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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주택단지가 개발중인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의 산허리가 파헤쳐지고 있다.
 전원주택단지가 개발중인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의 산허리가 파헤쳐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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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자연 친화적인 생태순환도시를 꿈꾸는 세종특별자치시(아래 세종시)가 난개발엔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종시 난개발 방지와 자연보존을 위한 시민연대'(아래 난방연대)는 '극상림'(삼림이 파괴되지 않고 오랜 기간이 지나 종 구성이 평형 상태에 이른 지역)자연녹지와 보존녹지에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한 사업주가 '쪼개기 식'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산 8-12번지 일원. 2만 9572㎡(자연녹지 10,000㎡, 보존녹지 19,000㎡)에 달하는 산림의 소유주가 최근 측량을 하자 마을주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47㎡(약 165평) 정도로 쪼개서 측량했기 때문이다.

주택법 제9조는 연간 단독주택 20호 이상의 주택건설사업 또는 연간 10,000㎡ 이상의 대지조성 사업을 시행하려는 자는 주택건설사업 등록을 하여야 한다. 같은 법 제16조에는 단독주택 30호 이상의 주택건설사업 또는 연간 10,000㎡ 이상의 대지조성 사업의 경우 주택건설사업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해당 사업 또한 주택법상 주택사업계획 승인 또는 대지조성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가 사업계획 승인을 피하고자 547㎡(약 165평) 정도로 쪼개서 전원주택 단지를 만들려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아직 개발 관련 서류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가 필지를 수 십개로 나눠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할 경우 편법이지만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극상림' 원시림의 참나무 군락지

"꾀꼬올 꼬르르르르...꺄악 꾀골..."

 한 사업자가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산 8-12번지 일원 29,572㎡(자연녹지 10,000㎡, 보존녹지 19,000㎡)에 쪼개기를 통해 54가구의 전원주택 개발을 노리고 있다.
 한 사업자가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산 8-12번지 일원 29,572㎡(자연녹지 10,000㎡, 보존녹지 19,000㎡)에 쪼개기를 통해 54가구의 전원주택 개발을 노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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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김수현 협동사무처장, 김지훈 사무처 사무처장(장남들판환경지킴이 팀장),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준)사무처장(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과 동행하여 지난 2일 사업 예정지를 찾았다. 그리고 3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과 현장조사를 벌였다.

고려대학교 조치원캠퍼스와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중간 저수지를 끼고 작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자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밭고랑엔 7m가 넘는 조경수가 울창하다. 기분을 들뜨게 하는 꾀꼬리 울음소리가 반긴다.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새들이 참 많아서 가끔 새소리 들으러 와요, 나지막한 산자락에 나물도 많아요, 가을이면 도토리가 지천이라 가끔 줍기도 하고요."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의 말이다. 작은 밭고랑에 상추를 심어 놓았다. 찔레꽃을 양손 가득히 꺾어 든 등산복을 입고 내려오던 주민도 만났다. 산자락이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얼핏 보아도 참나무 상수리나무 군락지로 보였다. 전원주택단지가 개발된다고 하던데 혹시나 알고 있는지 물어봤지만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토피가 있어서 고생하다가 자연녹지 구간이 전국에서 최고로 많다는 친환경 도시라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이사 왔다. 5분 거리에 저수지와 산을 접해서 그런지 아이들 건강도 좋아졌다. 저기 뒷산 보고 들어왔는데...설마 개발이라니 말도 안 된다."

지난 2007년 마을 이장과 농사꾼을 넘나들며 인근 아파트 건설반대운동을 해왔던 난방연대 대표를 맡은 강수돌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이곳에 산다. 지역공동체를 꿈꾸며 '생태'와 '환경'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그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일 것이다. 

나물을 뜯고 있었다던 밀짚모자를 눌러쓴 강 교수가 반갑게 맞아준다. 일행들은 등산로를 따라 돌아본 산림은 '극상림'이라 불릴 정도로 우수했다. 상수리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군락지로 곳곳에서 야생동물의 흔적이 눈에 띈다. 물웅덩이를 깊게 파인 것으로 보아 진흙 목욕과 몸을 비볐던 비빔목도 눈에 띈다.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곳

 새 박사로 통하는 이경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이 제공한 천연기념물 324호인 ‘붉은배새매’.
 새 박사로 통하는 이경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이 제공한 천연기념물 324호인 ‘붉은배새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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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연대 연대기구인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김지훈 사무처장(좌),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우)과 동행하여 산을 오르고 있다.
 난방연대 연대기구인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김지훈 사무처장(좌),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우)과 동행하여 산을 오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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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박사로 통하는 이경호 국장의 카메라가 순식간에 천연기념물 324호인 '붉은배새매'를 잡아낸다. 그리고 쑥독새, 뻐꾸기, 직박구리, 물까치, 멧비둘기, 꾀꼬리, 되지빠귀, 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곤줄박이, 오목눈이, 동고비, 까치, 박새, 파랑새, 노랑첫멧새, 흰배지빠귀 등 18종을 찾아냈다. 

