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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새누리당 정책워크숍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새누리당 정책워크숍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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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혁신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것이라도 제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소명이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3일 첫 회의에서 던진 일성이다. 그 첫머리 단어인 '혁신'. 김 위원장은 이후 숱한 공식석상에서 필수 레퍼토리로 당의 혁신을 외치고 또 강조했다(관련 기사 : 새누리 김희옥 "당명 빼고 다 바꿔야 될 상황"). 오는 9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문을 닫는 혁신비대위는 그가 말한 혁신의 '소명'을 다 이뤘을까. 당 안팎의 평가는 '글쎄요'다.

당내 인사들의 점수는 시작부터 끝까지 짜기만 했다. 출범 초기, 나경원 의원은 지난 6월 2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혁신비대위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어쨌든 8월 9일 전당대회까지가 비대위 활동 기한이다, 전당대회 준비 사무 이외 특별히 할 일이 없을 거다"라며 혁신비대위에 대한 기대를 일찍부터 접었다.

최근에는 홍문표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뼈를 깎겠다더니 손톱도 못깎는다"라며 '김희옥 호'의 과업 수행능력에 혹독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관련 기사 : 홍문표 "김희옥, 뼈 깎는다더니 손톱도 못 깎아"). 다수의 언론 보도도 '그림자 혁신비대위원장', '존재감 없는 혁신비대위' 등의 표현으로 혁신비대위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여당의 역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는 흔치않은 경험이었지만, 비대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민심을 추스릴만한 '묘수'를 내놓지는 못했다. 자칫 김희옥 비대위는 '사상 최악의 비대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혁신비대위의 무력은 출범 단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출범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혁신비대위의 발목을 잡았다. 그 모든 배경엔 '망령'이라 불릴 정도로 당내 깊숙이 뿌리박힌 '계파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망령이 출몰할 때마다 혁신비대위는 삐걱삐걱 흔들렸다. 

[탄생] '친박 보이콧'의 결과물, '김희옥 호' 혁신비대위

"계파가 있다 없다 논하기 전에 국민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당에 퇴행적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지난 6월 2일 전국위의 만장일치 '박수 의결'을 통해 추대된 김희옥 위원장은 주요 혁신 과제로 계파 청산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위원장의 추대 직전까지도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져 끝없는 반목을 거듭했다. 5월 17일 친박 의원 다수가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한 비박계 중심의 지도부 구성에 반발, 전국위를 집단 불참하면서 혁신·비대위 구성을 저지한 것이 대표 사례다.

외부 인사인 김희옥 위원장을 추대하고, 비대위원 구성도 친박-비박 각각 1명과 외부위원 중심으로 꾸린 후에야 겨우 당의 혁신 기구가 작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관련 기사 : "동네 양아치들도 이러진 않아", 수렁에 빠진 새누리). 출범 후 당장의 갈등만 봉합하기 위한 '단기 처방형 비대위'라는 지적이 따라 나왔다. 4.13 총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구악을 없애는 혁신 작업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일었다. 

[진통] '복병'이 된 복당

새누리 '복귀신고'한 유승민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최근 새누리당에 복당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 새누리 '복귀신고'한 유승민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최근 새누리당에 복당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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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금세 현실이 됐다. 특히 비대위의 유승민-윤상현 등 탈당 인사 일괄 복당 결정이 불러온 후폭풍은 당무를 한때 마비시킬 정도였다. 그 위기에도 여지없이 '계파주의' 망령이 끼어들었다. 비대위 구성 약 20일 만이었다.

비대위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결정한 '일괄복당' 결정에 당시 친박계 의원들은 '쿠데타'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 반대했다. 김진태,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 강성 친박 의원들은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내란'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퇴' 카드를 내밀었다. 계파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별다른 명분 없이 위원장이 "못하겠다"며 자리를 피한 것이다. 일괄 복당 결정 당시 민주적 절차를 위배했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직접 찾아가 허리를 90도 굽혀 사죄하는 장면이 주말 뉴스를 장식했다. 사과를 받아들여 사흘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긴 했지만, 한번 떨어진 김 위원장의 권위는 결국 회복되지 못했다.

비박계인 권성동 전 사무총장을 경질한 것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친박계 의원들의 권 총장 징계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반발이 따라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계파 청산하자고 돌아오신 김 위원장이 계파 패권의 대변인이 되시려는 건가"라고 맹비난 했다.

