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 ⓒ 연합뉴스

지난 1일 구글이 1:5000 대축적 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을 국토지리정보원에 공식 신청한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KT, 새한항업, 포도 등 지리정보를 다루는 관련 업체들은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정부 쪽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2시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에 위치한 지도박물관 2층에서 '구글사의 지도 국외 반출 관련 산업계 간담회'가 열렸다. 국토지리정보원(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신청과 관련해 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공간정보 국외 반출 협의체') 간사 역할을 맡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14일 지도박물관에서 업계 간담회 개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는 네이버와 카카오(이상 포털), SK텔레콤과 KT, 현대엠엔소프트, 팅크웨어(이상 내비게이션), 새한항업과 중앙항업, 네이버시스템(이상 측량.지도 제작), 포도(SI) 등 10곳이었다. 이와 함께 공간정보산업협회와 공간정보산업진흥원,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등도 관련기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최병남 원장과 김계범 공간영상과 과장 등 총 4명이 참석해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는 산업·경제적 관점, 안보의 관점, 정치적 관점 가운데 특히 '산업·경제적 관점'에서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이 관련 산업과 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열렸다. 특히 이날 나온 산업계의 의견은 국토교통부·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국방부·안정행정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정원장 등으로 구성된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관련 업체들은 ▲ 국내기업 역차별 ▲ 산업의 독점과 기술종속 등의 부정적 효과 ▲ 국내산업에 미칠 영향력 분석과 단계적 계획 수립 전무 ▲ 국내 지도 데이터 생산 시장 잠식 등을 이유로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관련업계 "우리 기업을 역차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먼저 이들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보안법은 오히려 우리 기업을 역차별하는 현상을 발생시킨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은 국내 보안법을 적용받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고, 이러한 보안 처리를 위해 인력과 시간 등의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구글은 국내 보안법을 적용받지 않아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가피하다"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역차별' 혹은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업체에 적용하는 보안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현재 네이버나 다음 카카오, SK플래닛 등은 보안규정에 따라 주요 국가안보시설을 지도에서 노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은 "지도 반출에 따른 공간정보분야 국내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기술제휴, 협업, 스타트업 성장 기회 등의 긍정적 효과가 없을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오히려 "산업의 독점뿐만 아니라 구글의 일부 하청 업체만 수익을 올리고, 장기적으로는 기술력 향상이 아닌 기술종속의 우려가 있다"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특히 항측업체 등 지도정보를 생산하는 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을 보유한 거대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며 현재 포털 등에서 영상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정사영상(지도처럼 만든 영상) 시장이 사라진 것과 같이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국내 데이터 생산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충분하다"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국내 데이터 생산 업체들이 정부 발주의 용역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구글 서비스로 인해 정부 예산이 삭감될 경우 산업계의 매출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다"라며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없이 개방될 경우 산업 자체가 붕괴될 것은 자명하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들은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물론이고, 단계적 추진 계획조차 없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이 국내 기업이나 산업에 미치는 매출과 국익 규모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이를 기반으로 반출 금지, 점진적 개방, 단계적 조건부 개방 등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단계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6월 하순 '국외 반출 협의체' 개최... 8월 하순 반출 여부 결정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글은 지난 1일 지도 국외 반출을 국토지리정보원에 신청했다. 구글이 국외 반출을 신청한 지도는 '1:5000 대축적 지도'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제작되는 1:5000 대축적 지도는 공공기관, 병.의원, 학교, 호텔 등 상세한 지리정보가 담겨 있고, 동네 골목길까지 구분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지도다.

그런데 국내법상 국내 지리정보(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은 금지돼 있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기본측량성과의 국외 반출 금지)는 '누구든지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 없이 기본측량성과 중 지도 등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외국 정부와 기본측량성과를 서로 교환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예외다.

다만 지난 2014년 6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국내 지리정보가 국외로 반출될 수 있는 합법적 경로가 생겼다. 국토교통부장관이 미래창조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안전행정부·산업통산자원부 장관과 국정원장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국외 반출을 결정하면 지리정보의 국외 반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제16조 2항). 이러한 관련 법 개정으로 구글이 지난 1일 국토지리정보원에 1:5000 대축적 지도의 국외 반출을 공식으로 신청할 수 있었다.

구글이 1:5000 대축적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겠다는 것은 국내 지리정보를 구글의 해외서버에 저장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는 구글이 지도를 국외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국내에 두어야 하고, 전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는 위성사진에서 국내 주요 국가안보시설(청와대와 군 시설. 발전소 등)을 보안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미 구글은 이스라엘 정부의 요청으로 주요시설을 모두 가린 위성사진만을 전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내부규정 등을 들어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국내에 둘 수 없고, 국내 주요 국가안보시설을 보안처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세금(법인세)도 회피하고, 한국 정부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지도정보를 기반한 브랜디드핀, 자율주행차, 안드로이드오토 등 신사업에 자유롭게 이용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월 하순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를 열어 구글의 신청 내용을 검토한 뒤 8월 하순 국외 반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국정원, 구글에 '국가전략지도' 주려 했다
구글 "국가전략지도 제공 요청한 적 없다"


#구글#지도 국외 반출#국토지리정보원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