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차요원 7년차인 이승준씨가 시민에게 주차요금을 받고 있다.
주차요원 7년차인 이승준씨가 시민에게 주차요금을 받고 있다. ⓒ 신혜연

충청북도 제천시 공영주차장에서 일하는 70세 이상의 고령 주차요원들이 최저시급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전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주차요원들의 노동조건 문제가 불거졌지만, 제천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14일 오전 제천 중앙시장에서 만난 신백동(77)씨는 주차요금을 받기 위해 뙤약볕 속에서 분주하게 뛰고 있었다. 신씨는 '노상1지구'에 있는 주차장 아홉 칸을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관리한다. 1년 중 휴일은 일요일과 명절 연휴 이틀뿐이다. 그렇게 해서 얻는 수입은 하루 4~6만 원. 월 120 만 원 정도다. 하루 11시간씩 주 6일로 일했으니, 법정수당을 제외하고도 최저시급 미만을 받는 셈이다.

중앙시장 공영주차장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이승준(77)씨의 처지도 비슷하다. 하루 11시간, 주 6일 근무에 월 120~130 만 원 안팎을 번다. 독신가구지만 생활비로도 빠듯하다. 다리와 허리에 지병이 있는 이씨는 월세 30만 원을 내고 병원비로 한 달에 340만 원을 지출한다.

"겨울엔 추워서 말도 못한다. 하루 종일 밖에 있으니 손도 얼고 발도 얼고, 완전히 중노동이다."

주차요원들이 고약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원인은 허술한 고용구조에 있다. 제천시는 공영주차장이 생긴 이후로 20년 이상 주차장 관리를 민간 업체에 위탁해왔다. 현재 23개 구역 중 중앙시장상인회에서 관리하는 6개 구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기 다른 민간 업체에서 관리한다. 업체는 2년마다 경쟁 입찰을 통해 선발한다. 주차요원은 민간 업체와 구두 계약을 맺고, 시민들에게 주차비(10분에 300원)를 걷어 수입으로 삼는다. 대신 민간업체에는 구역에 따라 매일 3~10만원 수준의 금액을 내야한다. 택시 기사들이 수익을 챙기는 대가로 회사에 내는 '사납금'과 비슷하다.

고용구조가 뒤틀린 탓에 주차요원들은 기본적인 사회보험에서도 소외돼 있다. 업무 특성상 차와 접촉이 많고 안전사고 위험이 크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들지 않아 사고가 나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제천 중앙시장 '용두천1지구' 주차요원 남영기(75) 씨는 중앙선을 사이에 둔 14개 주차 구역을 맡은 탓에 하루에도 몇 번씩 4차선 중앙도로를 넘어 다닌다. "사고가 나면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남씨는 말했다.

시로부터 수탁을 받은 민간 업체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상1지구 유료주차장관리를 수탁한 신대현(75)씨는 "시에서 입찰을 받으면 약속한 기간과 금액을 맞춰줘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라며 사업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또 노동조건 관련 질문에는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데다 걸을 수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으니 다른 일에 비해 노인에게 유리한 일자리"라고 답했다.

제천시도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2014년 11월 제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행정감사에서 공영주차장 주차관리원의 처우 개선이 논의됐지만 그 때 뿐이었다. 당시 김꽃잎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이 주차관리원의 최저임금 준수와 안전을 위한 형광 조끼 제공을 건의하자 박대수 교통과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주차요원들이 입고 있는 노란 조끼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재작년에 관련 민원이 들어와 현장검증을 거쳐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주차관리요원들의 처우 문제를 지적했었다"면서도 "이후에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지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제천시청 교통과 한기만 주무관도 같은날 전화인터뷰를 통해 주차요원들이 업체와 이중 계약을 맺는 현실에 대해 "파악한 바가 없다"며, "임금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질문에는 '노동청에서 관할할 일'이며, '수탁업체가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주차요금을 받기 위해 4차선 도로를 건너는 남영기 주차요원.
주차요금을 받기 위해 4차선 도로를 건너는 남영기 주차요원. ⓒ 신혜연



#제천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