268만TEU)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인천항 물동량 증가율이 정체돼있는 것은 벌크화물과 중고차 수출 등의 감소에 있다.
벌크화물은 곡물ㆍ광석ㆍ원유ㆍ목재 등, 포장되지 않은 채 대량으로 수송하는 화물이다. 벌크화물을 주로 처리하는 곳은 내항과 북항이다. 그래서 북항 항로 수심 증대와 더불어 배후단지 산업육성 방안과 정온수역인 내항 활용방안이 요구된다.
국내 중고차 수출물량은 2012년 37만 4393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있다. 2013년 30만 7676대, 2014년 24만 2195대, 2015년 20만 9477대를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 수출물량은 11만 8506대로, 2016년엔 17만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출물량의 약 80%를 처리했던 인천항의 물동량도 줄었다. 인천항 인근에 합법적인 중고차단지가 없어, 업체들은 평택항으로 이전했고 해외 바이어는 일본으로 넘어갔다.
내항에서 자동차 20만대가 감소하면 물동량 약 250만RT가 감소한 것과 같다. 이는 지난 2013년 A부두운영사가 8부두에서 1년간 처리한 151만RT보다 100만RT 더 많은 규모인데, 이 물동량이 인천항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해수부가 뒤늦게 남항 부두와 배후에 자동차전용부두와 물류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2030년에 조성할 계획이라면 인천항에서 중고차 수출산업은 사라지고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인천항에 절실한 것은 이 같은 시급한 현안 해결과 정부의 역차별 해소다.
정부 '투 포트' 역차별에 인천신항 공급과잉 우려
인천항은 정부의 투-포트(부산항, 여수ㆍ광양항 중심) 정책이라는 '수도권 역차별'을 극복하고 2016년 컨테이너 물동량 268만TEU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물동량 창출의 기반이 될 인천신항 배후단지 조성공사는 지난 6월 민간사업자 입찰이 무산된 뒤 여전히 소식이 없다.
반면, 부산신항 배후단지는 정부재정 50%를 지원받았고, 여수ㆍ광양항 배후단지는 무려 93%를 지원받았다. 게다가 부산신항과 광양항 배후단지는 100% 자유무역지대지만, 인천항 배후단지에 자유무역지대는 전혀 없다.
이런 가운데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지난달 31일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 2단계 건설공사가 마무리됐다. SNCT 부두의 길이는 총 800m로 선광은 2015년 6월에 1단계로 410m를 개장했고, 이번에 나머지 390m를 개장한 것이다.
SNCT 부두 전체 개장과 야적장 준공으로 SNCT는 최대 1만 2000TEU급 선박까지 접안할 수 있는 컨테이너전용부두로 발돋움했다. 연간 처리능력은 105만TEU에 달한다.
여기다 한진이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 2단계(잔여구간 390m) 공사를 2017년 11월 에 마무리하면, HJIT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도 SNCT와 동일하게 된다. 두 부두의 처리능력만 210만TEU로, 인천항만공사는 2017년 인천항 물동량 300만TEU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신항 배후단지 조성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선석(=컨테이너부두)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써 부두를 조성했지만 이를 받쳐줄 배후 산업단지와 물류단지 조성이 늦춰지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국내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87%가 수도권 화물이다. 하지만 인천항은 수도권 컨테이너화물의 42%만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 화주들이 가까운 인천항을 놔두고 트럭킹으로 부산과 광양으로 가는 것은 부산과 광양항 배후단지의 이용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산신항 배후단지는 북컨테이너부두 배후단지 170만㎡와 남컨테이너부두 배후단지 144만㎡, 웅동 배후단지 361만㎡를 합쳐 총 675만㎡에 달하는데, 정부재정이 50% 반영됐다. 여수·광양항의 정부재정 투자비율은 93%다.
하지만 인천항 배후단지(신항 제외)에 대한 정부재정 투자비율은 25%에 불과하다. 특히, 인천신항의 경우 그 규모가 부산신항 배후단지의 13.8%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데도 정부재정 투자비율은 0%다.
정부재정 투자 역차별로 부산신항 배후단지 임대료는 인천항의 '4분의 1'도 안 될 만큼 저렴하다. 부산항만공사는 이곳에 제조ㆍ조립ㆍ가공ㆍ전시ㆍ판매ㆍ유통 분야 업체를 유치해 부산항 물동량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인천항 역차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천항 자유무역지대는 총 201만 4000㎡로 이중 170만㎡가 내항 항만부지이고, 남항 컨테이너부두 부지가 약 23만 7800㎡다. 하지만 산업단지와 물류단지로 사용할 수 있는 항만 배후단지에 지정된 자유무역지대는 아예 없다. 반면 부산신항 배후단지와 여수ㆍ광양항 배후단지는 100%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돼있다.
정부투자와 자유무역지대 지정이 인천신항 배후단지 해법해수부는 인천신항 1단계 배후단지(2구역, 약 93만 4000㎡)를 민간자본으로 개발해 민간에 임대하겠다며 공모를 실시했다. 인천항만업계에선 정부재정 투자 없는 역차별이라고 반발했지만, 정부는 국내 최초 민간자본 개발이라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지난 6월 21일 마감한 사업 참여 의향서 공모에 단 한 개 업체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 뒤 해수부는 4개월 째 개발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신항 배후단지의 토지가격이다. 경제자유구역에 포함돼있어 토지가격은 인근 송도국제도시의 영향을 받는다. 즉, 민간자본으로 개발해도 높은 임대료(=공시지가를 토대로 산정) 탓에 투자 대비 수익이 적을 것을 우려해 기업들의 참여가 전무했던 것이다.
해수부는 현재 '비관리청 항만 공사(=민간사업자가 개발하고 약정한 운영기간에 해당 공사비를 임대료에서 공제)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또한 높은 임대료 벽을 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천신항 배후단지 역시 부산신항처럼 정부재정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하면 된다.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할 경우 임대료는 공시지가의 1~1.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운물류 연결할 인천안산고속도로 건설, 지금이 적기아울러 인천신항 물류를 활성화하려면 대외적으로 미주와 구주 항로를 개설하고, 내적으로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중 유일하게 단절된 '인천~안산' 구간 착공을 서둘러야한다.
인천안산고속도로는 인천남항에서 송도와 시흥(시화)을 거쳐 안산을 잇는 고속도로다. 이 구간은 남항과 새 국제여객터미널, 신항, 송도국제도시, 반월ㆍ시화공단 등을 지나는 곳이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구간 12개 중 물류가 가장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특히, 2017년 11월 신항 1-1단계 부두가 완전 개장하고, 2020년 1-2단계 부두 중 일부가 들어설 예정이며, 앞서 지적한 신항 배후단지 개발까지 염두에 두면, 정부가 적기에 물류인프라를 공급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