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서재는 도서관입니다. 마을 앞에 있는 폐교 건물에 우리 책을 갖다 놓고서 마을도서관으로 삼아요.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골마루를 달리기도 하고, 풀밭을 뛰어다니기도 하며, 나무를 타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요. 이러다가는 책을 갖고 놉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한글을 스스로 익히려 하지 않기 때문에 글을 못 읽지만, 책을 갖고 놀 줄은 압니다.
작은아이 책놀이는 작은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가 나오는 그림책을 펼치는 놀이가 하나 있어요. 여기에 작은 그림책을 차곡차곡 쌓는 책탑놀이가 있지요.
마당에서 낫으로 풀을 베는 동안 작은아이가 자꾸 외칩니다. "어서 와 봐! 이것 봐!"
뭘 봐야 하는데? 작은아이는 자꾸 외치고, 와르르 소리가 들리고, 한동안 조용하다가, 다시 외치는 소리가 납니다.
낫을 놓고 작은아이가 노는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옳거니 오늘은 책탑을 쌓는군요. 그런데 참 아슬아슬합니다. 복사기를 덮던 커다란 종이상자 귀퉁이에 쌓으니까 말이지요. 무게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쓰러지겠습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다가가서 책탑쌓기 놀이를 지켜보고, 작은아이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건드리면 안 돼. 무너져." 하면서 까치발로도 안 닿는 높이로 책을 한 칸 더 올리려 합니다. 이때에 또 와르르 무너집니다.
아이한테 왜 자꾸 책탑이 무너지는지 가르쳐 주려다가 그만둡니다. "무너졌네. 왜 무너졌을까?" "그러게 말야. 자꾸 무너져."
나는 다시 낫을 쥐고 풀을 벱니다. 풀을 실컷 베고 나서 서재도서관 창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작은아이가 새롭게 쌓은 책탑이 눈에 뜨입니다. 작은아이는 책상자하고 주판을 써서 기둥을 세워 놓았어요. 작은아이는 그쪽에 무게받침이 없어서 자꾸 기울면서 책탑이 쓰러지는 줄 알아차렸나 봅니다. 멋지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 함께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