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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현장 안내판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공주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현장 안내판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 김종술

 다리가 부러지고 안내판 또한 흉하게 망가졌다.
다리가 부러지고 안내판 또한 흉하게 망가졌다. ⓒ 김종술

사라진 충남 공주시 왕촌 살구쟁이(상왕동)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알리는 현장 안내판은 인근 토지 소유주가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심하게 훼손됐다. 공주시는 안내판을 훼손한 관계자들에게 원상회복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아래 공주유족회)는 최근 지난 2008년 국가기구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공주시'가 수백만 원을 들여 만든 집단학살 사건 관련 현장 안내판이 사라졌다며 공주시에 안내판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안내판 양쪽 면에는 집단 학살 사건 개요와 사건 직전 모습이 담긴 당시 희생자 사진, 유해 매장지에 대한 설명 등을 기록돼 있었다.

공주유족회 관계자는 지난 10일 공주 왕촌 현장을 방문했다가 몇 달 전까지 서 있던 안내판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관련 기사 : 감쪽같이 사라진 공주 '집단 학살지' 현장 안내판)

무단으로 가져간 이의 황당 답변... "유해발굴 끝나서"

공주시 시정담당 부서는 행방 찾기에 나서 지난 13일 오후 인근 토지 소유주 집에서 안내판을 찾아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안내판은 한 공사업체가 주변에서 하천 공사를 위해 잠시 뽑았는데 공사 후 다시 세우려 했다. 하지만 주변 농지 소유주 등이 '세울 필요가 없다'고 해 그대로 현장에 남겨 두고 철수했다.

그런데 이 안내판을 주변 농지 소유주가 집으로 무단으로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한쪽 지지대가 부러지고 사건 진실을 기록한 안내판 또한 흉하게 훼손됐다. 안내판을 훼손한 주변 농지 소유주는 안내판의 행방을 묻는 시청 관계자에 처음엔 '모른다'고 했다가 뒤늦게 보관 사실을 알려왔다.

공주시청 관계자는 "해당 토지 소유주가 훼손 이유에 대해 '유해발굴이 끝나 더는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았다'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유족회 "안내판을 유해발굴 여부와 연결?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2008년 12월, 국가기구인 '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공주시'가 수 백만 원을 들여 세운 집단희생사건 현장 안내판. 훼손되기 전 사진이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12월, 국가기구인 '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공주시'가 수 백만 원을 들여 세운 집단희생사건 현장 안내판. 훼손되기 전 사진이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심규상

이에 대해 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은 "사건의 진실을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을 유해발굴 여부가 연관시킨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주시는 안내판을 훼손한 사람에게 상응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주시 시정 담당 관계자는 "안내판을 훼손한 주체가 확인된 만큼 원상회복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10년 공주 상왕동 살구쟁이에서 1950년 7월 9일께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 연맹원 등 최소 400여 명을 공주 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 등이 집단학살한 일은 '진실'이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 희생자 위령제 봉행 및 위령비 건립 등 위령 사업 지원 ▲ 유해발굴과 유해안치장소 설치 지원 등을 권고했다.


#공주시 #공주왕촌#민간인 학살#현장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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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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