이 국장은 "짧은 시간 조사였지만 많은 새들이 있었다. 천연기념물 붉은배새매도 있다. 정밀 조사가 진행되면 좀 더 다양한 새들이 확인될 것이다. 정밀조사를 통해 생물다양성과 환경가치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강수돌 교수는 집 주변에서 측량작업 하는 것을 보고 전원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대규모 전원주택단지가 불가능한 지역이라 사실 확인을 위해 세종시를 찾았는데 '장기면 전원주택단지처럼 쪼개기를 해서 들어오면 막을 길이 없다'고 써 놓은 문건을 입수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현장만 나와 봐도 알 수 있는 일인데...참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두툼한 자료를 내보이며 말했다.

"국토계획 및 이용법 및 세종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보전녹지에서는 최대 5,000평 ㎡만 개발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진입로가 6m, 평균 경사도 17.5도, 표고 높이 50m 이내에 증축하게 되어 있다. 각 필지 내에 54개의 각 건축허가신청 통해 개발행위 면적의 합이 5,000㎡ 이상이면 보존녹지 지역에 따른 개발허용규모를 초과하여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동행한 양흥모 처장도 "다시 말하면 공무원이 편법을 유도하도록 알려주는 행위로밖에 판단이 안 간다.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한다면 불가능한데 이런 식으로 쪼개기로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공무원 자문이 아니라 결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창재 처장은 "제주가 해상풍력개발을 하면서 난개발이 되었다. 재생 에너지와 자연환경 보존을 놓고 충돌하기도 했다. 그래서 조례를 통해 3/2 주민동의 없이는 안 되도록 주민동의 절차를 의무규정으로 포함해 놓았다. 이곳처럼 주민 기피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에 한해서는 주민동의 절차를 걸쳐야 한다는 조례나 시장령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법과 제도의 절차가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세종시가 승인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해야 한다. 고리원전도 여론이 일고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면서 중단되었다. 작은 공사도 공무원이 허가를 막으려는 마음만 있다면 이런 난개발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김지훈 사무처장은 "공사용 건축자재 및 자재반입을 위해서는 주민동의가 필요하다. 지금 3m 터의 도로로는 불가능하며 6m의 도로개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부 하천부지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 과정에서 주민의 동의와 국가하천에 따른 행정의 점용허가가 필요한 만큼, 동의절차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쪼개기 식 편법 지역민과 마찰

 지난 2011년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도예촌 인근이 무분별한 난개발로 몸살을 앓았다. 더욱이 2개 업체가 전원주택 개발을 하면서 허가지역보다도 더 많이 산림을 훼손해?주민들이 산사태 우려로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도예촌 인근이 무분별한 난개발로 몸살을 앓았다. 더욱이 2개 업체가 전원주택 개발을 하면서 허가지역보다도 더 많이 산림을 훼손해?주민들이 산사태 우려로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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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해 11월 공주시 현직 시의원이 개발 중인 반포면 전원주택단지를 취재한 적이 있다. 이곳은 마을 뒤편 300~400m 상류쯤에 5,000㎡ 규모로 전원주택사업을 추진하다 난항을 겪자 쪼개기를 통해 단독주택과 주택단지로 허가를 득한 곳이다.

당시 공주시는 단독주택 허가과정에서 상·하수도 및 도로 개설을 자비로 설치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단독주택 4가구가 들어오고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이들은 안면을 바꾸어 상·하수도 및 도로 개설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공주시에 끊임없이 제기했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민원에 시달리던 공주시는 지원조례도 없는 상태에서 추경 예산 3억8100만 원을 투입 해상·하수도 공사를 진행하였다. 반포면에서는 추가로 가로등 설치까지 해주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기존 3m 도로 폭을 키워달라는 민원을 제기 중이다. 이에 대해 당시 공주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원 개발로 인구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공주시가 귀농·귀촌 팀까지 꾸려서 운영하고 있으며 주택이 조성된 이후에 지원할 경우엔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 있어서 서두른 것이다. 인구유입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봐 달라."

그러나 이는 쪼개기를 통해 편법, 탈법으로 땅값 상승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허가를 받은 때와는 다르게 집단 민원을 통해 시의 혈세까지 낭비한 전형적인 사례다. 현재 이곳 원주민들은 상류 주택단지로 인한 식수 오염과 하천 오염, 좁은 골목길로 인한 통행 불편을 호소하며 끊임없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곳 외에도 세종시 장기면과 금강 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전원주택단지로 인한 산림 훼손은 심각하다.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전원주택 미분양 사태까지 낳고 있다. 지난해 5월 이춘희 시장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민선 1기부터 뚜렷한 매뉴얼도 없이 개발행위 허가한 것이 악재로 이어져서 세종시 읍면지역 전원주택 허가 건수의 약 20%가 방치된 채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세종시 신도심(행정중심복합도시) 전체 면적 7290만8221㎡ 대비 점유율로만 본다면 공원녹지가 52.2%로 유럽 40%에 비해서 높게 나타날 정도로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이번 사례처럼 개발이 불가할 수 없는 지역까지 쪼개기를 통해 편법이 허용된다면 난개발에 따른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질 통계연보(2010~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간 사라진 임야 면적은 424k㎡ 정도로 여의도 면적의 약 146배다. 전원주택 조성과 개발바람을 타고 사라지고 있다.


#난개발#난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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