[노력] 친인척 보좌진 도려내기와 총선백서

계파 다툼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혁신비대위가 변화의 몸짓을 보인 사례가 있다. 서영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 보좌진 채용'으로 도마에 올랐을 때, 유사 사례를 조사하고 즉각 방지 조치를 취한 것이 그 예다. 서 의원 논란 직후인 지난 6월 29일 박인숙 의원이 5촌 조카와 동서를 각각 5급 비서관과 인턴으로 채용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자 혁신비대위는 곧바로 의원들에게 '자정'을 위한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6월 30일에도 김 위원장은 "8촌 이내 친인척 채용을 금지하는 사안을 당 소속 의원께 보냈다"면서 "정치권의 특권이라고 여기는 많은 부분에 심도 깊게 논의하고 혁신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으로 옮겨 붙을 수 있는 화마를 미리 차단하고 유사 관습을 도려내는 노력을 보인 것이다(관련 기사 : '보좌진 채용' 사례 속출, 새누리 지도부 사과).

출범 당시 공언한 총선 백서를 발간한 것도 혁신비대위의 몇 안되는 성과 중 하나다.  4.13총선 패배의 원인을 국민의 시선에서 진단한 결과물인 <국민백서-국민에게 묻고 국민이 답하다>가 그것. 백서는 총선 책임의 핵심 원인으로 공천관리위원의 막장 공천, 친박 패권주의, 수직적 당청 관계 등을 꼽았다. 다만, 책임 소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해 '알맹이 빠진 백서', '반성 재탕 백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위기] 윤리위원장 한 번 뽑기 힘드네

새누리 윤리위원장 맡은 이진곤 국민일보 주필 출신인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중앙윤리위원장 임명장을 받은 뒤 인사말 하고 있다.
▲ 새누리 윤리위원장 맡은 이진곤 국민일보 주필 출신인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중앙윤리위원장 임명장을 받은 뒤 인사말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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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비대위의 한계는 윤리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첫 내정자로 지목된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딸 채용 논란 직후 자진 사퇴했고, 이후 비대위 공식 발표까지 마친 여형구 신부까지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승락한 바 없다'며 직을 사양하면서, 혁신비대위의 부실한 인선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7월 초를 목표로 시작된 윤리위 구성은 3주 뒤인 지난달 21일 이진곤 <국민일보> 전 주필을 인선하면서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상욱 대변인이 이진곤 위원장의 인선 결과를 브리핑할 당시 한 기자가 "정말 된 거 맞죠?"라고 되물을 정도로 혁신비대위의 결정에 대한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여형구 신부의 사양 당시 김희옥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시 말씀 드리는 중이다"라면서 "우리로서는 (승락을) 다 확인했고 내가 보고 받기로는 그렇다"고 전했다. 혁신비상대책위원장조차 인선 내정자의 가부(可否)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관련 기사 : 윤리위원장 하나 뽑지 못하는 집권여당).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의 비리 의혹 사건부터 이군현 의원의 '보좌진 월급 빼돌리기' 의혹에 이어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공천 개입 녹취록 사건까지. 한 달여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윤리위원회가 산적한 문제를 언제 다 다루냐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진곤 위원장은 임명 후 일주일 만에 가진 첫 윤리위 회의를 마치고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하니 한꺼번에 모이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회의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윤리위는 녹취록 사건을 다루지 않고 차기 지도부로 짐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결국 혁신비대위가 야심차게 출범하고자했던 윤리위는 싱거운 결론만 내놓은 채 별다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결말] 혁신형 아닌 관리형 비대위로 작별 준비

결국 계파 청산과 혁신을 천명하며 등장한 김희옥 호는 혁신형 비대위가 아닌 관리형 비대위로 그 돛을 내린다. 지난 두 달여 간의 활동 기간 동안 이들은 계파 청산을 위한 구체적 결단 대신 계파 다툼이 벌어질 때마다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복당 내홍엔 위원장 스스로 배에서 내리는 시늉을 했다.

전당대회를 6일여 앞둔 지금,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는 전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혁신비대위는 그 머리에 붙은 '혁신'의 말이 무색하게 '전당대회 매니지먼트'의 역할만 최종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당나라 선사 임제가 남긴 말로,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그곳은 모두 진리다"라는 뜻이다. 이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진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 남긴 구절이다. 외부인사로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월급 사장' 역할을 해온 김 위원장. 9일 전당대회가 끝날 때 그에게 어떤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까.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 만장일치로 추인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이 만장일치로 추인되자,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 만장일치로 추인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이 만장일치로 추인되자,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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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옥#전당대회#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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