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생태' 출판사는 이 이름처럼 자연과 생태를 다루는 책을 펴냅니다. 2016년 봄에 <화살표 곤충 도감>을 선보이면서 곤충 이름을 한결 쉽고 빠르게 찾아보는 길동무책을 베풀었는데, 2016년 여름에는 <화살표 식물 도감>을 선보이면서 풀과 나무 이름을 한결 쉽고 빠르게 살피면서 찾도록 돕는 길동무책을 베풀어 줍니다.
실제로 저는 현장에서 촬영한 식물 사진을 정리할 때 목·과·속 같은 분류체계에 따르지 않고, 이 책에 제시한 검색표에 따라 정리하는데, 사진을 찾을 때 무척 편리했습니다. 아울러 더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이 많은 분들께서 효과적으로 기초를 익혀 더욱 전문적인 도감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머리말)나무나 풀이나 꽃이 '어떤 이름'인가 궁금한 사람들은 '이름'이 궁금합니다. '어떤 목·과·속'인가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꽤 많은 식물도감은 '이름을 알도록 돕기'보다는 '목·과·속으로 나누는' 데에 품을 들이곤 해요. 이러면서 사진을 넉넉히 쓰지 않는다거나 꽃이 활짝 핀 모습만 보여주곤 하니, 이런 사진으로는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알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꽃송이는 이름을 알도록 알려주는 가장 큰 실마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싹이나 줄기나 잎을 모르고서 꽃만 알기란 만만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풀 한 포기는 '꽃이 핀 모습'보다는 '잎이 있는 모습'이 훨씬 더 길지요. 싹이나 줄기나 잎으로 풀을 가리는 실마리를 찬찬히 밝혀 주지 않는다면 풀꽃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아요.
<화살표 식물 도감>은 앞서 나온 <화살표 곤충 도감>처럼 화살표를 알맞게 쓰면서 더 눈에 잘 들어오도록 나무와 풀과 꽃을 가리는 실마리를 밝힙니다. 글로만 적은 풀이로는 좀처럼 눈이나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이야기도 화살표 한 번이면 '긴 글이 없이'도 곧바로 어떤 그림인가를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화살표로 한 번 콕 짚을 적에는 "자, 여기를 보세요!" 하고 알려주는 셈입니다. "여기를 보면 더 알기에 쉬워요!" 하고 찬찬히 이끄는 셈입니다.
제가 시골집에서 아이들한테 나무나 풀이나 꽃마다 어떤 이름인가를 알려줄 적을 떠올려 봅니다. 그냥 말로만 알려주면 아이들은 이내 이름을 잊습니다. 손가락으로 콕 짚어서 "여기를 보렴. 이 모습이 바로 이 나무(풀)를 알려주는 실마리야"라든지 "자, 여기를 봐. 이 풀은 줄기에 가시가 있지?" 하면서 알려줄 적에는 아이들이 이름을 좀처럼 잊지 않습니다.
그냥 한 번 손가락으로 짚어 주었을 뿐인데, 바로 이 작은 '손가락 가리킴'이 또렷하게 눈과 머리에 이름을 새겨 주는 구실을 하는구나 싶어요. 곤충이나 식물을 다루는 도감에서도 화살표는 이 같은 노릇을 합니다. 언뜻 보면 그저 화살표 하나를 더 얹을 뿐이지만, 막상 들이나 숲에서 나무하고 풀하고 꽃을 살필 적에는, 바로 이처럼 '가볍게 얹은 화살표'가 뜻밖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무엇을 더 눈여겨보아야 하는가를 알려준다고 할 수 있어요. 어느 곳을 더 먼저 살펴야 하는가를 밝힌다고도 할 만합니다. 그래서 나무나 풀이나 꽃마다 어느 대목이 비슷하거나 다른가를 먼저 헤아리면서 다른 곳을 차근차근 돌아보고, 이러는 동안 이름뿐 아니라 한살이나 생김새나 여러 모습을 더 널리 알아볼 만해요.
자연과생태 출판사는 앞으로 <화살표 새 도감>이나 <화살표 민물고기 도감>도 선보인다고 합니다. 다른 '화살표 도감'도 즐겁게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글 | <화살표 식물 도감>(김성환 글·사진 / 자연과생태 펴냄 / 2016.6.15. / 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