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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받는 고대영 KBS 사장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감받는 고대영 KBS 사장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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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지 마."

피감기관 증인이 국회의원 질의를 받은 다른 증인의 답변을 가로막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바로 고대영 KBS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고 사장은 11일 오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야당 위원이 KBS 보도본부장을 상대로 한 질문의 답변을 가로 막았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당대표)의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 개입 녹취록 관련 질문을 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유 의원은 착석한 보도본부장을 향해 "27기 기자들이 (KBS가 녹취록 폭로에 대한) 단신 기사를 무시했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면서 "보도본부장이 답변해 달라, KBS 보도국장에 대한 이 전 수석의 외압 의혹에 대해 일선 기자가 뉴스를 작성했지만,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이유가 뭔가"라고 질문했다. 

"보도 사실 묻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 VS "피감기관 증인이 국감 방해"

유 의원의 질의는 KBS 27기(2000년 입사) 기자 18명이 지난 7월 5일 낸 성명서 내용을 근거로 던진 질문이었다. 당시 27기 기자들은 "법적대응은 고사하고 그나마 작성한 단신 기사도 무시됐다"면서 "지금도 혹 '통상적인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회사는 법적 대응으로, 보도국은 뉴스로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규탄한 바 있다.

그러나 보도본부장은 답하지 못했다. 고 사장이 그보다 먼저 "(유 의원의 질문은) 제가 볼 때는 적절치 않다"면서 "보도본부장은 보도 책임자로, 국회의원이 기사가 나갔느냐 안 나갔느냐를 책임자에 묻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한테 물으면 답변하겠다, 지금 보도 책임자에 (보도) 내용을 물어보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유 의원은 "지금 나를 훈계하는 거냐, 저야말로 표현의 자유가 있고, 지금 저는 보도본부장에게 물었다"고 질책했다.

하지만 고 사장은 유 의원의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유 의원의 계속된 질의에 보도본부장을 향해 "답변하지 마"라고 '명령'했다. 국감장에서 피감 기관증인이 국회의원의 질문을 직접 저지한 것이다. 유 의원은 신상진 미방위원장에 고 사장의 태도를 지적하고 정회를 요청했고, 결국 오전 11시 45분께 감사는 중지됐다.

고 사장은 낮 12시 14분께 재개된 감사에서 "제가 다소 표현이 과했다"면서 "질의 흐름을 방해한 것에 대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피감기관 증인인 고 사장이 '언론 자유'를 이유로 국감위원의 질의를 막아선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고 사장이나 보도본부장 모두 기관증인으로 증인 선서를 하신 분"이라며 "고 사장이 유 의원의 질문이 '국감'이라는 행위이고 KBS가 피감기관이라는 점을 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국회는 국감에서 불법·합법도 따질 수 있지만 효율성·타당성 여부도 따질 수 있는 권능이 있기 때문에 고 사장의 언론자유 침해 주장은 잘못됐다"면서 "재개될 국감에서 고 사장이 함께 온 기관증인들에게 일절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민주 간사인 박홍근 의원도 "지목된 증인이 밝힐 수 없다고 답변하면 될 문제였는데 고 사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방해한 것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또 "고 사장은 국감장에 오기 싫었는데 불편하다는 뉘앙스를 이전 답변에서도 계속 비쳤다. 이런 답변 태도가 반복될 경우 엄중히 경고하고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고 사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보도본부장에게 직접적인 답변을 요구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출신의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피감기관 증인을 범죄자처럼 전제하고 몰아붙이는 구태적인 국감이 반복되는 게 문제"라면서 "의원이 재판관도 아닌데 징역 몇년 운운하는 태도야말로 협박이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복 징계' 지적에는 "구성원들 원하는 대로 하면 조직 운영 못해"

한편, 고대영 사장은 KBS의 청와대 보도 개입 침묵에 문제제기한 기자를 제주 발령한 것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청와대 보도개입 침묵' 비판한 KBS 기자, 제주도 발령).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기자가 낸 인사 명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을 강조하며 "취소가 아닌 무효다"라면서 "(법원 결정에 따르면)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한 것인데, 이 결정에 승복하느냐"고 묻자 고 사장은 "법원 판단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관련 부서에서 법원 결정에 대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신 의원이 고 사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열거하며 "KBS를 계속 이렇게 시끄럽게 운영할 건가"라고 묻자 고 사장은 "저도 왜 그렇게 시끄러운지 사실 이해가 안 된다"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사규 위반 행위에 대해 회사가 절차대로 징계했는데 그게 왜 시끄러운지... KBS는 방송법상 조직이다. 구성원이 자기들 원하는 대로 하게 하면 (조직을) 운영할 수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영#유승희#KBS#이정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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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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