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오사카 나카노지마에 있는 동양도자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 지난 8월 1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조선 연적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연적은 먹을 갈아서 붓으로 글씨를 쓸 때 물을 담아서 벼루에 따르는 작은 그릇입니다.
유교 중심의 조선 사회에서 글을 읽고 글씨를 쓰는 일은 양반의 기본적인 소양이자 의무였습니다. 이때 필요한 도구는 문방사우라고 하여 종이, 붓, 벼루, 먹 따위에 특별히 가치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가운데 연적은 벼루와 먹과 더불어 빠질 수 없었습니다.
문방사우 가운데 연적은 도공들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져 선비나 글을 하는 양반의 손길이 닿는 곳에 늘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다른 것들에 비해서 선비나 도공들이 자신들의 상상력을 발휘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연적의 본래 목적인 물을 담아서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연적은 선비가 책상 머리에 두고 늘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취향이나 희망을 담아서 여러 가지 모양을 도공들에게 주문해 만들었습니다. 도공들 역시 선비의 주문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염원도 담아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거나 희망을 담아서 새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유교 중심의 조선사회는 백자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따라서 연적도 백자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백자에 머물지 않고, 흰색 바탕에 청화로 여러 가지 무늬를 새기기도 하고 연적 모양을 산이나 바위 자연물뿐만 아니라 복숭아, 감 따위 과일 모양을로 만들기도 하고, 겉에 여러 가지 무늬나 모양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 소개된 연적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백자나 청자가 많습니다. 다만 청화, 철화, 진사 따위로 그림을 그린 작품도 있습니다. 모두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것들로 131점이 소개됐습니다. 조선시대 연적은 오사카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연적은 조선시대 유교 사회가 꿈꾸어온 이상과 희망을 담겨져 있습니다. 비록 선비들이 책상머리에서 사용했지만 실제로 그것들을 만든 도공들은 맨흙을 주무르고, 며칠동안 가마에 물을 지펴 몸으로 만들었습니다.
도공들이 수고롭게 만들고, 유교 이념과 생활 속에서 사용됐던 연적이 이제는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미술품이 됐습니다. 전시장에 놓인 연적은 말이 없습니다. 다만 미술품으로서 극진한 아름다움과 새로운 상상력을 관람객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참고누리집>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http://www.moco.or.jp/ko/, 2016.10.15
가는법> JR오사카역 남쪽 나가노지마 섬 동쪽에 있습니다.
첨부파일> 이번 특별전에 소개된 연적을 비롯하여 일본, 미국 따위 여러 미술관에 소개된 한반도에서 만든 도자기 자료의 사진과 소개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