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기억교실 임시 이전 전야제인 ‘기억과 약속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회자인 가수 홍순관씨는 무대 위 대형스크린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와 학생의 책상이 나올 때마다 이름을 외쳤다.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기억교실 임시 이전 전야제인 ‘기억과 약속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회자인 가수 홍순관씨는 무대 위 대형스크린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와 학생의 책상이 나올 때마다 이름을 외쳤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기억교실 임시 이전 전야제인 ‘기억과 약속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다.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기억교실 임시 이전 전야제인 ‘기억과 약속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10년 뒤에는 엄청난 음악교사가 되어 있을 거야."
"나이 먹으면 제주도에 집을 사놓을 거야."
"나는 하와이에!"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꿈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퍼졌다.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재잘거렸다. 운동장에 마련된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2014년 4월 11일 아이들의 수다'라는 자막이 흘렀다. 곧 스크린에는 아이들이 생전에 직접 찍은 영상과 사진이 지나갔다.

이어 아이들이 생전에 지냈던 교실이 비쳤다. 곧 250명의 아이들과 12명의 선생님이 쓰던 책상이 차례로 지나갔다. 사회자인 가수 홍순관씨는 그에 맞춰 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눈물 섞인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마지막에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운동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에 오른 가수 이상은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위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는데, 참 힘든 자리"라며 노래를 연달아 불렀다. 마지막 노래는 <언젠가는>이었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눈물의 공연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안산시민 1000여 명은 희생 학생들과 교사의 유품이 단원고를 떠나기 전날인 이날 밤, '기억과 약속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단원고 운동장에 모였다.

대학생이 된 생존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운동장 한 편에 '미안해 친구들아!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사랑한다 친구들아~'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또한 많은 단원중·단원고 재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참석했다.

운동장에 마련된 무대의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적혔고, 9명의 미수습자 이름은 도드라져 보였다.

이날 행사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공연으로 채워졌다. 나희덕 시인은 <난파된 교실>이라는 시로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고 배를 버리고 떠난 세월호 선원들을 비판했다. '자전거 탄 풍경'은 <아빠가 미안해>라는 노래로 유가족들의 가슴을 울렸다.

"꿈꾸기보다는 영리하게 살라고
맞서기보다는 모른 척 따라가라 가르쳤지
그래서 아빠가 미안해

어지럽고 탁한 세상에
숨이 막혀 답답하고 지쳐도
어딘가에 있을 너의 꿈을
찾길 바라..."

유가족들은 공연 내내 눈물을 흘렸다. '주현 엄마' 김정해씨는 "무대 배경에 아이 이름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가수 이상은씨, 그룹 '자전거 탄 풍경'과 '우리나라'가 부른 노래는 생전에 기타를 많이 쳤던 주현이가 좋아했던 노래였다. 특히 노래의 가사가 저희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약속 지켜라"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기억교실 모습. 임시 이전 준비를 모두 마쳤다.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기억교실 모습. 임시 이전 준비를 모두 마쳤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기억교실 임시 이전 전야제인 ‘기억과 약속의 밤’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영석 엄마’ 권미화씨가 영석군의 책상 옆에서 흐느끼고 있다.
 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기억교실 임시 이전 전야제인 ‘기억과 약속의 밤’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영석 엄마’ 권미화씨가 영석군의 책상 옆에서 흐느끼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단원고 학생들이 쓰던 교실의 책상·의자·사물함 등 모든 물품은 20일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된다. 이전 준비 작업은 모두 끝났고, 책상·의자는 큰 종이 박스에 담겼다. 책상 위에는 아이들의 흔적을 담은 종이 박스가 올려져 있고, 국화꽃 한 송이가 놓였다.

정리되지 않은 책상도 있었다. 허다윤·조은화양 등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의 책상 위에는 꽃, 쪽지, 편지 등이 가득했다. 여기에는 '가족들이 원하지 않습니다. 손대지 말아주세요'라는 종이가 붙었다.

가족들은 경기도교육청의 매끄럽지 않은 기억교실 이전 작업에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영석 엄마' 권미화씨는 아이 책상 옆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흐느끼며 "조만간 세월호가 인양되면 (미수습자를 수습해) 내년 3주기 때 기억교실을 이전하면 되지 않느냐. 그것도 못 기다려준다"라고 말했다. 김정해씨 역시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하면 각 기억교실의 공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아이들의 책상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을 수 있다. 아이의 교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공연 말미에 무대에 올라 "단원고 기억교실을 역사의 장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지켜내지 못하고 끝까지 버텨내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교육청을 향해 기억교실 이전을 중단하겠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전 위원장은 "경기도교육청은 운영관리 계획안과 제대로 된 기억교실 임시 보존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억교실 임시이전 이송식이 있는) 내일(20일) 단원고에 오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몇 가지 약속을 받아야만 기억교실을 이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억교실 이전#세월호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