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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 운전 기사들은 유흥가 앞을 서성이기도 한다. 유흥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콜'을 받기 위해서다.
대리 운전 기사들은 유흥가 앞을 서성이기도 한다. 유흥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콜'을 받기 위해서다. ⓒ 이재환

지난 25일 밤 11시, 크리스마스 당일의 밤늦은 시간인데도 충남의 모 대리운전 업체 사무실에는 4명의 대리 기사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리 기사들이 '콜'을 받고 나가지 직전과 사무실로 복귀했을 때 기자는 간간이 이들을 인터뷰했다. 바쁜 대리 기사들의 업무 특성상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단답형으로 짧게 돌아오기 일쑤였다. 대리 기사들은 "진상 고객이 옛날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물론 진상 고객이 줄어든 이유는 높아진 시민의식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 기사들의 분석은 달랐다.        

이와 관련해 대리운전 기사 B씨는 "블랙박스가 설치된 차량이 늘면서 대리 기사를 폭행하거나 기사에게 시비를 거는 사례가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며 "기사 입장에서는 차에 블랙박스가 달려 있으면 확실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설령 고객에게 폭행을 당하더라도 블랙박스에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 신고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량용 블랙박스는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일종의 호신용품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B씨는 "취객을 상대하는 일인데 진상 손님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 운전기사 C씨는 "술이 많이 취해 목적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고객, 목적지에 도착해도 잠에서 깨지 않는 고객, 대리 불러 놓고 전화를 안 받는 고객 등 진상 손님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도 지난 19과 20일, 이틀 동안의 대리 기사 호송업무를 체험하면서 다양한 진상 고객을 접하기도 했다. 대리비를 임의로 깎는 경우도 있고, 편의점이나 지인의 집 등 예정에 없는 경로를 두루두루 들르는 고객도 있었다. 

대리운전 기사 C씨는 "잠깐 편의점을 들르는 수준이라면 몰라도, 예정되지 않은 장소에 들를 경우 거리도 멀어지고 시간도 많이 지체된다"고 말했다. 시간과 거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이런 고객은 사실 달갑지가 않은 것이다.    

투잡 뛰는 대리운전 기사들

주로 밤에 일하는 업무 특성 때문인지 대리운전 기사들 중에는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투잡족이 많다. 이들은 낮에는 일용직 노동자나 배달 업무, 보험 영업, 사무직, 농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대리 기사 A씨도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는 끝까지 자신의 본업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A씨는 "낮에는 회사에 출근해 일하고, 퇴근 후에는 대리 운전을 한다"며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일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첫날 기자와 함께했던 H씨도 낮에는 보험 영업을 하고 있다. H씨는 서울의 모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H씨의 계산으로도 대리운전은 크게 '남는 장사'는 아니다. H씨는 "이 일은 돈을 많이 벌 생각으로 하면 못 한다"며 "하루에 2만 원이라도 벌겠다는 생각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홍성예산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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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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