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쐬고 왔습니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저멀리 팔금면 선착장 둘레에 있는 개펄에 들어가 소라를 잡았고, 그것으로 맛있는 점심 비빔밥을 해 먹었습니다. 전남서지방회 몇몇 목회자들이 주축이 되어 매주 월요일마다 책방모임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모임에서 바닷바람을 쐬고 오는 여행길을 마련한 것이었죠.
평소 책방모임은 여러 신간 서적들을 통해 지식과 교양도 쌓지만,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바르게 세워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는 게 그것이죠. 매주 월요일마다 그런 책방모임을 펼치고 있는데, 오늘은 머리를 식힐 겸 그곳 팔금면 바닷가 개펄에 들어가 소라를 잡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신안군 압해도 송공리 선착장에서 아침 7시 10분 배를 탔습니다. 그 철부선 안에는 2층에 방도 마련돼 있었고, 텔레비전이랑 휴게실도 있었습니다. 20여 분 동안 배를 타고 가는 그 길목에, 저 멀리 여러 개의 다리들을 세우고 있는 게 눈에 띄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것이 바로 새천년대교였습니다. 2018년 추석 전에는 개통할 예정이라고 하니, 얼마나 열심히 세우고 있는지 알 수 있었죠.
그렇게 새천년대교를 바라보며 몇 컷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벌써 암태면 오도 선착장에 당도했습니다. 그 사이 선착장에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는 암태오상교회 목사님과 함께 바쁜 걸음으로 팔금면 고산 선착장에 다다랐습니다. 그 옆 개펄 마당, 이른바 뻘땅에 들어가 소라를 캐내기 위함이었죠.
그 선착장 앞 뻘땅에 막 당도할 무렵, 안좌중앙교회 목사님도 뒤늦게 우리들을 쫓아왔습니다. 그분은, 어떻게 소라를 캘 수 있는지, 우리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고자 온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뻘땅에 세워져 있는 각각의 기둥 주변에 바닷물이 고여 있는데, 그 기둥 주변을 이리저리 손으로 훑어보면, 소라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신에 곳곳에 쪽이 많이 있으니, 손이 상하지 않도록 장갑을 껴야 하고, 신발도 단단히 동여매고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단단히 무장을 한 우리는 차례로 뻘땅에 들어갔습니다. 생각해 보니, 실로 오랜만에 밟는 뻘땅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신안군 서낭구지에 살 때도 그 뻘땅에서 '운저리' 낚시도 하고, '게'도 잡곤 했는데, 그때 이후에 정말로 오랜만에 들어가는 뻘땅이었습니다. 푹푹 빠지는 그 느낌이 힘들긴 했지만, 옛날 그대로의 느낌이라 오히려 포근하고 아늑했습니다.
맨 먼저 들어간 예향교회 목사님이 큼지막한 소라 하나를 캐내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들어간 암태오상교회 목사님은 게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간 압해숭의교회 목사님도 부리나케 찾아다녔죠. 맨 나중에 들어간 나도 들어가자마자 중간 크기의 소라를 하나 캐냈습니다. 얼마나 신이 났던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열심히 파고 또 파헤쳤지만 더 이상 나는 잡아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뻘땅에 들어간 우리 일행은 열심히 파고 또 파헤쳤는데, 40분 가량 덤벼든 그 뻘땅에서 건져올린 소득은 모두 합해 소라 여덟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죠. 더이상 캐내기에는 모두가 지쳐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오던 길에 건져올린 '운저리' 몇 마리와 한 마리의 '낙지'는 그날 '회비빔밥' 점심으로 먹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그 모든 아쉬움들을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바닷물에 몸을 씻고, 곧장 안좌중앙교회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잡은 소라를 찌고, 운저리 포를 뜨고, 또 낙지 한 마리를 곁들여, 맛있는 회비빔밥, 다시 말해 '회덮밥'을 먹고자 함이었죠.
그날 우리 일행에게 소라 잡는 방법을 알려준 안좌중앙교회 목사님이 그 모든 것들을 다듬고 준비해서 참으로 맛깔스런 회덮밥 맛을 선보여줬습니다. 몇 개 안되는 소라에다 몇 마리 안 되는 운저리, 그리고 한 마리에 불과한 낙지였지만, 양파와 여러 야채를 잘 버무린 그 회덮밥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전라도 여행. 제목만 보면 왠지 거창할 것 같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번 여행길은 그렇게 특별한 장소를 찾아 떠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소라를 잡고자 마음껏 개펄을 누비고 다닌 것만으로도 흐뭇한 여행길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모름지기 여행은 서로가 마음을 나누고, 추억을 쌓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전라도 섬마을의 개펄은 그처럼 사람과 바다를 연결시켜 주었고, 또 적은 해조류를 통해서 풍성한 식탁을 마련해 주었으니, 그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그날의 '소라 비빔밥'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진수성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